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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님의 서재

내일이면 574돌 한글날이다.

킹세종이란 책이 그것도 외국인에 의해서 나온다니 격세지감이다.

한글의 창제원리와 역사 등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는 것은 보통 중학교 국어 교과서를 통해서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 부분을 굉장히 싫어하고 어려워한다. 한글의 창제원리에 대해서 한자어로 대부분 설명이 되어 있고, 한자를 배우지 않은 세대들이어서 더 힘들어 한다.

초출자, 재출자, 병서니 이런 말들이 오고가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어릴 적엔 세종대왕께서 매화틀에서 볼 일 보시다가 문창살의 무늬를 보고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버젓이 실린 어린이용 책이 있었던 기억도 난다. 한글의 폄하를 위한 일제시대 왜곡이라고 하는데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이런 잘못된 역사들이 종종 있다.

 

자음은 발음 기호를 따서 ᄆᄾᄋᄂᄀ(민성이 나가~ 이렇게 외웠다.) 이 기본글자를 바탕으로 획을 더해 ᄇᅎᄎ 등이, 혹은 ᄈᄍ등과 ꥤᄚ등 나란히 쓴다고 해서 각자병서 합용병서등의 제자원리로 만들어졌다. 이와 별도로 만들어진 것은 이체자 ᄅᅀᅌ이 있다.

모음은 천지인, 하늘의 ᆞ 땅의 ᅳ 사람의 ᅵ를 합쳐 만들었고, 한번 합치면 초출자, 두 번 결합하면 재출자이다.

지금은 사라진 글자들 중에서 아래아나 반치음, 순경음 비읍등은 아직 제주도 방언에 남아있다. 예전 다큐에서 다뤘는데 이런 고어들이 일제 강정김때 정리되었는데, 만약 남아 있었다면 영어발음에 훨씬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한다. 그러고보면 경북사투리에도 아직 남아있다. 더워라를 더브라 라고 하던가 길이 질다를 할머니들은 질이 질다라고 이야기하신다.

 

이런 한글에 대해서 잘 알려주는 책들이 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1. 훈민정음 해례본

그림책이지만 얕잡아 보면 안된다. 깨알같은 글씨로 한글의 제작원리와 뜻 등이 중학교 교과서보다 더 훌륭하게 되어 있다. 힘들어 하는 중딩들에게 빌려줘 볼만 하다.

 

 

 

 

 

 

 

2.초정리 편지

초정리 탄산수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가. 이 탄산수가 몸에 좋다하여 세종대왕께서도 몇 번 행자했다고 전해지는데, 이것을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진 동화책이다. 아주 유명하며, 세종대왕의 백성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 있고, 재미도 있다.

 

 

 

 

 

 

 

3.정의 공주

세종대왕은 자식사랑도 유명하다. 특히 첫 딸인 정소공주를 많이 아꼈으나 요절했다. 정소공주의 동생 정의 공주도 영특했다고 한다. 아버지를 도와 한글창제에 도움을 줬다고 전해지며, 이 정의 공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세종의 딸 사랑관련 일화로, 명나라에서는 계속 친영례를 하라고 압박을 했다. 고려시대의 전통이 내려온데다가 딸이든 아들이든 자주 보고 싶어했던 세종은 딸들을 시집보내면 시댁이 아니라, 궁궐 가까이 집을 마련해서 살게 했다. 그래서 보고 싶을때면 언제든 볼 수 있도록. 그런데 명나라에선 오랑캐의 관습이니 이제 왕가에서 솔선수범해서 친영례, 즉 시집살이를 보내라는 것, 그러나 내 딸은 보내기 싫으니, 태조가 말년에 본 딸인 숙신옹주를 시집보내 버린다. 이 내용도 책으로 나와 있는데 좀 짠하고 슬프다. ~옹주의 결혼식~ 이란 어린이용 역사소설책이다 )

유일하게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글자이자 그 무엇이든 적어 낼 수 있는 글자, 한글, 백성들에 대한 측은한 마음으로 새 세상을 열어준 성군이다.

글자는 원래 지배계급의 특권이었다. 함부로 읽어서도 공부해서도 안된다. 아는 것은 특권이며 힘이었다. 그래서 지배계급들은 피지배계층이 무지랭이로 남기를 원한다. 글자를 알면 속여먹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상의 지배자인 왕이 백성을 불쌍히 여겨 특권의 한 쪽을 내어준 것이다. 한글의 창제뿐만 아니라 이런 생각 자체가 대단하지 않은가.

물론 일각에서는, 조선건국의 타당성과 자신의 얕은 뿌리에 대해 대대적인 선전을 백성들에게 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글 창제 후 제일 먼저 용비어천가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또 좀 수단이면 어떠한가. 보고싶은 부모님께 안부를 전하고, 멀리 시집 간 딸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세상을 바꿀 신명나는 이야기와, 일말의 희망을 주는 영웅들과 해학, 지식의 공유와 꿈을 주었다.

4. 담을 넘은 아이

 또한 한글날에 읽어 볼만한 책이다. 한글 창제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딸이라 구박받는 푸실이가 글을 배우면서, 책을 통해 드디어 꿈을 꾸게 되고, 그 꿈을 통해 강해지는 이야기다. 이처럼 글을 읽는다는 것은 읽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렇게 빠른 속도로 자판을 두드리며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는 것도 한글의 힘이다. 유네스코에선 문맹률 퇴치에 앞장 선 이나 단체에 상을 준다. 그 상의 이름은 “세종대왕 문맹퇴치상”, 또한 찌아찌아부족은 지금도 자신의 말들을 한글로 남기고 있다.

수백개의 언어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들의 언어들,  유피크와 이누이트인들의 언어 등은 사멸되어 버렸다. 영어나 에스파냐어를 배워야 돈벌이를 할 수 있으니 그들의 언어를 잃어버렸고, 언어를 잃는다는 것은 그들의 신화와 그들의 문화와 이야기들과 감성과 노래를 잃는 것이다. 온전히 내 머릿속 생각들을 온전히 우리의 글로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일이다. 물론 다 표현할 순 없지만, 그건 한글의 문제가 아니라 내 표현력의 문제일뿐.

(젊은 시절, 나이 드신 분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봉사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사는 도시의 그 자그마하던 교실이 생각난다. 의외로 글을 배우시지 못한 분들이 많았다. 여자라서, 돈을 벌어야 해서 가지 못한 사연, 학교에 가는 친구들을 보며 등에 업힌 동생이 미워서 꼬집었다는 사연. 그 분들이 한글을 떼고 나면 책거리를 꼭 하곤 했다. 하얀 백설기를 나눠 먹으며, 세상에서 글공부가 제일 재미있다 하셨던 할머니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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