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약골로 태어났다. 너무 약해서 젖도 잘먹지 못했다고 한다. 죽을 줄 알고 밀쳐놓았을 정도라고. 하지만 할머니와 엄마가 입안에 젖을 떠먹여가며 겨우 살려놓았단다. 그러나 초등학교, 중학교때까지는 큰 병치레 없이 튼튼하게 자랐다. 하지만 고등학교 이후에는 살이 찌지 않고 늘 저체중에 약골이었다. 결혼전까지 기관지가 약해서 자주 앓기도 했다. 그러니 병원과 아주 친하지는 않았지만 몇번 입원을 했고, 부인과 수술을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저체중에, 중병을 앓지 않았지만 늘 골골거린다고 해야할까?
그래도 한의원과 친하지는 않았다. 한약을 처음 먹어 본 것은 결혼 초에 친정 어머니가 지어주신 보약이었다. 그리고 첫아이를 임신했을때 시할머니께서 산모와 아기를 위한 보약을 지어 주셨다. 그리고 한의원을 이용해본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한의사 사용법]에서 김동규 선생님은 "한의학은 몸을 '돌보는 의학'입니다. 돌봄이란 고장 나고 나서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고장 나기 전에 이상을 감지하고 균형을 바로 잡는 것입니다."-p27
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이때까지 나는 정말 몸을 돌보기 위해서만 한의원을 이용했던 것 같다.
언제인가 인라인을 타다가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은 적이 있다. 엉치뼈가 엄청 아팠지만 2주 정도 지나니 괜찮았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어깨와 팔이 계속 아팠다. 그때 한의원에 갔다. 친한 한의사님이 증상을 설명 들으신 후에 팔 보다 목에 침을 주셨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 뒤로 어깨와 팔이 말끔하게 나았다. 침이라는 것이 엄청난 효과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 뒤로도 다리를 다쳤을때도 다친 무릎보다 발목에 침을 주셨고 잘 나았다. 그래 봐야 몇번 경험하지 않았지만 그 뒤로 한의원을 조금 믿게 되었다.

증상이 있어서 한의원을 찾은 것은 아토피를 앓는 아들들 때문이었다. 음식을 가리고 처방해준 한약을 6개월 정도 먹였더니 잘 나았다. 그 뒤로도 음식을 특히 사탕이나 탄산 음료등을 먹이지 말라고 했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고등학교를 다닐 때 쯤 다시 아토피가 슬슬 올라왔다. 부모의 통제를 벗어나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사 먹을 수 있게 된 뒤에 음식을 가리지 않은 게 원인인 것 같았다. 큰 아들이 군대에 입대하고 면회를 갔을 때 깜짝 놀랐다. 아이 피부가 너무 좋아졌다. 규칙적인 생활에 균형잡힌 영양 가득한 음식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세삼 깨달았다.
[한의사 사용법]에서는 한의원과 친하게 지내야한다고 한다. 나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잘 되지 않는다. 한의원은 비급여인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아무래도 부담이 크다. 한약은 약값도 만만찮다. 그러니 한의원에 가기가 망설여진다. 실비보험이 있어도 전혀 도움이 안되니 잘 가지 않게 되는 것이다. 비용부담이 내게는 한의원의 문턱이 높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