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동물복지라고 하면 비거니즘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동물복지가 결과적으로는 동물이 도축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점이 특히 한계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가 머리말에서 언급했듯 돼지의 복지를 위한다면서 결국 잡아먹는 건 모순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처럼, 동물복지를 공격하거나 그 필요성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체적인 소비가 급증하면서 육류 소비량도 증가했는데, 이때 양돈업자들도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이윤 추구를 위해 항생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의 건강도 위협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물복지가 등장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가 1장에서 제시한 관행적인 국내 양돈장의 모습을 살펴보며 동물복지의 필요성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돼지가 새끼를 낳는 기계나 살찌워야 하는 대상으로서만 여겨지고, 돼지들의 건강 상태나 생활 환경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이 글과 사진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져 와 더욱 충격적이었다. 인간이 돼지를 도축하기 위해서 키울 수밖에 없다면, 그 돼지가 사는 동안만큼은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복지 이론이나 동물복지 수준 평가 기준이 제시된 3장 내용에서는 동물복지가 실험으로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학 분야이믕ㄹ 알 수 있었고, 해외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의 농장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현재 제도의 한계는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소비자로서 동물복지 축산물의 가치를 인정하고, 동물복지 필요성을 위해 목소리 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