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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고듣고쓰고
다른 책들을 함께 읽다보니 이 책은 한동안 손놓고 있다가 거의 3주만에 다시 읽게 되었다.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와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와 관련된 내용들이 나왔는데, 두 이야기에서 공통된 교훈을 하나 도출하자면 바로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한 의미를 찾아내자‘는 것이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내가 생각하고 계획했던 대로 일이 술술 잘 풀리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은 게 현실이다. 그리고 어떨 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게 바로 우리의 인생이다. 저자는 각자가 원했던 상황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어떤 상황에 처하든 간에 그 안에서 살아갈 의미를 발견할 때 사람이 생존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오늘 처음 밑줄친 니체의 말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그리고 행복이라는 것도 막연히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가까운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만 이것도 큰 틀에서 보면 결국 삶의 의미를 찾는 것과 유사해보인다.

본문에 직접적으로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독자인 나만의 문장으로 정리해보자면 ‘내가 만나는 모든 상황들을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객관적인 상황과는 별개로 주관적인 행복감과 의미감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듯하다.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떠한 상태에서도 견뎌낼 수 있다" _니체- P124
행복해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떠한 상태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우리 주위에 언제나 공기처럼 존재하는 행복을 쉽게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P124
과학적 증거를 따라가다 마침내 마주한 진실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실이 밝혀져 오히려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P126
현행 도로교통법상 구급차, 소방차 등은 ‘긴급 자동차‘에 해당해 긴급 상황 시 신호와 속도를 위반해도 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처벌을 면할 수 없다.- P127
도덕적 선택의 아이러니에 놓였을 때 우리는 칸트의 정언명령定言命令을 떠올려야 한다. 칸트는 "너의 행위의 준칙이 너의 의지를 통하여 보편적인 법칙이 되도록 행동하라"라고 말했다.- P129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서 과연 모든 사람이 선의의 거짓말을 허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사회의 신뢰가 붕괴되고 말 것이다.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 행동이 반드시 선한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P129
과학자는 세상이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든 말든, 누가 비난하든, 다른 말을 하든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말해야 한다. 법의학자의 근거는 오로지 과학뿐이고, 과학은 세상을 모르고, 세상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치열하고 철저해야 한다.- P129
‘근설영춘近雪迎春‘이라는 단어가 있다. 가까울 근, 눈설,
바라볼 영, 봄 춘 자로 이루어진 사자성어다. ‘내가 놓인 환경이 눈 덮인 추운 겨울이라 해도 나는 꽃이 피는 봄을 바라보고 살아간다‘라는 뜻이다. 나는 이 같은 마음으로 법의학의 세계를 살아간다.- P130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이라는 말도 좋아한다. ‘매화는 추운 곳에서 꽃을 피우지만 향기를 구걸하거나 팔지 않는다.‘ 매화의 고고한 태도로 나도 내 삶을 살아가고 싶다. 겨울의 엄혹함 속에서도 진실을 바라보며 나아가고, 매서운 추위가 몰아쳐도 과학자의 지조를 생명처럼 여기며 살아가고자 한다.- P130
통상 하나의 사건으로 3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면 대형 참사라고 한다. 화재, 폭발, 붕괴, 추락, 침몰, 자연재해 등의 원인으로 수십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건들을 말한다.- P133
대형 참사가 벌어지면 사람들은 흔히 구조대원, 의료진, 소방, 경찰, 군인 등이 현장에 뛰어드는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에 반드시 필요한 또 한 축의 인력이 바로 법의학자다. 시신을 찾고 해당 시신의 신원을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화재나 폭발, 건물 붕괴,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는 시신의 외형이 훼손된 경우가 많아 육안으로는 신원을 파악할 수 없기에 법의학자의 역할이 절실해진다. 그래서 법의학자는 평시에는 ‘사인死因을 찾는 사람‘이지만, 이때만큼은 ‘사람을 찾는 사람‘이 된다.- P134
한 사람의 생명은 행성의 무게보다도 무겁다. 하나의 죽음보다 다수의 죽음이 더 무겁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죽음은 그렇게 숫자로 따질 수 없는 것이지만, 수백명이 사망한 현장에 서 있노라면 그 거대한 슬픔과 분노가 살아 있는 인간을 압도한다.- P141
치유가 동반되지 않는 한 우리는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치유는 잊고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직시하는 데서 시작된다.- P141
사람은 두 번 죽는다. 첫 번째는 생물학적으로 숨이 멎있을 때, 그리고 두 번째는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죽었을 때다. 즉, 누군가가 세상을 떠난 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때, 그 사람의 존재는 완전히 잊혀지게 된다.- P141
안타깝게 사고의 희생자가 된 분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 사고의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번 다시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 그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그들의 죽음의 의미를 잊지 않는 것이 아닐까.- P142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건의 단면만 볼게 아니라 사건을 둘러싼 주변의 환경과 맥락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 원인을 제대로 짚어야 그에 맞는 해결책이 나올수 있다.- P158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야 시스템이든 물리적 구조든 바꿀 수가 있다. 그래야만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다.- P161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까?‘를 우선순위에 둘 것이 아니라 ‘이 일을 우리 함께 극복하자‘라는 기조가 먼저여야 한다.- P162
이 세상의 불행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다른 이가 겪은 사고, 사건, 고통이 나에게 찾아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P162
인간의 실수를 무력하게 방치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으로 막을 수 있다- P169
실수가 연속해서 벌어지고 이를 제어할 안전장치가 없다면 처음 몇 번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젠가는 뚫리고 만다. 마치 구멍이 숭숭 뚫린 치즈처럼. 지금 당장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영원히 안 생기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누군가 구멍을 막고 있어도 그 방어막이 얇거나 그 사람이 실수를 하면 마침내 구멍은 뚫리고 치명적 위험이 발생한다.- P174
결과 발생만 없으면 우리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모래성처럼 토대가 허물어지고 구멍을 막는 벽이 얇아지고 있는데 그걸 모른 척하는 것이다.- P174
내 실수를 말할 수 있는 분위기, 내 실수를 말해도 비난받지 않는 분위기, 다른 사람의 실수를 비난하고 낙인 찍지 않는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감추지 않고 드러낼 수 있다. 드러내야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구멍이 다뚫려 무너지기 전에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실수를 솔직하게 말하고 드러낼 수 있는 분위기. 그것이야말로 안전한 세상을 위한 첫걸음이다.- P174
"실수는 인간의 본성이다 To err is human."- P175
많은 사고들의 근본 원인을 들여다 보면 실수가 다른 실수들로 도미노처럼 이어질 때 참혹한 결과가 발생한다.
