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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서림(道談書林)
  • 악어의 눈
  • 발 플럼우드
  • 27,000원 (10%1,500)
  • 2023-02-27
  • : 709

책을 통해서 다른 책을 만나게 된다. 책은 책을 이어줄 때 의미가 있다. 그 책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책은 다른 책과 이어져야 더 의미를 지니게 된다. 세상에 이어지지 않은 존재가 없다고 해야 하는데...

책이 책을 잇듯이, 생명은 생명을 잇는다. 자신의 생명으로 다른 생명을 이어주는 순환. 이 순환이 끊겼을 때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지구에서 이러한 생명의 순환을 끊을 수 있는 존재는 누구인가? 

사나운 맹수들도 생명의 순환을 끊지는 못한다. 그들 역시 순환 속으로 들어간다. 돌고 도는 생명들의 원. 하여 그러한 생명들의 총합은 늘 같다. 형태만 변할 뿐이다. 그런데, 인간은?

인간은 이 생명의 순환을 끊을 수 있다. 지금 끊고 있다. 최상위 포식자로서, 자신들은 생명의 순환에 즉 먹이사슬에 포함되지 않게 행동하고 있다. 하여 인간들로 인해 지구에 있는 생명들의 총합이 변하고 있다. 

'제로섬'이어야 할 생명 순환이 엔트로피가 계속 증가하듯이 인간들로 인해 생명의 총합이 증가하고 있다. 왜? 인간이 생명의 순환 고리를 끊어버렸으니까. 하여 인간은 다른 생명의 생명으로 변하지 못하고, 그냥 인간으로, 한때 소멸하거나 가루가 되어 또는 탄소(다이아몬드)와 같은 형태로 변해서 계속 존재하고 있으니까.

이런 생명의 순환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는 책을 만났다. 발 플럼우드가 쓴 [악어의 눈]이다. 작은 제목이 눈에 띈다. '포식자에서 먹이로의 전락'

번역자는 '전락'이라는 말을 썼지만 '전락'보다는 '전환'이라든지 또는 '깨달음' 정도의 말로 번역을 했으면 이 책의 취지에 더 잘 맞지 않았을까 한다.

저자인 발 플럼우드는 모든 생명체는 친족이라고, 이들은 생명의 순환 고리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하기 때문에.

하여 포식자와 먹이는 다른 존재가 아니라, 언제든지 포식자에서 먹이로, 먹이에서 포식자로 전환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 역시 죽으면 다른 동물의 고기가 되거나 미생물을 비롯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먹이가 되니,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 튼튼한 관과 돌로 다른 생명들의 침입을 막는 것을 발 플럼우드는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 자체가 생명 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고, 인간은 절대로 먹이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의 발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그렇게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룬 글들과 자신이 다른 생명과 함께 살던 모습을 쓴 글, 그리고 우리가 자연과 문화를 이분법적으로 보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함을 주장하는 글들이 실려 있다.

어렵지 않고 또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글들인데, 우리 역시 먹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 그 점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는 먹이이고 동시에 먹이 그 이상입니다.'(53쪽)라는 주장과 '우리는 인간의 멋진 삶에서 우리가 먹이로 만드는 이들과의 친족관계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먹이를 얻어야 합니다. 이 방식은 우리가 먹이 그 이상이라는 점을 망각하지 않으면서 우리 자신을 다른 존재의 먹이로서 상호적으로 위치시킵니다.'(210쪽) 라고 하면서 '먹이 활동은 자연과 문화가 완전히 혼합된 활동입니다'(222쪽)고 자연과 문화를 가르는 이분법을 부정하고 있다.

인간도 생태계의 일부이고, 생명 순환의 고리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그래서 죽음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생명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생명이 생명을 잇는 모습인 것이다.

'생명을 순환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우리의 죽음을 다른 생명을 위한 기회로 이해한다면 특권적, 기술적 지배와 초월성으로 영원한 젊음을 움켜쥐려 하는 인간의 탐욕과 배은망덕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죽음은 개체 수준에서 생명의 찰나성을 확정하지만, 생태적 수준에서는 지속적이고 탄력적인 순환 또는 과정을 보여줍니다.'(249쪽)

악어에게 죽임을 당할 뻔한 경험을 통해서 자연과 문화가 분리되어서는 안 됨을, 또한 인간 역시 다른 생명의 먹이로 존재함을 깨닫게 되었다는 발 플럼우드. 그의 글을 읽으면서 인간 역시 생명의 순환 고리 속에 있음을, 그것을 깨어서는 결국 인간 자신의 생명이 위험해짐을 생각하게 됐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나희덕 시집 [시와 물질]을 읽고서다. 그 시집에 '누군가의 이빨 앞에서'라는 시가 있는데, 그 시에 발 플럼우드의 이야기가 나온다. 부분만 인용하면 이렇다.

 

발 플럼우드는 세 번이나 악어에게 잡아먹힐 뻔했다고 해요

 

우기의 강을 거슬러 가던 그녀는

카누를 타고 혼자서 너무 멀리 가버렸어요

악어의 눈을 마주하고 나서야 그녀는 깨달았지요

 

자신의 몸이 육즙 가득한 고기라는 사실을

 

눈꺼풀 속에서 빛나는 금색 눈동자,

악어의 눈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

악어는 그녀의 몸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자만과 환영까지 덮쳐버렸지요

 

악어에게 세 번이나 물어뜯긴 대가로 플럼우드는

먹이 그 이상의 존재가 되었어요

먹이로서의 인간에 대해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 나희덕, '누군가의 이빨 앞에서' 부분


이 책을 알게 해준 나희덕 시인에게 감사를 표한다. 시인을 통해서 다른 책과 이어지게 되었으니...


그리고 악어는 사냥할 때 탈진시키거나 익사시키기 위해 먹이를 입에 물고 물속으로 들어가 수차례 회전하는 것을 'death roll'이라고 하며, 국내에서는 '죽음의 소용돌이'로 번역한다고 한다. (9쪽, 옮긴이 주)


발 플럼우드는 악어에게 세 번의 소용돌이를 당했다고 하는데... 그 이후 바로 인간도 먹이가 될 수 있음을, 생명들은 모두 포식자도 먹이도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저자의 경험을 통해서 생태계에 자리한 인간의 위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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