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에 빠진 사람을 보면 행복하다. 김멜라 작가가 2023년에 발표한 산문집 <멜라지는 마음>을 읽는 내내 그랬다. 이 책은 2014년 등단한 소설가 김멜라가 처음으로 발표한 산문집이다. 이제까지 김멜라 작가가 발표한 책을 네 권 읽었는데(<제 꿈 꾸세요>, <적어도 두 번>, <환희의 책>, <없는 층의 하이쎈스>), 읽으면서 이렇게 기발하고 매력적인 글을 쓰는 작가는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조금이라도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이 책을 읽었는데, 작가님이 어찌나 예쁜 사랑을 하고 계신지. 멜로 드라마가 따로 없다 싶고(사실 나는 작가님의 필명인 '멜라'가 멜로의 변형인 줄 알았다), 그래서 그렇게 사랑스러운 소설들을 쓸 수 있으셨구나 싶다.
어린 시절 이야기나 가족들 이야기도 좋았지만, 저자와 저자의 오랜 애인 '온점' 님, 두 분의 일화들이 특히 좋았다. 작가님의 묘사에 따르면, 온점 님은 대화 중에 청파동이라는 지명이 나오자 아무렇지 않게 최승자 시인의 시 <청파동을 기억하는가>를 들려주는 사람. 방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화장실에서 나올 때 마치 재미난 놀이를 하는 아이처럼 "점프"라고 외치며 뛰어내리는 사람. 위층에서 누수가 일어나 작업실이 엉망이 되자 벽지 발라주신 분이 벽지를 잘 발라서 피해가 덜하다고 말해주는 사람. 이런 사람을 어떻게 안 사랑할 수 있을까 싶고, 이런 사람에게 사랑 받는 작가님도 좋은 사람일 것 같다. (이쯤 되면 짐작했겠지만, '멜라'의 뜻도 온점 님과 관련이 있다.)
창작, 글쓰기에 대한 대목들도 좋았다. 등단 이후에도 몇 년이나 청탁을 거의 받지 못했던 저자는 아르바이트, 계약직,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소설을 썼다. 불안한 생활을 견디면서도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 나에게는 이것이 글을 쓰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그런 사람답게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 언니, 엄마, 조카, 비(雨), 수박, 새, 자서전, 그리고 물론 제일은 온점 님... ^^ 부디 앞으로도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많이 써주시고, 예쁜 사랑 오래오래 하셨으면 좋겠다. 두 분의 환갑, 칠순, 팔순 잔치 이야기도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