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생화 쉽게 찾기』는 윤주복 식물생태연구가 쓴 야생화 도감으로 풀꽃과 나무꽃을 합쳐서 2,100여 종의 식물을 소개한다. 1,500여 종의 풀꽃과 670여 종의 나무꽃이 담겨 있는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출퇴근길에, 학교가는 길에, 산책가는 길에 피어있는 꽃들의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식물 분류는 먼저 '풀'과 '나무'로 크게 나누고 → 각각 계절별로 '봄에 피는 꽃'과 '여름에 피는 꽃'(가을에 피는 꽃은 여름에 피는 꽃에 포함되었다)으로 구분한 뒤 → 계절 내에서는 '꽃의 색깔'과 '꽃잎 수'로 구분하였다 → 꽃잎 색깔 구분은 크게 붉은 색, 노란색, 흰색, 녹색 4 가지로 나누었다.
금목서
책을 받아들자 마자 내가 가장사랑하는 야생화 중의 하나인 '금목서'를 찾았다.
먼저 책의 색인인 '꽃 이름 찾아보기'에서 금목서를 찾아 본다. '꽃 이름 찾아보기'(색인)는 '풀꽃 이름'과 '나무꽃 이름' 으로 크게 나뉘어 있고, 각각은 가나다 순이다. 금목서는 '나무꽃 이름'에서 찾을 수 있다(546페이지에 금목서가 소개 되어 있다). 이제 546페이지를 펼친다. 금목서 사진을 보자마자 너무나 반갑다.
금목서는 물푸레나무과로 중국 원산으로 국내에서는 남부 지방에서 관상수로 심는다. 잎은 마주나고 좁은 타원형이며 가죽질이고 끝이 뾰족하여 사안부에 잔톱니가 있거나 밋밋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암수딴그루로 10월에 주황색 꽃이 모여 핀다. 금목서는 내가 어렸을 적 다녔던 학교에 심어져 있었는데 그 향기는 아마도 어린 시절 내게 가장 강렬한 후각적 체험이었다. 나는 놀라울 정도로 유년시절이나 학창시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따라서 나의 감각체럼 역시 놀라울 정도로 삭막하다. 그래서 나는 문학작품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길게 설명하면 읽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그러나 금목서라는 존재가 거의 유일하게 내게 프루스트적 순간를 체험하도록 한다.

강아지풀
'강아지풀'은 풀의 이름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좋아했었다. 그리고 풀의 생김새도 이름만큼이나 귀엽다. 강아지풀은 여름에 피는 풀꽃으로 벼과에 속한다. 밭이나 길가에서 만날 수 있으며, 잎집과 잎혀에 털이 나있다. 8월에서 10월 줄기 끝에 달리는 원통형 꽃이삭은 5~10센티 길이이며 끝이 비스듬히 처진다.

어렸을 때 엄마나 다른 성인들과 함께 길을 걷거나 산에 갔을 때 그들이 특별히 어른처럼 보였던 때가 있는데 바로 그들이 길에서 마주치는 꽃과 풀, 나무의 이름을 알려줄 때였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풀과 나무를 구분하고 아름답게 피어있던 정체 모를 꽃의 이름을 밝혀서 알려주던 그들의 모습은 어린 내게 이 세상에 대해 아는 것 많아 보이는 '어른들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한편 세월이 흘러 외양은 어린 내게 각인되어 있던 어른들의 모습만큼 나이를 먹었지만 풀과 꽃에 대해서 아는 바는 여전히 어린 시절에 멈추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존재가 참으로 든든하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