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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님의 서재
  • 나는 회사만 다니다 인생 종쳤다
  • 나가쿠라 겐타
  • 16,020원 (10%890)
  • 2025-10-24
  • : 175

오늘 아침의 등산로는 달이 밝았다. 나는 이따금 손에 든 손전등을 끈 채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달빛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새벽 냉기를 닮은 달빛이 시리게 쏟아졌다. 발에 밟히는 낙엽 소리가 수런거리는 달빛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달빛이 던지는 뜻 모를 대화가 좋아서, 바스락거리는 마른 낙엽의 속삭임이 좋아서 나는 번번이 가던 걸음을 멈춘 채 어둠의 그늘 속에서 꽤나 긴 시간을 보냈다. 출근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도 까맣게 지워버린 채.


직장인의 삶은 언제나 시간에 대한 강박과 스트레스로 발이 묶인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자신의 삶이 오롯이 자신의 것이라고 인식하기 어렵다.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또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삶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 그 대가로 받는 월급을 미끼로 그날이 그날 같은 변하지 않는 일상을 끝도 없이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 이러한 생각에 한두 번이라도 젖어 들어 본 적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가쿠라 겐타가 쓴 <나는 회사만 다니다 인생 종 쳤다>이다. 제목이 다소 도발적이기는 하지만 책의 내용은 상당히 논리적이다. 논리적일 뿐만 아니라 단순히 읽는 것만으로도 속이 뻥 뚫리는 듯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대학 졸업 후, 여러 직장을 거쳐 28세에 출판사로 이직하여 편집자로서 베스트셀러를 연이어 냈음은 물론 지금까지 기획 및 편집한 책의 누계가 1,100만 부가 넘는다는 저자는 독립 후에는 8년에 걸쳐 호놀룰루,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회사원이 노동과 능력에 맞는 수입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는 노동자가 낸 수익의 일부를 노동자에게 급여로 주기 때문이다. 이론상, 노동자가 낸 수익과 동일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급여를 주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급여 이상의 노동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회사원이라는 직업이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 이론으로 보자면 회사원으로 살며 이득을 보는 건 급여 이하의 일만 하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그런 마인드로 산다면 인생은 절대 달라지지 않는다."  (p.111)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장을 구분하는 각각의 소제목을 보면 대략의 내용을 유추할 수 있겠지만, 책에서 저자는 '이동'의 중요성을 끝없이 강조한다. 여기에서 '이동'이라 함은 익숙한 환경으로부터의 탈피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직장에서 저 직장으로의 이직 또는 알뜰히 돈을 모아서 형편에 맞는 좋은 집으로 이사를 하는 게 아니라 갑작스러운 퇴사 혹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으로의 이사를 말한다. 말하자면 자신이 최악의 환경에 놓이게 함으로써 전에는 미처 몰랐던 자신에게 내재한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전과는 다른 새로운 분야에서의 수익 창출을 도모하라는 것이다. 제1장 '왜 이동하는 사람은 잘되는가?', 제2장 '이동 중에는 왜 인풋과 아웃풋이 활발해지는가?', 제3장 '왜 이동하면 행동력이 오르는가?', 제4장 '왜 이동하는 사람은 일거리도, 돈벌이도 늘어나는가?', 제5장 '왜 이동하면 좋은 인간관계가 늘어나는가?', 제6장 '이동 체질을 만드는 30가지 액션 플랜'의 소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저자는 '이동'의 중요성에 대해 끝없이 강조한다.


"회사원은 무의식적으로 편안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볼 수 없게 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그래서 내가 '회사를 그만둬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독립하고 나서 나는 회사원 시절과 달라졌고, 출장만 다니는 인생을 보내게 됐다."  (p.38)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사정과 형편이 있게 마련이다. 나는 부양해야 할 노부모가 있어서, 나는 줄줄이 딸린 어린 자녀들을 돌봐야 해서 등 지금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회사로부터 떠날 수 없는 이유는 수백 수천 가지도 넘게 댈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의지와 선택의 문제일 뿐 다른 모든 것들은 그저 핑계에 불과하다. 최종적인 결단은 그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의 문제이다.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면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느냐 아니냐는 어쩌면 내게 그만한 용기와 배짱이 있느냐는 물음으로부터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고민'과 '망설임'도 그렇지만 '반성'도 시간 낭비, 그야말로 인생 낭비다. 이것도 블랙잭을 통해 배운 교훈으로, 반성할 틈은 없다는 뜻이다. 반성하는 사이에 다음 게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인생은 더 잔혹해서, 본 게임만 계속 이어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리허설이 없는 것이 인생이기에 본 게임만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반성하는 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보다 반성은 상황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았을 때 하는 것으로, 일이 잘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명확할 것이고 명확하지 않은 경우는 운이 나빴을 뿐이다."  (p.187)


나는 요즘 이따금 시간이 나면 보게 되는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김연경 선수가 신인 감독으로 나오는 프로그램으로 그곳에서 김연경 감독은 선수들에게 진심을 다해 가르치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녀는 이런 말도 했다. "타협하지 마. 익스큐즈가 아니고 솔루션으로 바꿔. 그래야 큰 선수 돼." 맞는 말이다. 우리는 여전히 자신의 삶에 무수히 많은 핑계를 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용기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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