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출판사 북라이프에서 제공받아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소감을 여기에 기록해 봅니다.
제목부터 어쩜 이렇게 내 마음에 쏙 들어오는 이런 책이라니!! 이 책은 피할 수가 없었다. 읽어야 한다. 읽어야만 했다.
평소에도 늑장에 미루기에 쫓기는 마감들에 나는 왜 이렇게 밖에 못하는 거냐고 자책하면서도 느긋하기 그지 없는 내 천성을 탓하며 왠지 쭈그러 들어지는 내 어깨를 펼 수가 없었는데 나랑 같은 생각을 하며 당당하게 잘만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ㅋㅋ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그 순간까지 때마다 해야 할 일이 있었고 그것을 얼마나 잘, 빠르게(특히 한국 사람이라면) 멋지게 해내는지에 따라 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이른바 미라클한 갓생을 살고 있는 이들... 얼마나 부지런한지 한시도 가만 있질 못하는 부류이다.
이와는 반대로 우리처럼 세상 느긋하고 최고가 되기 보다는 적정선만 통과하면 되는 세상 걱정과 욕심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욕먹지 않으면 괜찮은거 아니냐며 다행이라는 사람들.... 이들도 나름의 부류이다.
이 책의 저자는 생긴대로 살고 게으른 채로 살아도 꽤 괜찮은 어른이 되는 방법들을 이야기하며 우리 같은 부류들의 숨은 이야기를 꺼내 서로를 위로(?)하고 힐링하는 글과 그림을 풀어냈다.
처음엔 이 책 왜 읽느냐? 너도 나와 같은 부류인가? 내가 얼마나 게으른지.... 그런데 그냥 생긴대로 살면 안되냐? 를 시전하며 게으름에 대한 떳떳함과 일의 능률을 논하더니 이젠 게으름을 분류하고 왜 우리가 억지로 부지런해져야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을 미워하고 혐오하고 혹사하지 말자로 말한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갓생 또한 트렌드일 뿐..... 다음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유행하지 않겠냐며.... 너스레처럼 넘겨 버린다. 진지하게 이야기 하다가도 실없는 사람처럼 늘어지다 또 자신을, 자신의 삶과 패턴을 사랑하라는 말을 하며 철학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는 것이 가깝게 오래 만나서 알고 지낸 친구와 그저 덧없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의미없는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드는 듯한... 그러면서 빠져들게 되는 좀 특이한? 매력을 주는 책이었다.
사실 한국에서 제법 부지런해야 한다는 직장에서 직장 생활을 했고 과감히 탈출을 했으며 자신있게 게으름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외치면서 이만한 책을 써내는 저자의 반전 케릭터를 알아가며 이미 공감력을 잃고 외면할 뻔 했지만 자세히 읽어 보면 결국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겉과 안의 모습들을 조금씩 대변하고 있는 느낌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서 내가 해야 할 내 역할과 책임을 알고 있지만 가끔은 지치고 힘들고 손가락하나 까딱할 힘도 없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으면 그것도 게으르다는 것일까? 이런 상황들이 계속 되거나 실천의 의지와 속도가 느리거나 적다고 해서 태생이 게으르다는 말을 붙여도 되는걸까? 각자의 모습이 다르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일까? 그게 그렇게 나쁜 것일까? 이 책을 읽고 나니 게으름에 대한 생각이 다양하게 떠오르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스스로가 게으르면서도 게으름은 옳지 않다고 말했던 나였기에 이제 게으름은 제법 괜찮은 거다라고 말하려니 그것 참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일단은 다름이라고 말하되 내 안에서 두 부류의 적정한 타협점을 찾아봐야 할 거 같다.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으려다 마냥 웃기지만은 않은 책을 읽었다. 나쁘진 않았다. 다만 생각이 많아졌을 뿐이다. 과연 지금의 나는 갓생과 게으름 중 어디에 더 가까운 모습으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