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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냥의 서재
  • 너무 한낮의 연애 (리커버 한정판)
  • 김금희
  • 10,800원 (10%600)
  • 2020-09-09
  • : 10,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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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는데도 연애를 한 적이 없다. 사귈래요? 그래요. 했다가 헤어질래요? 그러죠. 하며 갈라졌던 만남을 연애라 부르기는 힘든데, 그게 전부였으므로. 한때는 그 사실이 짜증이 났다가, 그 다음에는 부끄러웠다가,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정말로 나이가 들었구나 싶다.

연애를 주제로 삼는 글은 좋아한다. 까탈스럽게도 이건 동정이고 이건 착각이고 이건 기만이군, 하며 소설 속 연애를 헤집어 분석한다. 연애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소설 속 연애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꼴은 우습다만, 그렇게 따지자면 대부분의 독자는 대부분의 소설을 읽을 자격이 없으리.

<너무 한낮의 연애>에 등장하는 연애란 (연애와 무관한 글이 더 많지만) 진짜더라. 그래서 일단 마음에 들었다.


1.
제목 선정이 탁월하다. 수록된 글 하나 하나가 한낮처럼 눈부시다. 멋지거나 아름답거나 대단하다는 비유가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잠깐씩 눈을 가리고 싶을 정도로 분명하고 올곧다. 내 안의 초라함까지 다 까발려질까 무서운데 그게 또 싫지는 않다.

강한 빛에 희게 바랜 오래된 유적지를 거닐면 이럴까. 가식의 꺼풀이 모두 벗겨진 세상. 필용과 양희도, 조중균씨도 세실리아도 그리고 모두가 진심으로 각자의 삶을 살았구나 생각했다.


3.
나른하다. 햇볕을 온몸으로 쬔 듯하다. 여름같은 책이니 겨울에 딱이다. 생경하고 차가웠던 올해에 안녕을 고하며 읽었다.

오늘이 불안했듯 내일도 불안하겠지만, 그래도 계속, 앞으로. 햇빛 속으로.








아무것도 쓰지 않고 이름만 적는 건 부끄러운 일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얻어지는 형태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 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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