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도착한 책 표지를 보고 잘못 골랐다고 생각했다. 큰 제목만 보고 일반적인 글쓰기 책인 줄 알았지, 언론사 입사 시험에 특화된 내용인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책을 고를 당시에는 표지 사진을 확인할 수 없던 터라 소개를 잘 읽어봤어야 했는데 대충 보고 신청해 버린 내 탓이었다. 필기시험 준비에 필요한 내용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약간의 선입견을 품고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글쓰기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내용이나 평소 글쓰기 연습을 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조언이 많아 유용했다.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저널리즘 글쓰기를 주로 다루는 책이지만, 논픽션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에게도 활용도 높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1장이 다루는 저널리즘 글쓰기의 기초는 저널리즘에만 국한되지 않고 글쓰기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저자는 저널리즘 글쓰기가 문학적 글쓰기와 학술적 글쓰기의 경계에 위치한다고 설명한다. 저널리즘은 감수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출 필요가 있지만, 문학 영역이 요구하는 예술적 표현 기술이나 학술 영역의 현학적인 글쓰기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문 작가 같은 탁월한 실력이나 깊이 있는 이론이 필수는 아니라는 저자의 설명은 글쓰기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가 이 책을 가깝게 느끼는 요인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애초 저널리즘이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글이라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그가 정리한 저널리즘 글쓰기의 요구사항인 ① 알기 쉽게 쓴다, ② 군더더기 없이 치밀하게 쓴다, ③ 신선하게 쓴다 역시 일반적으로 좋다고 여겨지는 글의 요건과 닮아 있다. 좋은 글의 요소로 저자가 언급한 표현력과 구성력, 내용을 대응해 보면, 알기 쉽고 군더더기 없는 글은 표현력과 구성력에, 신선한 글은 내용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글쓰기에 앞서 다독(多讀)과 다상량(多商量)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특히 강조한다. 앞서 제시된 요건 중 ‘내용’을 잘 쓰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테다. 그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100 대 1 법칙을 소개하며 글쓰기로 1을 출력하려면 100이 입력돼야 한다고 본다. 입력이 빈약하면 출력되는 글쓰기도 단순 요약이나 짜깁기, 심하게는 표절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때 다독을 넘어서는 ‘체계적 독서’를 통해 여러 권의 책을 종합해 비교함으로써 나만의 결론을 내고, 권위자의 말이나 학술적 이론을 내 생각과 언어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며 차별화된 내용을 만들 수 있다. 2, 3장의 논술과 작문 공부법 중 논제를 정리하는 방법이나 인상적인 콘텐츠에 대해 자신만의 맥락을 메모해 두는 연습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표현이나 구성 등 형식에 대한 구체적 첨삭은 이 책에 친절함을 더한다.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글쓰기 능력을 키워야 하는 언론사 준비생을 위한 효율적인 훈련법도 눈에 띈다. 비문학 독서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나 생활 속에서 글감 찾기, 글을 읽고 논지를 파악해 설계도 그려 보기 등의 방법이 그것이다. 2, 3장은 1장과 비교해 논술과 작문이라는 언론사 필기시험 준비법을 더 구체적으로 다뤄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는 눈길이 덜 갈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단지 자신의 주장만을 위한 글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대화와 이해를 촉발하는 글을 쓰려면 논술의 설득력과 작문의 주목력을 두루 갖출 필요가 있다. 2장에 설명된 논리적 표현과 구성, 논증법은 설득력을 기르고 싶은 이들에게, 3장의 작문 작성 전략인 통찰력, 감동력, 주목력은 신선한 글을 쓰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자신만의 글쓰기 스타일을 완성하려면 평생에 걸쳐 단련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활동한 윌리엄 진서도 “글쓰기가 단번에 완성되는 생산품이 아니라 점점 발전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글을 잘 쓸 수 없다.”*고 했다. 보이지 않아도 꾸준히 쌓이는 글의 힘을 믿고 쓰는 수밖엔 없다. 이렇게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에 몰두하다 보면 문득 왜 쓰고 있는지를 자문하게 될 때가 있다. ‘왜 쓰는가?’란 질문에 대해 저자는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글쓰기야말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글쓰기의 모습”이라고 답한다. 어떤 가치를 위해 펜을 들지는 다시 글을 쓰는 우리가 대답할 몫이다.
*은유, 《쓰기의 말들》(유유, 2016), 158쪽
글쓰기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침묵으로 말을 걸고, 그 이야기는 고독한 독서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고 울려 퍼진다. 그건 글쓰기를 통해 공유되는 고독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눈앞의 인간관계보다는 깊은 어딘가에서 홀로 지내는 것이 아닐까? (리베카 솔닛)
― 은유, 《쓰기의 말들》(유유, 2016), 228쪽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