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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화
  • 스토리 클래식
  • 오수현
  • 14,850원 (10%820)
  • 2022-08-10
  • : 1,535

하인이었던 하이든, 어른아이 모차르트, 짝사랑 마니아 브람스……

위대하지만 이상하고, 사랑스럽지만 어딘가 요상한

천재 음악가 16인의 삶으로 듣는 클래식 이야기 (책 띠지 중에서)

이 정도의 설명으로도 이 책에 호기심이 충분히 생겼다.

음악가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조금씩 듣고 읽고 그랬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알 것이다. '오오, 이런 이야기가!'라는 반응이 나온다.

키워드로 정리해놓은 음악가들의 이야기이기에 일단 목차를 읽어나가다 보면 바로 궁금한 생각이 드는 음악가가 나올 것이다.

따분하기만 했던 클래식 교양은 이제 그만.

천재 음악가들의 스토리가 양념처럼 더해지니,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클래식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그건 재미있게 술술 풀어내는 이야기여서 그럴 것이다.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어서 다르게 다가오는 것일 테다.

이 책 《스토리 클래식》을 읽고 나면 천재 음악가들이 엄청 먼 사람들이 아니라, 한 발짝, 아니 두세 발짝 쯤은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오수현.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했고 지금은 <매일경제>에서 기자로 생활하고 있다. '음대 나온 기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십분 살려 정치 기사처럼 쉽게 읽히고, 경제 기사처럼 중요한 정보만 추려낸 클래식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 (책날개 중에서)

저는 서점 예술 코너를 찾아 《스토리 클래식》을 집어 든 분이라면 클래식 음악에 어느 정도 귀가 열린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이기에 더더욱 학창시절 교과서나 백과사전에서 읽었을 법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천재 음악가들의 아주 사적인 삶을 이야기해주는 책, 이 점이 책을 집필하면서 지향했던 지점입니다. 근엄한 초상화와 웅장한 교향곡으로 박제된 이들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그들 삶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한평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기뻐하고 슬퍼하고, 상처를 주고받고, 자신감과 열등감을 오갔던 인간이었다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에는 16인의 음악가에 대한 글이 담겨 있다.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그때 그 시절엔 유니폼 입은 하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몸도 마음도 성장을 멈춘 슬픈 어른아이', 루트비히 판 베토벤 '35년간 무려 60번 넘게 이사 다닌 삶', 프란츠 슈베르트 '친구 잘못 만나 신세 망친 천재', 펠릭스 멘델스존-바르톨디 '과로로 너무 일찍 늙어버린 청년', 프레데리크 쇼팽 '사랑을 갈구했지만 허약하고 불완전했던 남자', 로베르트 슈만 '정신병 앞에 무너져 내린 거장', 프란츠 리스트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잡았다', 리하르트 바그너 '최악의 막장 드라마 주인공', 요하네스 브람스 '일평생 짝사랑만 했던 비운의 남자',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한 여성과 13년간 편지만 주고받은 사연', 자코모 푸치니 '오페라보다 더 비극적이었던 결혼 생활', 구스타프 말러 '지휘하다가 결혼식 올리고 돌아온 워커홀릭', 클로드 드뷔시 '여인들을 자살로 몰아간 희대의 나쁜 남자', 에릭 사티 'BGM의 창시자',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어느 내향형 음악가의 슬픈 사연'으로 나뉜다.



무엇보다 이 책은 클래식을 잘 아는 사람은 물론,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일명 클알못까지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그러는 데에는 키워드의 역할이 크다.

멘델스존은 '과로로 너무 일찍 늙어버린 청년'이라고 하고, 드뷔시는 '여인들을 자살로 몰고 간 희대의 나쁜 남자'라는데,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인지 결국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이들 중 멘델스존에 대해서 짚어본다.

