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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아름답다.
  • A가 X에게
  • 존 버거
  • 14,250원 (5%450)
  • 2009-08-25
  • : 5,223

나는 당신 둘이 내가 좋아하는 커피 원산지 중 하나의 어디쯤에 산다는 걸 알아요.

아이다 당신은 이중 종신형을 받고 있는 사비에르에게 곱게 조곤조곤 편지를 쓰는 걸 알아요. 이 책으로 당신의 편지들을 읽고 있답니다.

사실 저는 당신들의 편지를 담은 이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책 표지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몇 번이나 쓰다듬었답니다.

손끝에 느껴지는 촉감. 쓰다듬는 내 손을 일정한 간격으로 제동해서 왠지 모를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해주었답니다.

앞표지에는 오른쪽 눈이 머리카락인지, 음영인지 모르는 것으로 살짝 가려진 단아하고 무언가를 꼭 다짐한 듯한 아이다 당신이 있었어요. 당신의 얼굴 모두는 사비에르를 곧게 향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뒷면에는 당신의 사비에르가 있었답니다.

아이다 당신의 눈이 나의 눈을 통해서 사비에르 당신의 눈이 나의 눈을 통해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듯했어요. 그래서 번갈아 보고 있는데 현기증이 났답니다. 아련하게 났었어요.

나는 아름답고 애절한 당신들의 편지를 읽기가 무척이나 곤욕스러웠어요. 뭐랄까. 딱 이대로 모든 것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행복한 미래나 불행한 미래, 그 어떤 미래도 없이 지금 그 순간의 아이디와 사비에르 당신이 그대로 있었다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당신들이 떨어져 있는 그 순간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나 봅니다.

나에겐 당신들의 그 떨어짐과 편지에 이입할 만한 상대는 없답니다. 그것은 다행이지만 또 불행일 수도 있어요.

아이다 당신이 회상하며 써 내려가는 것들을 나도 한 번 기억해보려 애씁니다.

언제 길을 걸었었지. 언제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즐겁게 웃었었지. 언제 그런 비행기를 두근두근 타보았지. 언제 내가 편지를 써보았지.

갑자기 상수역에서 합정역까지 걸어볼 결심을 해봐요. 엔트러사이트 말고, 조용한 주택가에 제법 큰 팩토리 스타일의 커피숍과 불빛이 아늑했던 주택을 개조한 사무실이 보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밀도 있는 밤에 신선함을 내뿜는 가로수가 있는 그 길을 걷고 싶어졌어요.


안녕 아이다, 사비에르.

당신들을 반복하고 싶어요.


기대는 몸이 하는 거고 희망은 영혼이 하는 거였어요. p40

모든 사랑은 반복을 좋아해요. 그것은 시간을 거부하는 것이니까요. p57

우리가 사랑하는 건 결점들이지.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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