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초에 태풍 불고
물대야에 빗소리
듣는 밤이여
芭蕉野分して盥に雨を聞く夜哉 『武蔵曲』- P84
거친 바다여
사도섬에 가로놓인
밤하늘 은하
荒海や佐渡によこたふ天の河 『おくのほそ道』
거칠게 파도치는 밤바다! 일본 서해안은 특히 파도가 거칠기로 유명하다. 밤하늘에는 은하수가 사도(佐渡)섬으로 길게 가로놓였다. 유배지였던 사도섬은 준토쿠(順德)왕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비운의 한숨이 서린 곳이다. - P97
따갑게 쬐는
햇살은 무정해도
바람은 가을
あかあかと日は難面もあきの風 『おくのほそ道』- P98
이 가을엔
왜 이리 늙는가
구름에 가는 새
此秋は何で年よる雲に鳥 『笈日記』
문득 만추(晩秋)의 하늘을 멀리 바라보니 구름 속으로 새 한 마리가 한 점이 되어 사라진다. 고독한 떠돌이 나의 모습인가? 인생의 마감에 대한 예감과 함께 가누기 힘든 적료감이 엄습한다. 바쇼는 이 구를 읊고 두어 달 후 타계했다. - P119
해(年) 저물었네
삿갓 쓰고 짚신을
신은 그대로
年暮ぬきて草鞋はきながら「野ざらし紀行』
여기저기 떠돌다가 한 해가 저물었다. 사람들은 새해 맞을 준비로 정신없이 바쁜데 아무 할 일도 소속감도 없는 떠돌이 모습그대로의 자신을 돌아보니 공허감이 엄습한다. - P131
방랑에 병들어
꿈은 마른 들판을
헤매고 돈다
旅に病んで夢は枯野をかけ廻る 「笈日記』
긴 방랑에 병이 깊어져 고통스러운 단말마의 꿈자리. 황량한 겨울 들판을 헤매는 꿈에 시달린다.
바쇼의 사세구(辭世句, 세상을 뜨며 남기는 시)라 알려져 있는데(...) 방랑 시인의 스산한 최후가 오히려 감동을 준다.
- P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