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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님의 서재

아파트 담장을 따라 넝쿨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붉은 너울과도 같은 그 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면 우리네 삶에서 필요한 것은 생존 외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목숨만 붙어 있다면 삶에 필요한 다른 모든 것들이 우리 곁에 넘치도록 가득하다는 걸 시시각각 깨닫게 된다. 넝쿨장미 몇 송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호들갑이냐?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사실 5월을 장식하는 넝쿨장미쯤이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우리네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하여 신은 참으로 많은 것들을 준비하셨구나, 생각할라치면 풀꽃 하나 떠가는 구름 한 장에도 눈길이 가게 되는 것이다. 우주의 작은 티끌에 불과한 각각의 인간들을 위하여...


사실 우리 선조들은 자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우주에 담긴 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며 살았던 민족이다. 살아서 집을 지을 때도, 죽어서 묏자리를 잡을 때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다. 때와 장소를 가린다는 것은 자연에 담긴 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우리의 선조들은 그와 같은 순수한 의지로 반만년의 장구한 역사를 이어 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들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겨레의 자랑스러운 역사이자 푸른 희망이다. 그런데 그 역사의 현장에서 술과 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들겠다는 작자들이 있다.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음식 반입을 철저히 금하는 박물관에서 만찬을 열겠단다. 무식도 그런 무식이 없다. 역사가 일천한 미국 대통령이야 유물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역사적 가치와 보존을 위한 지침에도 취약하다지만 반만년의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그런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식의 소치가 아닐 수 없다.


'위안부 피해 보상금이 밀린 화대'라느니 '러브샷을 하려면 옷을 벗고 오라'는 등 역사의식도 없고 윤리 의식도 없는 작자들이 정부 요직에 앉아 국가를 운영하고 있으니 나라의 꼴이 참으로 우습게 되지 않았을까. 그들에게는 오직 개인의 욕망과 권력의 실현만이 지상 최대의 과제이자 이뤄야 할 목표인 듯 보인다. 그런 자들에게 더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선조들의 순수한 영혼이 깃든 여러 유물을 병풍 삼아 술잔이나 기울이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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