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테일님의 서재
  • 뤼미에르 피플
  • 장강명
  • 15,300원 (10%850)
  • 2025-09-30
  • : 1,070


 재밌겠네,하는 생각을 의심의 여지없이 떠올리게 되는 소설집이다. 널리 알려진 작가의 이름도 그렇지만 동물과 인간이 섞인 기괴한 존재들에 대한 기묘한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소개도 흥미롭다. 예전에 읽었던 만화 중에 이런 분위기를 가진 작품*이 있는데 그 시리즈도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기대됐다. '뤼미에르 피플'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 만화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 

 강돌고래(10)와 코스타리카 황금두꺼비(12) 같은 것들 사이에 은근슬쩍 박쥐 인간을 끼워넣는다. 그럼 책을 읽다말고 검색창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짜인가 찾아보게 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살펴가며 천천히 책을 읽기 시작하는 동안 실소가 나온다. 당연히 박쥐 인간은 찾아보지 않았지만, 찾아봤자 배트맨이나 드라큘라 같은 것만 나오지 않을까, 이 자연스러운 침투력에 애꿎은 강돌고래와 코스타리카 황금두꺼비만 의심을 사는 것이 공교롭고 재밌다. 

 '[동시성의 과학, 싱크](300)'는 있지만 '무영검 파천황(302)' 게임은 없었다. 그러다 책 안에서 만난 불확실해하는 모든 것을 검색해보는 것처럼 누군가는 '레드망고(321)'를 검색해볼지도 모른다 떠올리니 섭섭해져서 이 요상한 확인 작업을 그만두었다. 기왕 개정판으로 다시 나오는 김에 요아정이나 요거트월드로 돌아왔어도 모른척 했을텐데, 하지만 그것은 분명 존재했었다고 환상이 된 현실 중 하나였다고 입맛을 다시며 추억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딨어 싶다가도 이런 일도 있겠지 싶은 이야기도 있다. 

 " 여자아이는 이제 왜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지 이해했다. 사람들에게는 끊임없이 다음 단계, 다음 목표가 필요하다. 어디든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 큰 틀에서 상황이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들의 사랑에는 다음 단계라는 것이 없었다. 77"
 환상적이고 묘한 이야기들 사이에 빡과 쩜, 나이트클럽 웨이터와 룸살롱 아가씨의 이야기를 읽다 그럴수도 있구나,하고 세상의 한 면을 이해하게 되는 상황을 만난다. 이게 다 귓가를 울리는 모기소리 덕분이라니. 

 가장 읽기 괴로웠던 것은 '808호 쥐들의 지하 왕국'이었다. 사실 비급 감성이 담긴 작품들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쥐여서일까, 일단 혐오감이 드는데 내용 자체도 엽기적이라 읽는동안 불유쾌함이 컸다. 하지만 이 단편들이 영상화된다면 아마 808호의 이야기를 보고 싶을 것 같은 자극적인 면이 있다. 처음 '뤼미에르 피플'을 봤을때 기대했던 스타일의 내용과 가장 비슷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최근에 봤던 책의 내용 중 기억 남는 것을 꼽는다면 이 내용을 소개할 것 같다.  

 내용이 독특한 단편이 있다면 형식마저 독특한 단편도 있다. 이야기 안에 이야기가 있었던 802호도 재밌었고, 잡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던 804호도 독특했지만, 805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반으로 나뉜 두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된다. 처음에는 오기로 한쪽씩 통으로 읽었다가 한 이야기를 쭉 이어서 읽어야겠다 싶어져 결국은 한 편을 세번 읽어야 했는데 이런 시도를 하도록 만드는 점도 매력으로 느껴졌다.  

 책에는 뤼미에르라고 되어 있지만 신촌에 있는 르메이에르 빌딩이 연상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광화문의 르메이에르를 떠올린다. 다 다른곳이지만 이 생각들이 '뤼미에르 피플'을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오가도록 만들어주는 요소이다. '뤼미에르 피플'은 그 자체가 재미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좋지만 읽는 사람에게 '어쩌면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면들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심어준다는 점이 좋다.  

 개정판으로 다시 돌아온 장강명의 세계, 독특한 환상 소설의 세계로 비가 잦은 가을의 휴일을 시작해봐도 좋겠다. 
덧붙여 그믐의 김새섬 대표에 대한 기도를 함께 남긴다. 

*펫숍 오브 호러즈 / 아키노 마츠리 작 / 서울문화사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