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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책] 기획회의 611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7,000원 (350)
  • 2024-07-05
  • : 60

611호를 읽으며 '로컬' 개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기획회의》에서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로컬’을 다뤘는데 초기에 나온 로컬호의 경우 다소 수도권 중심적인 시각의 내용이 포함되었다면, 608호에서 관점이 전환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로컬을 서울의 관점이 아니라 지역의 관점에서 다시 봐야 한다는 기사가 실렸기 때문이다. 611호 역시 전반적으로 그 연장선상에서 ‘로컬 브랜딩’에 앞서 지금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많아서 로컬 특집호가 추가될수록 로컬에 관한 논의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로컬 브랜딩의 현재와 미래〉에서는 인문학과 IT에서 정의되는 ‘로컬리티’를 소개하며 서두를 여는데, 두 영역 모두 로컬리티가 지니는 핵심적인 의미를 공유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인문학의 '로컬리티'가 근대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편성된 세계 질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탈식민성이나 다양성을 내걸었다면, IT 영역의 '로컬' 역시 독립적인 성격이 강조되는 개념이다. 즉 로컬은 중심에 종속되지 않는 고유성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로컬 브랜딩 역시 지역의 고유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또한 브랜딩 과정에서 사업 이후에도 지속될 지역 주민의 삶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지역 주민들의 삶과 지역이 이미 지닌 고유성에서 의미를 찾는 브랜딩이 지속 가능하고, 오히려 타 지역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데 집중하는 것보다 지역 주민의 삶에 집중할 때 효과적으로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


  얼마 전 읽은 《압축 소멸 사회》의 저자 역시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떠나는 청년을 붙잡는 정책보다 현재 지방에 살고 있는 청년들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려면 지역에 사는 청년을 ‘실패자’로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 결정자들부터 서울이라는 중앙에 종속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를지도 모르지만 우치다 다쓰루는 《로컬로 턴!》(이숲)에서 청년이 도시를 떠나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탈출로 분석했다. 이들은 도시 사회의 한계를 일찍 자각하고 생존을 위해 탈출한 사람이지,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지역 주민의 삶을 강조했듯, ‘로컬 브랜딩’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몰아내서는 안 될 일이다. 〈로컬은 브랜드가 아니라 삶의 터전〉에서는 지역민을 배제한 도시 재생 사업이 투기 바람과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부작용을 만든다는 점을 꼬집으며 지역민이 주체가 되는 도시 재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의 ‘마치즈쿠리(마을 만들기)’는 100년의 계획을 가지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며, 독일의 하펜시티 항만 도시재생 마스터플랜은 10년 이상의 전문가 토론을 거친 후 25년 이상 재생을 한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5년 안에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주민이 스스로 결정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로컬 브랜딩이 단지 잠깐 사라질 유행을 만들어 내는 데 그치지 않으려면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관점 자체를 전환해야 할 듯하다. 또한 일본에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차지차가법이나 독일에서 지가상승을 막기 위해 지자체가 개인의 토지나 주택을 매입하는 선매권 제도 등 기사에 소개된 해외 사례를 보며 관련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기획회의 621호-로컬은 새로운 기회인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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