베토벤, 하이든, 리스트, 바그너 등 19세기의 위대한 음악가 몇몇은 데스마스크를 남겼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이들의 말년 얼굴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죠. 이 중에는 38세에 요절한 천재 음악가 펠릭스 멘델스존-바르톨디의 데스마스크도 남아 있습니다. 멘델스존의 데스마스크를 보면 마흔도 채 안 된 남성의 얼굴이라고는 믿기지 않습니다. 50대 중반으로 보일 정도로 실제 나이보다 늙어 보이죠. 멘델스존은 30대에도 흰머리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는 왜 이렇게 늙어버렸던 걸까요. (95쪽)

멘델스존은 어릴 적부터 아침잠을 줄여가며 하루 종일 과외 수업을 받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여유와 쉼을 즐기지 못했는데,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 시간을 허비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을 가혹할 정도로 몰아붙였다고 한다.

멘델스존은 잘생긴 용모에 외국어, 그림 실력까지 다방면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인 만능 교양인(96쪽)이며, 쉬지 않는 자기계발형 인간이었던 것이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타고난 재능을 남김없이 불사른 천재, 그런데 무언가 씁쓸하다.

특히 멘델스존의 데스마스크를 보면 정말 38세 남성의 얼굴이라기보다는 50대 중후반으로 보일 것이다.

천재 음악가에 대한 글만 보고 아쉬울 필요는 없다. QR코드를 체크하면 주요 작품을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음악만 듣던 때와는 또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며 라흐마니노프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동안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만 즐겨듣고 그에 대해서는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클래식 작곡가들을 통틀어 가장 키가 컸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퀴즈를 내고 있다. 정답은 러시아의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198센티미터의 장신이었고, 큰 키만큼이나 손이 커다래서 아무리 어려운 작품이라도 우아하고 매끄럽게 연주해내는 피아니스트였다고 한다.

이제 이해가 간다. 라흐마니노프의 곡은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데, 키가 198센티미터인 사람이니 손도 컸을 것이고, 갖가지 기교를 커다란 노력 없이도 해낼 수 있는 신체적인 조건이 되었으리라 이해가 간다.



라흐마니노프가 이처럼 위대한 피아노 협주곡 2곡을 연이어 빚어내게 한 원천은 무엇일까요? 반짝이는 음악적 영감, 탁월한 작곡 기법, 타고난 감성 등을 떠올릴 수 있지만 가장 근원적인 원동력으론 피아니스트로서 그의 연주력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 그는 신체 조건 측면에서 여타 피아니스트를 압도했습니다. 손이 얼마나 컸는지 왼손으로는 '도'와 한 옥타브를 지난 '솔'을 동시에 짚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최대한 찢는 게 아니라 음악적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벌리는 게 그 정도였다고 하죠. (324쪽)

그런데 생존 당시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로서는 최고의 연주자였지만, 작곡가로서는 평단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

새로운 예술이 태동하는 시기에 라흐마니노프는 19세기 후기 낭만주의에 머물러 있는 듯한 스타일의 음악을 고수했으니, 혁신가들에게는 시대착오적 인물이었고 고인 물 같은 존재였다는 것이다.

음악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전으로 꼽히는 《뉴 그로브 음악·음악가 사전》에서는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에 대해 '단조로우며, 인위적인 선율로 구성돼있다'고 혹평했는데, 1980년 개정판에서 '그 시대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고, 뒤늦게 꽃피운 러시아 낭만주의의 마지막 작곡가였다. 그의 (음악적) 언어는 신실한 표현과 능숙한 테크닉을 갖춘 것이었고, 차이콥스키등에게서 받은 영향은 라흐마니노프 자신만의 서정적이면서도 품격 높은 언어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330쪽)고 한다.



이 책에서는 위대한 음악가 16인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QR코드로 그들의 음악을 감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목차에서 그들의 키워드를 읽으며 호기심이 생기는 내용을 찾아 읽어도 좋겠고, 그냥 처음부터 한 명씩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저자가 기자여서 그런지 글 전체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도 핵심 키워드를 놓치지 않아서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

재미있게 읽으며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클래식입문서로도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단순히 사전식으로 나열되는 것이 아닌, 스토리를 담은 음악가들의 이야기여서 추천하고 싶은 클래식교양도서 예술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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