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지성의 목소리. 『해석에 반대한다』, 『은유로서의 질병』 등 현대사에 가장 강력한 저작을 남긴 작가. ‘지성계의 여왕’, ‘텍스트힙의 원조’로 불리며 새로운 감수성과 사유의 시대를 연 수전 손택의 대표작과 국내 초역 에세이들을 소개하는 시리즈 [수전 손택 더 텍스트]를 선보인다. 현대적 감각의 정확한 번역, 견고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 깊이 있는 전문가 해제까지. 모든 면에서 완성도 높은 만듦새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시리즈의 첫 권인 『여자에 관하여』는 손택 사후 20년이 지나 처음으로 출간되어 국내 초역으로 소개하는, 숨겨진 보물 같은 에세이집이다. 손택이 “내가 평생을 따라다닌 주제”라 말한 ‘여성’에 관한 흥미로운 에세이와 인터뷰 7편을 엄선해 수록했다. 여성이 나이 들며 느끼는 수치심, 아름다움과 외모에 대한 강요된 강박, 욕망과 섹슈얼리티, 영화와 페미니즘, 그리고 파시즘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한국 사회와 정면으로 맞닿는((정희진 서문)”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 속에서, 손택은 ‘이 세계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의 진실을 명료한 언어와 지적인 유머로 풀어낸다. 작가가 마흔이 될 무렵,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1970년대에 쓴 이 글들은 ‘손택 스타일’ 특유의 물 샐 틈 없는 사유와 매혹적인 문체, 깊이 있는 통찰의 정점을 보여준다.
작가 비비언 고닉이 “손택의 탁월한 재능은 독자에게 곧 선물”이라고 말했듯, 이 짧고 강력한 책은 독자에게 생각하는 일 자체의 흥미진진함을 선사한다. 우리 삶과 경험의 외연을, 사유의 깊이를 확장해줄 지성의 스펙터클, 수전 손택을 만나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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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에서 여성의 본분으로 간주하는 아름다움은 여성이 예속되는 장이다. 여성의 아름다움에는 오직 소녀의 아름다움이라는 한 가지 기준만 허용된다. 여성은 반드시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적어도 여성은 추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중압감에 짓눌린다. 남성은 이런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 여성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여러 방식으로, 남성은 아무 불이익 없이 나이 드는 것을 ‘허용’받는다. p38
여성에게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 여성은 그저 친절한 것이 아니라 현명해지기를 염원할 수 있다. 그저 쓸모 있는 것이 아니라 유능해지기를, 그저 우아한 것이 아니라 강해지기를 원할 수 있다. 그저 남자와 자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야심을 품을 수 있다. 여성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이들며 이 사회의 나이 듦의 이중 잣대에서 비롯된 통념에 적극적으로 불복하고 저항할 수 있다. 가능한 한 오래 소녀로 살다가 굴욕적으로 중년 여성이 되고 그러다 불쾌한 노인 여성이 되는 대신, 더욱 일찍 여성이 되어 계속 능동적인 성인으로 남을 수 있고, 여성은 얼굴에 자신이 살아온 삶이 드러나게 해야 한다. 여성은 진실을 말해야 한다. p52
남성해방은 여성이 맡을 과제가 아니며, 먼저 여성이 스스로를 해방해야 한다. 즉, 당장 화해라는 꿈에 회유되지 않고 대립의 원인을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여성은 변화가 남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지 않고 스스로를 바꿔야 하고, 서로를 바꿔야 한다. 오로지 여성이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 무엇이 남자에게 좋은지를 망각할 때만 여성의 의식이 변화할 것이다. 남성과 협업해서 이러한 변화에 착수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여성 투쟁의 범위와 깊이를 축소하고 하찮게 만든다. p64
모든 중요한 도덕적 진리가 그렇듯 페미니즘은 다소 단순합니다. 그것이 바로 페미니즘의 힘이자 한계입니다. 인생 이야기가 늘 죽음의 필연성과 인간 소망의 덧없음을 성찰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듯이, 인간 역사에서 발생한 비통한 사건은 사실상 전부 페미니스트의 개탄을 반복할 소재가 됩니다. 그러니 구분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모든 것을 페미니즘의 맥락에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진실에는 온갖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는 신중하게 여러 가지를 구분했고, 내 에세이의 장점이 있다면 아마 그런 구분에 있을 겁니다. p173
나는 많은 여성과 남성이 우리 사회의 언어와 행동, 어디에나 존재하는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지적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말하는 페미니즘 비평이 이런 뜻이라면, 그런 비평은 언제든, 아무리 어설플지라도 늘 어느 정도 가치가 있어요. 그러나 나는 페미니스트 지식인들이 동료 여성들에게 변절자라고 비난받을 위험 없이 여성혐오와의 전쟁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자기 작품에 페미니즘적 함의를 남기거나 내포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나는 정치적 노선을 좋아하지 않아요. 지적 단조로움과 나쁜 글을 낳거든요. p185
오늘은 친구와 미술관 나들이를 하기로 했었는데
호우소식에 약속이 미뤄져서 별다방에 와있다.
비도 내리고 내일은 꼬맹이가 온다고해서 청소하고
밑반찬이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리모델링 하는 이웃집 소음으로
집에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고
튼튼한 우산을 골라 집을 나섰다.
점심시간대지만 삼복더위의 소란함은 아니다.
오히려 춥게 느껴지는 에어컨 바람에 혹시나 하고 가방에 넣어던
얇은 점퍼를 걸쳐입고 수전 손택의 '여자에 관하여'를 읽고 있다.
편딩소식을 들을때부터 관심이 있던 책으로
20대에 쓴 에세이지만 나이듦에 관하여부터 환갑이 지난 내가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책을 읽다가 문득 옛날 일이 떠올랐다.
결혼을 하고 얼마 안되어 마늘을 까던 날이었다.
모처럼 걸려온 친구의 전화에 수화기를 목과 어깨에 끼고는
마늘을 까고 있음을 고백하던 순간,
친구가 박장대소하며 "네가?!..." 했던 일이...
페미니스트는 언감생심이지만 친구들에게 비쳐진 나는
결혼도 안하고 혼자 지잘난맛에 살꺼라 생각했던 것 같다.
비교적 결혼도 일찍했고 3대가 모여사는 시집살이에
마늘을 까고 있는 나를 상상하기가 힘들었으리라.
그랬던 내가,
조선시대 남자 김씨를 만나 지난 30여녀간
현모양처를 흉내내며 살아왔으니.... ㅠ.ㅠ
이제는 중년보다는 노년이 더 익숙한 나이든 여자...
아름다움보다는 아직은 현명하고 멋지고 싶은 여자...
저자는 상대방 남자를 바꾸려면 내가 먼저 바뀌고 서로를 바뀌어야 한다고 한다.
그저 내가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그녀의 또 다른 책,
'사진에 관하여'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