
"특별한서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김선영 작가의 새로운 이야기《신상문구점》을 만나보았다. 특별한 이야기 없이 잔잔한 흐름 속에 강한 울림을 주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특서 청소년 문학 마흔다섯 번째 작품으로 아이들에게 가족이라는 사랑으로 한걸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만큼이나 가족이라는 개념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빠른 변화의 흐름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는 듯하다.

나의 아지트가 사라졌다.(p.6)라는 첫 문장으로 잔잔한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야기는 어두운 골짜기로 향하는 듯싶다가 다시 밝은 들녘으로 되돌아온다. 아마도 주인공 동하가 감정 변화가 심한 중학교 2학년인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하 정도면 중2병을, 사춘기를 슬기롭게 잘 건너가고 있는 것 같다. 동하와 함께 어려서부터 함께한 첫사랑 편조와 편조의 전학과 비슷한 시기에 전학 온 모경이 단월 할매와 동하가 지켜온 《신상문구점》이야기의 주요 인물들이다. 중2병 사춘기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이야기는 아이들이 아니라 가족, 이웃으로 향하고 있다.

단짝 친구 같았던 단월 할매의 죽음과 자신의 아지트 '신상문방구'를 이상하게 만들고 있는 황 영감 때문에 속앓이를 하던 동하는 편조가 서울로 떠나고 새로운 친구 모경을 마주하게 된다. 세 아이의 공통점이 있다면 가족과 떨어져 할머니와 생활한다는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 원인이고 그 원인은 이 이야기의 갈등으로 끝까지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편조가 부모님과 함께 살기 위해 서울로 갔을 때 편조의 갈등은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더 큰 갈등이 시작된다. 동하의 엄마가 다시 돌아왔을 때 동하의 갈등도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동하의 갈등도, 모경의 갈등도 이어진다.
이별이 안타깝고 쓸쓸한 까닭은 이별이 단절시키는 인연이다. 그리고 그 인연은 쌓아온 시간의 기억이고 그 기억이 추억이 되는 순간 인연은 다시 이어진다. 가슴 아픈 인연의 단절이 만들어낸 슬픔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잔잔한 흐름 속에 담고 있다. 단팥죽 가게와의 인연은 가족보다 더 끈끈한 타인과의 인연을 들려준다. 가족과의 사랑도, 타인과의 사랑도 작은 배려가 쌓여서 크게 자라게 한다. 《신상문구점》을 통해서 타인과의 인연이, 가족의 사랑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의미 있는 만남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