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별로 읽는 세 편의 우리 소설. 읽을 때마다 읽는 소설들이 모두 내 취향이어서 내 마음에 들었다고 쓴다면 좋겠지만. 처음에 실린 김채원의 작품이 한참 먹먹하게 읽혔고 두 번째 성혜령의 작품은 살짝 어긋난다 싶었으며 마지막 현호정의 작품은 건성으로 읽고 말았다. 이렇게 뚜렷하게 구분될 정도로 다르게 읽은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출판과 편집하는 쪽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소개하고 싶었을 테고, 그래서 가려 가려 실었을 테고, 내 독서의 폭이 넓고 깊어서 다 아울러 품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렇게 한 작품이라도 깊이 느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김채원의 '빛 가운데 걷기'. 노인은 노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보고 있기에 참 애달프고 착잡하다. 사는 일에 아무 무게도 보이지 않는데 그지없이 무겁다. 어떤 생은 하도 가벼워서 짐스러울 수도 있는 일이다. 겨울 같기만 한 삶, 봄이 와도 따뜻하지 않을 삶, 그런데도 계속되는 삶. 이 삶을 내내 지켜 보면서 그려야만 했을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살까.
인터뷰와는 아직 친해지지 못하고 있다. (y에서 옮김202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