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에서부터 책 내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환경을 위한 실천이라고 하면 흔히 비장함부터 갖추거나 죄책감을 느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바꾸고 싶다는 저자의 말에 환경 실천은 쉽지 않다고 생각했던 나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환경 실천은 죄책감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텀블러를 챙기지 못해 종이컵을 써야 한다든가 걸레를 쓰기에는 번거롭다는 이유로 물티슈를 쓸 때 환경을 위해서는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며 편리함을 포기할 각오를 세우곤 했기 때문이다. 환경 실천법이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주변에서 보내는 유난이라는 시선 때문이기도 하다. 새것을 사지 않으려고 빈티지 의류 쇼핑몰이나 중고 거래 앱을 뒤지면 엄마는 내가 돈을 아끼려는 줄 알고 (그런 이유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알뜰하다며 칭찬하거나 측은한 눈빛을 보낸다. 물건을 고치는 데 드는 비용이 새 물건을 살 때 드는 비용보다 더 많다면 고장 난 물건을 버리고 새것을 사는 편이 지극히 당연하게 느껴진다. 새 물건을 마다하고 시간과 돈을 더 들일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일부러 발품을 팔면서 대장간을 찾아 새것을 살 때보다 더 비싸게 돈을 주고 칼을 고치고, 가게에서 받은 종이 포장지가 너무 튼튼하고 깨끗해서 다시 돌려주러 가는 저자를 보며 누군가는 유난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 역시 내심 새 걸 사고 싶어서 가스레인지가 고장 나지 않는 걸 아쉬워하고, 종이 포장지를 돌려주며 약간의 민망함을 느끼기도 하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일 뿐이다. 저자가 환경을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특별히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작은 것부터 시작해 꾸준히 실천의 범위를 넓혀 온 덕일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간단한 실천만으로도 환경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식재료가 들어 있던 유리병을 다시 사용하고, 고장 난 우산의 천을 뜯어 돗자리로 쓰고, 머리를 감거나 샤워할 때 쏟아지는 물을 대야에 받아 두었다가 걸레를 빨 때 사용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뭐든 망가질 때까지 애착을 갖고 물건을 사용하고, 쓸 만한 물건은 다시 나누고, 물과 전기를 아끼는 저자만의 비결이 가득해 환경을 위한 실천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더 많은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저자는 과일 씨앗을 베란다 화분에 무작정 심어 2미터 넘는 모과나무를 만들어 내고, 비파 모종을 나눠 주며 식물의 생명력을 실감한다. 과일을 먹은 사람들이 길가에 과일 씨앗을 심으면 과일나무로 가득한 도심이 될 거라는 저자의 상상은 단지 재미있는 얘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환경 실천을 지속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를 보여주는 듯 느껴진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저자의 상상력은 그가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도 환경 실천을 지속해 온 원동력이지 않을까. 환경 실천의 어려움이나 회의감에 절망하기보다 나와 우리의 행동이 만들 변화를 상상할 때 환경 실천의 뿌듯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을 이야기할 때 정부와 기업을 비판하는 무거운 내용도 분명 필요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그런 이야기가 체념과 자포자기 상태를 만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환경 실천도 간단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이 책이 소중한 이유다. 익숙지 않은 일에 이질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이 책과 함께라면 작은 실천이 만들어 낼 변화를 상상하며 약간의 불편함도 이내 즐거움으로 바꾸어 환경을 위해 행동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