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쯤이면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사서 읽어왔는데. 언젠가부터는 내가 그냥 좋아서 찾아 읽는 게 아니라 직업적 의무감으로 읽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책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읽는 내 자신이 나이가 들면서 좀 변하여 이전보다 재미를 덜 느끼는 것이리라 짐작해 왔는데.
아후, 모르겠다. 아니다, 알 것도 같다. 수상 작가들이 내 나이보다 어려지면서 내 흥미가 떨어진 건가 그런 생각도 든다. 60-70년대 수상집들을 읽을 때에는 그저 존경스럽다는 마음이었고, 80년대 수상집들은 동시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본다는 동질감에 매번 읽고 있는 자신이 뿌듯하기까지 했고, 90년대 수상집들을 지나오면서는 들쑥날쑥 하다가 2000년대로 와서는 어라? 실망스럽기도 한데? 수상작이 이런 글이란 말이야? 혼자 반문하기도 했고.
그래도 한 해 한 번 나오는 책이니, 읽어 봐야지 하는 마음만은 여전하니, 앞으로도 읽기는 계속 읽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읽는 맛이 쓰다. 그것도 많이 쓰다. 안 읽어도 된다면 좋겠지만 그래도 안 읽을 수 없다 싶으니 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담긴 소설 어느 한 편에서도 유쾌한 맛을 느끼지 못했다. 내가 그렇게 느낀 원인은 글 자체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있는지도 모른다. 답답한 세상, 답답하게 살아가는 사람, 답답한 미래, 그리고 답답한 글. 책 처음에 나오는 수상작부터 마지막 심사평에 이르기까지,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답답해서, 이토록 답답한 글을 읽고 있는 내가 답답해서 소설들을 읽는 내내 좀 슬펐다. 이전의 소설들은 끔찍하게 슬펐어도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는데.(1988년 임철우의 붉은 방은 얼마나 무서웠던 글이었나.)
그나마 박민규의 글에 대한 내 인상이 조금 나아졌다는 것, 배수아의 글에는 여전히 내가 끌리지 않는다는 것, 기억해야지 싶은 작가는 없었다는 것. 괜히 손해 본 느낌이 든다. (y에서 옮김2010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