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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책] 기획회의 612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7,000원 (350)
  • 2024-07-20
  • : 30

얼마 전 서한나 작가의 《드라마》를 읽고 서한나 작가가 편집장으로 있는 대전 지역 잡지 《보슈(BOSHU)》를 알게 됐다. 저자 인터뷰를 몇 가지 찾아보면서 《보슈》가 잡지로서 지역의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여성 축구팀이나 주짓수 클래스를 운영하고 비혼 여성 커뮤니티를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기획해 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보슈》가 단지 ‘잡지’가 아니라 ‘문화기획자그룹’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서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기획회의 612호 INTRO에서는 최근의 미디어가 사실상 사람이나 공간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포스트매스미디어’ 개념을 설명하며 지역 잡지 역시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보슈》도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홍대의 이야기를 담은 《스트리트H》, 익산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을 취재한 《비마이크(Be mike)》,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브리크brique》, 지역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방식을 다룬 일본의 로컬 잡지 《턴즈》 등 도시와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지면 밖에서 사람들과의 연결을 만드는 잡지들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었다. 


  612호에 실린 로컬 잡지 이야기에서 돋보인 건 지역에 대한 애정이다. 《스트리트H》 편집장은 홍대를 15년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로 그만 둘 이유를 찾지 않는 관성을 꼽지만 사실 그 바탕에는 홍대만의 개성있는 문화 자산이 지속되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있었다. 《비마이크》를 창간한 로잇스페이스 대표는 고향인 익산에 돌아와 지역 재생의 주도자를 자처하고 할 일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위 사례처럼 지역을 아끼는 마음이 바탕이 될 때 잡지가 지면을 넘어 사람들을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 형태가 될 수 있는 듯하다. 《스트리트H》가 쌓아 온 기록은 과거의 홍대 주민, 예술인들과 현재의 홍대 사람들을 연결하며 홍대의 변화 과정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비춘다. 《비마이크》의 기록은 단순 인터뷰어로서가 아니라 지역 주민으로서 익산 중앙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계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브리크brique》가 공간에 대한 관심을 사람들의 삶으로 확장해 온 시도 역시 로컬 잡지로서 그들이 만들어 갈 연결을 기대하게 한다. 지역 이주를 고려하는 20~40대 독자를 위한 일본의 로컬 잡지 《턴즈》는 지역의 여러 크리에이터와 함께 이벤트를 기획하고 온라인으로 지역 제품을 소개하거나 지역 비즈니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앞서 언급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함께 소개된 ‘지역부흥협력대’나 ‘다거점 주거’ 등 일본의 로컬 정책이나 사업 키워드도 흥미롭다.


  로잇스페이스 대표는 잡지가 사양산업(!)인 출판 중에서도 좁은 영역에 속하지 않냐는 걱정을 들은 적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브리크brique》 발행인은 잡지 다섯 권을 내고 6개월간 휴간을 거쳤다고 하니 괜한 걱정이라며 쉽게 넘길 수 있는 말은 아닐 것이다. 다만 레거시 미디어의 주간지가 폐간된 반면 독립 잡지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잡지라는 매체의 미래가 전부 불투명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치다 다쓰루는 현재 일본에 남아 있는 잡지의 특징을 분야의 전문성과 콘텐츠 스타일의 명확성으로 분석했다(p.25). 《브리크brique》 발행인 역시 창간 당시 《여성중앙》 등 대표적인 잡지가 폐간되고 오히려 개성 있는 콘텐츠를 다루는 독립 잡지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핵심 독자를 뾰족하게 설정하는 대신 독자 일반이 좋아하는 이야기로 지면을 채우다 보면 엇비슷한 잡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일까? 뚜렷한 개성을 지닌 콘텐츠와 매체를 원하는 독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지역 잡지를 비롯한 여러 독립 잡지가 지속할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 같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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