즉, 우연한 실수가 또 다른 실수로 연결되며 발생하기 때문에 그중에 하나만 빠졌어도 끔찍한 결과까지는 이어지지 않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별적인 실수 하나하나를 탓하고 몰아세우는 일은 때로는 참사를 예방하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P175
중요한 것은 실수의 연쇄를 끊는 것이다. 하나의 작은 실수가 발생했을 때, 이를 감추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이미 벌어진 실수를 통해 오류를 분석하고 예방책을 빠르게 세울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P176
우리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의 집단이 아니며,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 탑승자들끼리 서로 몸무게를 계산하고 적정 중량에 맞는지 따져가며 탈 수는 없다. 일정 중량이 되면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는 엘리베이터처럼, 우리의 시스템도 그렇게 설계되어야 한다.- P176
우리가 실수에 대해 흔히 하는 두 가지 착각이 있다. 하나는 주의를 집중하고 계속 훈련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실수에 대한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실수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P176
또 하나의 착각은 처벌을 강화하면 실수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처벌로 실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것 역시 환상에 불과하다. 처벌이 강화되면 범죄를 은폐하려는 경향 역시 강화된다. 이런 식으로는 실수나 사고를 줄일 수 없다. 처벌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처벌 만능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P177
나쁜 사람을 단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는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찾고, 대안을 제시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적절한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P177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약병 라벨을 혼동할 수 있고, 아무리 타인의 실수를 일깨워주어도 도무지 개선되지 않는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P177
개인의 주의 집중만으로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인간에게 잘못을 묻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다. 책임자의 처벌은 그다음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실수가 인간의 본성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P177
엄격히 말하면 레일이 먼저 있었고 그다음 기차가 만들어진 것이다.- P179
그렇다. 제도가 먼저다.- P179
아무리 훌륭한 운반 도구라 해도 레일이 튼튼하고 견고해야만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P180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서 내일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P181
생일상 받으려고 한 달을 굶다가 굶어 죽는다- P181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가장 마지막 사람이 되어주는 것- P188
시스템의 결함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안전을 위한 국가적 시스템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P194
진짜 안전을 지키려면 오히려 실수를 드러내야 한다. 실수를 말하고 공개해서 무엇이 문제인지 찾고, 이를 교정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P195
실수를 말하는 일이 부끄럽지 않은 사회, 실수한 동료를 비난하거나 낙인찍지 않는 문화가 안전을 구축할 수 있다.- P196
대형참사의 경우 시스템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반드시 경제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투자하는 돈을 줄이기 위해서 철근을 빼먹고, 싸구려 재료를 사용하고, 적재 용량의 몇 배를 싣는다. 그런데 이런 태도야말로 소탐대실이다. 사고가 나면 복구하는 비용은 안전 비용의 7배가 소모된다. 7분의 1의 비용으로 안전을 유지할 수 있음에도 리스크를 감내하며 안전을 무시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P197
범죄자 찾기가 아니라 불안전한 지점을 찾는 일에 집중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반복되는 사고는 개별 사람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기억하자.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회라면, 적어도 시스템의 결함으로 반복되는 죽음은 없어야 한다.- P197
그 사람이 생전에 뭘 했는지 불문하고, 죽음의 사인을 밝히는 과정은 최대한 정확하고 단순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P201
남은 사람은 또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니까.- P201
사실 마음의 아픔을 달래는 데는 육체적 활동이 꽤 도움이 된다.- P202
목표를 정하면 어떻게든 실행하기 위해 거기에 매진하기 때문이다.- P202
병문안을 가거나 조문을 갔을 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론은 ‘아무 말도 하지 말자‘이다. 어떤 말로도 위로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조용히 곁에 있어주는 것, 그 사람이 도움을 요청할 때 해줄 수 있는 걸 해주는 것, 그 정도가 좋겠다 싶다.- P203
간혹 옆 사람들이 위로한답시고 그동안의 기억을 자꾸 잊으라고 할 때가 있다. 그만 잊고 떠나보내라고 그런데 가까운 이는 그 사람의 경험이 내 몸에 체화돼 있다. 그 존재가 내 안에 있다.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라‘, ‘빨리 잊어라‘ 그렇게 종용할 필요가 없다.- P203
때로는 슬픔의 시간을 갖는 것도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다. 슬플 때는 슬퍼하고 아플 때는 아파하는 시간을 자신에게 허락해주어야 한다. 이별의 슬픔을 외면하거나 회피할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다 느끼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한 뒤에야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좋은 이별이며,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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