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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님의 서재
  • 남매의 여름밤 각본집
  • 윤단비 외
  • 16,200원 (10%900)
  • 2020-09-10
  • : 705
남매의 여름밤
(요즘 즐겨듣는 팟캐스트 중 하나가 시네마운틴이다. 장항준감독님이 하시는 프론데, 거기서 이 영화를 추천하는 거다 )
앗 저건 우리집이야. 어릴 적 우리집.
처음 볼 때부터 정감있던 저 2층집.
집 장사들이 날림으로 똑같이 지은 그 수많은 빨간 2층집. 나 또한 그런집에서 자랐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집이다. 겨울엔 바닥은 뜨끈뜨끈한데 입에선 김이 나오는 날림으로 지은 집, 여름엔 또 어찌나 더운지 그래도 그 덕에 옥상에 널어 둔 빨래에서 바삭바삭 햇빛소리가 들렸다.
그런 이층집에서 자라 성인이 되어 떠났던 병기와 미정이 돌아온다. 죽음을 앞 둔 아버지옆으로 ,이혼한 병기는 두 아이 옥주와 동주를 데리고, 미정은 남편과의 불화로.
성인이 되어 떠났던 두 남매는 다시 돌아오고, 마치 어린 시절 그랬던 것처럼 이 집에서 아웅다웅 싸우는 두 남매 옥주와 동주를 바라본다.

낡은 이층집은 기억하고 있을까.
어린 시절의 병기와 미정을
그리고 다시 기억해 줄까. 옥주와 동주를 .
낡은 집 사이 사이 지나온 날들의 추억이 숨어 있다. 밝기도 했다. 어둡기도 했다. 울기도 했고 지루하기도 했고 내 나름 파란만장했다. 억울하기도 했고 못된 마음도 먹었다. 부모가 밉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하염없이 측은했다. 그 숱한 날들이 언제나 밝고 행복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그런 날들이 결국 내가 되었지. 집들이 기억하는 나, 그 기다란 담벼락에 비치던 어린 시절 내 그림자.

달달 돌아가는 낡은 선풍기앞에서 언니와 서로 좋은 자리를 선점하겠다며 싸우던 일,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이좋게 끓여먹던 라면과 그 집에서 치뤘던 할머니의 장례, 웃으며 화투 치고 술 먹던 어른들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던 그 날, 여전히 배가 고픈게 할머니에게 너무 미안했던 그 때.

모기장을 쳐서 한 번 안에 들어가면 나갈 생각마라는 엄마의 협박, 낮잠자다 놀라서 가방만 메고 학교로 뛰어간 일들이 기억난다. 나도 그랬지. 맞아 나도 그 시절엔 그랬어. 고개 끄덕이며 동감하다 감동하며 보게 된다.

남매의 여름밤들은 훗날 어떻게 기억될까.

( 윤가은 감독님의 ~ 콩나물~도 진짜 추천영화다. )
동주역의 배우 글씨가 정감간다. ㅎㅎ
돌아가신 할머니가 머물던 곳. 그리고 결국에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기고 간 집이다.
사물에도 영혼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같이 한사람들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집이바라보는 가족은 집과 함께한 모두의 기억일것이다. 집 자체를 하나의 캐릭터로 생각하여촬영을 한 이유다. 집이라는 배경에서 인물들의이야기가 펼쳐진다기보다, 가족 구성원들처럼집 역시 동등한 인물’이라 생각하고 몇몇 숏들을구성하였다.
이 반팔 티셔츠는 최정운 배우의개인 의상이었는데,
티셔츠에 쓰여 있는 영문 문구가파블로 네루다의 시구라는 것을 알았다.
"Love is so short, forgetting is so long." "
‘사랑은 그다지도 짧고, 망각은 그처럼 긴 것.
마치 영화를 대변해 주는 것만 같은문장이었다.
의도하지 않은 우연들이영화의 곳곳에 스며 들어 있다는 것이묘하게 느껴져 몇 번이고 글귀를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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