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에스더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청소년 문학, 청소년 소설이라는 말만 들어도 심장이 콩닥하는 사람이 있다^^
박에스더 작가의 전작도 읽었지만 매번 느끼는 것은, 박에스더 작가는 세계관의 크기를 감정의 크기만큼 조절한다는 점이다. 우주 시대, 영혼 이동, 보존 행성으로서의 지구, 종말론자, 조사단 등 거대한 SF 적 장치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SF의 옷을 입고 있지만 결국 ‘열아홉 장미래’라는 한 인간이 자기감정을 이해하는 과정을 담았다.
작가의 타고난 균형 감각을 통해 YA 소설을 쓰고자 하는 나에게도 중요한 가이드가 되어주는 소설이다.
책 초반에 장미래의 기억과 습관 중에 영단어 노트를 들고 있는 장면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지구에서 그것도 한국에서 고등학생으로 살아야 하는 숙명.
학군지에서 고 1 큰 시험이 끝나면 한 명씩 자살 사망사고가 생긴다. 결과는 사망자 숫자이지만, 시도한 아이들까지 합하면 엄청난 숫자다. 무엇이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가? 답은 이미 오래전에 있었다. 내가 학창 시절에도 이미 답은 있었다. 그것은 다들 알면서 행동하지 못하는 그것!!!! 우리 국민 전체가 2교시 영어 시간에 날아가는 비행기 이착륙 도움조차 조용히 하며 가담하는 성적 만능주의, 수능 중심, 인생 한 방, 경쟁 중심주의, 엘리트주의의 결과다. 아이들이 견딜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연약해빠져서 그렇다고 말하는 어른들에게 제발 청소년 소설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시기만 잘 넘기면 된다는 어른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 인생에서 잘 참고 견디기만 해야 하는 시기는 없습니다! 각 시대마다 행복할 권리는 당연한 권리입니다. ) 각 시대마다 그 시대가 살아내야 할 과업의 무게가 다르다. 고등학생의 책가방을 메어본 적 있는가? 도대체 이걸 어떻게 들고 다니지 싶을 만큼, 온몸이 기우뚱할 만큼 무겁다. 그런 무게를 짊어지고 아니 매고 아침 7시 15분 집에서 출발한 아이는 학원과 과외를 돌고 밤 11시쯤 집에 들어온다. SNS로 온통 이 폭력적인 시대에 아이들은 가방을 무기 삼아 보이지 않는 폭력을 견디는 중이다.
DMZ 중립지대에 학교라는 설정, 임무를 맡아 지구로 온 미래, 그가 사랑한 한영, 종말론자들, 멸종 그리고 조사단의 파견...
한 세대가 동시에 태어나서 동시에 죽는 거문고자리인, 육체는 지구에, 영혼은 우주에 육체를 바꿔가며 살아가는 설정.
감정을 삭제당한 육체 감정의 기억을 간직한 영혼 그 사이의 정체성을 찾아헤매는 열아홉 살
우주는 너무나 드넓고, 필요한 것은 계속해서 생기며, 아직 탐사되지 않은 곳도 많다. 그렇기에 떠돌아다니는 것은 우주시대의 미덕이다.
동화는 한곳에 오래 머무른 우주인들이 앓는 병이다. 한곳의 시공간과 문화에 젖어 들어간 나머지, 그곳의 흐름만이 유일하고 진실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현상이다 P77
종말이 와도 난 이곳을 지킬래 P128
소설은 미래, 한영, 한성제의 시점에서 각 챕터가 다르게 서술된다. 감정 묘사는 과잉되지 않고 살짝 눌러쓴 듯한 문체라 더 아리게 다가온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 있다. 영혼과 육체 분리에 대한 서사를 내가 처음 접한 것은 켄 리우 작가님 소설에서였다. 이제 SF 소설의 흔한 소재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어떤 선택을 할지 묻는 듯하다. 오랜만에 설레며 읽은 소설이다.
작품의 주제 분석해 보면 정체성을 되찾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첫째, 감정의 복원에 대하여, 기적이란 결과가 아니라 내 세계를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은 종말을 성장의 다른 표현으로 말해준다.
또 하나는 미래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선택의 문제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너는 미래가 아니다.”라는 한성제의 말처럼 미래는 결국 자신이 ‘어떤 버전의 나’를 선택할 것인지 결단한다. 삶의 선택이 너무 이른 나이에 강요되기도 하는 현실의 청소년들에게 이 이야기는 헤매고 방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그 시기를 관통하며
마음껏 흔들리되 다시 자신만의 고유한 자를 찾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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