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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을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
  • 애니타 존스턴
  • 14,850원 (10%820)
  • 2020-03-30
  • : 2,520

자주 느끼지만, 대한민국 출판계 편집인들의 번뜩이는 재치는 가히 양 엄지를 척! 척! 들어올려도 부족할 수준. [먹을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라는 제목에 혹 하지 않을 이들(특히 젊은 여성)이 얼마나 될까? 원제는 [Eating in the Light of the Moon]. 이 책에는 여성이 주연이다. 저자 애니타 존스턴 박사는 구체적 출처를 밝히지 않고 "통계에 따르면, 섭식 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95%가 여성이라고 한다." (17쪽 참조)는 한 문장으로 남성들을 무대 뒤로 밀어 내었다. 위 진술 이후, 뒷 받침이 약하다. 왜 '남성은 섭식 장애 논의에서 싸악 빠졌는지, 왜 상대적으로 덜 취약한지, 여성의 취약성이 통문화적 특성이라 할 수 있는지, 섭식 장애를 오로지 문화현상으로만 설명하는 입장인지에 대한 와닿는 구체적 설명은 없다.





다시 돌아가 보자. 왜 원제에 "달빛"이 등장할까? 달 빛 아래에서 먹는다(Eating in the light of the moon)니 무슨 의미인가? 저자는 현대 여성의 섭식장애가 여성성의 폄하로 인한 정신적 허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한다. 저자 (저자 애니타 존스턴은 임상심리학 박사이며 하와이에서 '거식증 및 폭식증 센터' 설립 후, 치료에 전념해왔다.)는 이렇게도 이야기했다. "우리는 여전히 남성적, 직선적, 이성적, 합리적인 것이 여성적, 순환적, 직관적, 감정적인 것보다 높이 대접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 현대 여성은 이 사회에 살아남기 위해 네모난 구멍에 필사적으로 몸을 끼워 넣으려고 애쓰는 둥근 못과도 같다.(20쪽)" 그렇다면 "달빛에서 먹다"는 한 때 창조적 생명력으로 숭배받았다던 여성성을 긍정하는 것이 섭식 장애를 치유해줄 근원적 힘이라는 의미일까?


저자 애니타 존스턴에게는 죄송하지만, 좀 헐겁게 속독했던 탓에 "달빛" 제목의 단서를 많이 찾진 못했다. 저자는 "매장된 달" 신화가 "여성성이 매장되고 남성성의 특질이 더 중시되었을 때의 위험성(29쪽)"을 경고하는 이야기라며 소개한다. 또한  "음식 강박에서 벗어난 사람들"이라는 마무리 챕터에서 "부드럽고 사색적인 달빛의 인도를 받아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면서 여성들은 점점 더 강해졌다(326쪽)." 고 적고 있다. 부드럽고 사색적인 달빛(?), 아마 저자가 이 책에서 내내 주장했던 여성 몸의 지혜, 자연의 순리가 아닐까 한다. 



저자는 독특하게도 안데르센 전집뿐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설화와 동화에서 에피소드들을 뽑아서 현대여성의 섭식장애 문제를 비유하는 데 쓴다. 이런 사고법이야 말로, 저자가 누누히 이야기하는 "달빛," "여성성"인가도 싶다. 아무튼 나는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다음의 구절들을 가장 예민하게 읽었다. 후에, 더 적을 기회가 올 것 같다. 


"섭식 장애로 고생하는 여성들 대다수는 어린 시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들까지 느끼고 눈치가 빨라서 일이 잘못되어가는 것을 잘 감지했다. 그들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챘고, 일정한 행동 패턴을 파아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있었다...식구들 중에서 자신처럼 세상을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여기서 생겨난 불편함을 외면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지각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그들은 처음으로 음식에 집착하게 된다." (6-7쪽)


"음식과 씨름하는 여성들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경우가 많다. 그들은 육감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눈에 보이지않는 것을 보며 행간을 읽는 능력이 있다. 주위에서 이런 능력이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받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 능력을 두려워하게 된다. 자신의 직관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116쪽) 



"섭식 장애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굶주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음식이 물질적 음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거기의 정체를 파악해서 그것의 상징적 본질을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다." (63쪽)



애니타 존스턴은 소위 "섭식 장애 환자"라는 이들 개개인이 허기를 잘 들여다 봄으로써(정신적 허기와 구별함으로써) 진짜 문제를 인식하고 회복할 힘을 얻어왔다고 한다. 나아가 보다 근원적으로는 이 새로운 시대에 "여성성"이라는 걸, 긍정함으로써 여성이 집학적으로 더 취약한 섭식장애의 백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이 주제는 후에 다시 접급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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