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1977년 일본 야마가타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와세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하고 발표한 "미성년 의식"이 후지미 영 미스터리에서 준입선해 데뷔했습니다. "해바라기를 꺾다"는 제7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및 연작 단편집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작품입니다. 그럼, 저자의 <피안장의 유령>을 보겠습니다.

기지마 전기의 차기 후계자 기지마 렌에게서 초대장이 옵니다. 쇼와 시대 초기에 증조할아버지가 첩실의 집으로 지었다는 '피안장'을 조사해 달라고 합니다. 가을 피안 시기가 되면 산장 주변 일대에 피안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다들 그렇게 부르는 그곳은 사연이 많은 산장이랍니다. 기지마 그룹의 친인척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옛날에 그곳에서 불의의 죽음을 맞거나 행방불명되었답니다. 경찰도 수사를 했으나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답니다. 피안화가 피는 계절에만 그곳에서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발생하는데, 피안장을 철거하기 전에 3일 동안 조사해달라고 합니다. 조사팀으로 염동력자 가미시로 사라, 자동서기 능력자 하야카와 아키라, 예지 능력자 우에다 시게키, 사이코메트러 하타노 미즈키, 정신감응 능력자 우에하라 도시코, 일렉트로키네시스 고즈카 나기의 능력자와 사라의 소꿉친구인 야마모토 히나타, 후계자 렌의 사촌 형인 미즈야 가즈히사, 조사를 돕기 위해 아르바이트 중인 엔도 유토까지 총 10명입니다.
피안장에 도착하면서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기이하게 죽은 살인사건도 벌어집니다. 거기다 스마트폰은 통화가 안 되고, 문과 창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이들을 가둔 피안장의 의도는 무엇인지,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누구인지, 자세한 이야기는 <피안장의 유령>에서 확인하세요.
표지를 장식하고 제목에도 있는 '피안화'는 일본에서 불리는 이름이며, 한국에서는 '꽃무릇' 또는 '석산'으로 알려져 있는 수선화과의 가을꽃입니다. 이 꽃은 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8월 중순에 붉은 꽃이 줄기 끝에 모여 피며, 꽃이 진 후 잎이 돋아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불교에서 '저승'을 상징하는 '피안(彼岸)'에서 유래했으며, 독성이 있어 무덤 주변에 심어 시체를 보호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피안장의 유령>을 읽으며 붉은색 피안화가 잔뜩 피어있고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표지의 모습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아름다운 장면이 상상되기에 현혹되기 쉽고 너무나 아름다워 꺼림칙한 기분마저 듭니다. 불의의 죽음을 맞거나 행방불명된다는 '피안장'에 초대된 6명의 능력자와 저택의 주인과 사촌, 조수, 그리고 이 책의 화자인 히나타까지 이들은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됩니다. 울려 퍼지는 천둥, 갑작스러운 정전. 기이하게도 온몸의 피가 없는 시체, 추락사한 사람의 스마트폰에 남겨진 저택의 전화번호, 와인을 마시고 쓰러진 저택의 주인까지, 예전에 일어났던 피안장의 저주가 다시 반복되는 걸까요. 저택을 방문하는 순간,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말입니다. 미스터리와 초자연적인 현상이 함께 일어나 사람의 소행인지, 저주에서 비롯된 것인지 헷갈리는 가운데, 미스터리를 풀리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보여줍니다. 피안화는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나지 못해 이별과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는데, 책을 다 읽고 보니 제목에서 책의 결말을 암시하는 것 같아 한편으론 슬픕니다. 하지만 만나지 못해도 서로를 생각하고 행복을 빌어주기에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그녀들 앞에 행복만 가득하길 바라며, 초능력자와 미스터리를 절묘하게 엮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