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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화
  • 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
  • 조미정
  • 18,000원 (10%1,000)
  • 2025-09-22
  • : 1,34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소란스러운 하루 끝, 마음이 흔들릴 때 우리는 본능처럼 고요를 찾는다. 그러나 고요는 쉽게 오지 않는다. 텅 빈 방에서도,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은 순간에도 마음속 소음은 계속 울린다.

그럴 때 펜을 드는 일은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글자를 옮겨 적는 단순한 행위가 내면을 다잡아 주고, 불안을 잠재운다. 『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는 바로 그 경험을 책으로 건네준다.



조미정 작가는 시골의 작은 독서 모임에서 수년간 읽어 온 책들 가운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문장들을 가려 담았다.

그 결과물은 화려하지 않더라도 마음에 스며드는 힘이 있다. 철학, 문학, 인문학의 고전에서 길어 올린 구절들이 한 권에 모여 있으니,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인문학의 진수를 압축해서 만나는 느낌이다.

읽어 본 책에서 다시 마주하는 문장은 낯설게 다가오고, 읽지 않은 책의 구절은 앞으로 읽어야 할 이유가 된다. 이 책이 갖는 힘은 바로 그 낯섦과 친숙함의 교차다.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필사라는 형식이다. 책의 왼쪽 면에는 문장이, 오른쪽 면에는 여백이 있다. 그 여백은 단순한 빈 칸이 아니라, 독자에게 건네는 대화의 창이다.

필사는 단순히 글자를 옮겨 쓰는 기술이 아니다. 몸으로 문장을 통과시키며, 그 안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실제로 써보니 손끝에 힘을 주는 동안 내 안에서 조용히 균형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글자가 마음을 다스린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책 속에는 도스토옙스키, 버지니아 울프, 에리히 프롬, 알베르 카뮈, 헤르만 헤세, 에크하르트 톨레 같은 이름만 들어도 묵직한 저자들의 문장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 문장들은 교양의 장식품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삶의 문제와 곧바로 연결되는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예컨대 "무언가가 된다는 것은 하나의 과정이고"라는 문장은 막막한 시간을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과정 자체가 의미임을 일깨워 준다.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은 존재의 독립성을, 에리히 프롬의 문장은 사랑의 태도를, 알베르 카뮈의 문장은 삶의 충만함을 다시 묻는다. 이렇게 각 문장은 고전 속에 머물지 않고 지금의 우리 삶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는 글을 잘 쓰기 위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잃었을 때, 어떤 문장을 붙잡으면 좋을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가 골라낸 문장들은 하나하나가 등불 같아서, 잠시 길을 잃은 이의 발걸음을 비춰 준다. 필사를 통해 얻는 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면의 균형을 회복하는 힘이다.


고요는 멀리 있지 않다. 그저 펜을 들어 한 줄을 쓰는 순간, 이미 고요는 우리 곁에 와 있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일깨워주는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한다.

『고요해지기 위해 씁니다』는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글쓰기를 통한 회복의 가능성을 따뜻하게 건네는 책이다.

이 책이 건네는 문장을 따라 쓰다 보면, 내 안에 나를 만나볼 수 있는 고요한 순간의 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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