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르 몽스트르 Le Monstre
adaline 2025/09/2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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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 몽스트르 Le Monstre
- 아고타 크리스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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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 2023-04-06
: 1,073
더이상 신작을 만나지 못한다는게 한스럽다. 다들 [배회하는 쥐]를 최고라하는데 나에겐 [괴물]이 더 전율이었다. 하지만 수록작 모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며 이면과 행간까지 역시 대단했다. 같은 주제들로 하나하나 소설도 나왔다면 그 또한 명작이었을 것 같다.
늙은 것은 맞지만, 손에 100명의 목숨이 달린 힘있는 브레뒤모라고. 힘이 있다고? 하! 하! 자네는 흙으로 만든 잔만큼이나 힘이 없어. 권력은 다른 곳에 있어. 자네는 범행수단일 뿐이라고. 자네의 유일한 힘이라면 명령을 거절하는 거야.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그게 유일하게 남은 방법이야.- P135
괴물이 커지는 것을 막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놈이 좋아하는 먹이를 빼앗는 것이야. 인간의 육체말일세.
(그래, 맞아. 인간을 삼킨 후에 믿기지 않게도 높은그 즉시 커지네. 반대로 놈이 원래 먹던 먹이만 먹을 땐 조금씩 커지는 정도가 아니라 눈에 띄게 작아진다는 것도 알아냈네. 내 결론은 이렇네. 우리가 충분한 기간 동안 인육과 다른 모든 먹이를 놈에게서 빼앗는다면, 그놈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다가 결국은 완전히 사라질 거야.
완전히 사라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접근을 막아야 하네.
사람들에겐 달가운 일이 아니지. 모두 괴물에 길들여졌고 그를 필요로 한다는 것도 알아. 그들은그 꽃에서 나오는 독을 맡고 싶어 하니까. 독이라고요?
그래. 그 독이 영혼을 마비시키고 행복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거야.- P166
행복하다는 환상이지. 아주 찰나만 존재하는. 자네들 중에도 분명 그 환상이 없어지는 것을 원치않는 사람이 있을 거야.
우리에게 환상이 없어진다고? 영원히?
그래, 영원히 말이야. 선택을 해야만 해. 모두가 죽느냐, 아니면 괴물이 사라지느냐.
죽는 건 안 돼! 죽는 건 안돼!
괴물의 편이 되고 싶은 사람은 떠나도 좋아. 그 괴물 곁으로 다시 가서 아찔해질 때까지 그 꽃의 독을 맡고 벌린 그 입 앞으로 쓰러지라고. 자네들의몸을 그놈의 양식으로 바치게! 가서 그놈이 점점더 커지게 하라고!
그럼 그 꽃향기 때문에 사람들이 의식을 잃고 괴물의 주둥이 앞으로 쓰러진다는 겁니까?
물론이지. 움직이지 못하고 이동할 수 없는 놈의교활한 책략이라고. 그렇게 해서 놈은 자신에게중요한 양분을 얻는 거야.
다들 들었지? 이제 알겠지? 그놈이 원하는 건 당신들 몸이라고. 그놈이 주는 엄청난 행복감이 당신들을 그 역겨운 아가리로 이끄는 거라고.- P167
(무대 밖에서) 이제 지겹다! 당신 스스로 고문하고, 나를 고문하는 것도 이제 그만해! 우리 책임이 아니야....... 우리는 명령에 따랐을 뿐이야…………. 우린재판에 필요한 일을 했던 거야....... 다른 사람들도그런 일을 하지...... 우리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했을 거야...... 그리고 우리만 그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도 고문을 하잖아....... 세계 곳곳에서 고문을 한다고………….
세상 곳곳에서 고문 기술자들이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싶어 하지. 하지만 어떤 명령도, 어떤 절차도우리의 죄를 용서하지 못해. 우리의 죄는 용서나잊는다는 걸로 해결되지 않아. 우리의 영혼에 남은 그 더러운 자국은 죽음으로도 속죄로도 지워질수 없어.- P202
먼 미래의 어떤 시대라고 상상하자.
땅은 모두 콘크리트로 덮여 있고, 길밖에 없다.
다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길에서 태어나고 길에서 살아간다.
그들은 차가 순환하며 운행하도록 건설된 길을 걷는다.
자동차는 오래전부터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버려진 고물일 뿐이다. 사람들은 그런 자동차들을
‘피난처‘라고 부른다. 인류는 원시시대로 돌아가버렸고,
문명의 시대는 그저 ‘전설‘로만 알려져 있다.
전설은 태양, 별, 땅, 진흙, 꽃, 풀, 나무, 그리고집들을 이야기한다.
미신일까, 사실일까? 어떤 이들은 사실이라 믿고 있다.
또 다른 어떤 이들은 태초부터 지구는 콘크리트와안개로 뒤덮여 있는 거라 생각한다.
의문점들은 다음과 같다. 이 길들은 어디로 이어지는가.
끝이 있는가. 방향 표지는 왜 있는 걸까.
우리는 왜 걸어야 하는가. 출구는 있는가.
이 길들은 실제인가, 허구인가.
하지만 안심하시라. 지금으로서는 모든 것이 악몽일 뿐이다.
한 ‘도로 건설업자‘의 악몽.-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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