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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책] 기획회의 609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7,000원 (350)
  • 2024-06-05
  • : 65

학교에서 주로 사회서를 읽는 독서모임이나 인권 관련 텍스트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친구들과 우리가 어디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겠냐는 말을 많이 했다. 아마 서로에게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새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때 우리에겐 책 내용만큼이나 관계도 중요했던 것 같다. 기획회의 609호에는 《독서모임의 진화》라는 제목처럼 최근 진행되는 독서모임의 새로운 형태나 특징과 함께 독서모임이 만드는 다양한 관계를 다룬 글이 실렸다. 유료 독서모임 서비스 ‘트레바리’와 온라인 독서모임 플랫폼 ‘그믐’, 당근마켓의 모임 기능 활용법 등을 소개한 글에는 각 플랫폼만의 특징과 이용 방법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독서모임 트렌드 파악에도, 독서모임 개설이나 참여 방법을 알아보는 데에도 유용할 듯하다. 


  특히 인트로 글에서는 〈‘책 모임’에서 연애하면 안 되나요?〉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독서모임이 꼭 책만 읽는 모임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냐는 물음이 돋보인다. 필자는 책을 핑계로 모여서 책과 상관없는 수다를 떠는 모임이라도 괜찮지 않냐며, 일단 책을 계기로 사람들이 모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언뜻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애초에 책읽기는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개인적인 경험이기에 독서모임에서는 책보다 관계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나아가 책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없어서 사람들이 책과 멀어지는 지금, 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관계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책을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눌 때 생기는 다양한 관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독서모임에서는 일단 책을 같이 읽어냈단 사실만으로 유대감이 생기는데, 보통 어려운 책일 때 그 유대감이 더 커진다. 독서모임 ‘독하다 토요일’을 만든 편성준 작가도 어려운 작품을 같이 읽으며 “행간에 숨은 의미까지 알게 되는 기쁨”을 맛봤다고 말한다. 이때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관심사나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면 그 관계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북살롱 오티움 정혜승 공동대표가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에서 나이나 배경, 관점은 다르지만 “결이 비슷한 이들을 만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음을 강조했듯 말이다. 


  물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독서모임의 묘미다. 편 작가는 ‘독하다 토요일’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협소한 시선으로 책을 평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경험을 소개한다. 책읽기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임에도 모여서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세계를 바라보던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각도에서 세계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가 대신 읽어줄 수 없는 것이 책이지만, 적어도 내가 지금껏 봐 왔던 방식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관점도 기꺼이 빌려 보는 ‘함께 읽기’는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독하다 토요일’이 테니스도, 등산도 아닌 책 모임이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었다는 편 작가의 말은 책만이 가지는 매력을 증명한다. 책 모임에서만 가능한 경험이 만들어 내는 연결의 모습을 살펴보며 우리는 책을 통한 관계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책과 가까워질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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