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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쁘띠님의 서재
  • 패자의 고백
  • 미키 아키코
  • 16,200원 (10%900)
  • 2025-08-25
  • : 3,775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사건 관계자들의 고백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패자의 고백은 읽으면서 그 유명한 가나토 마나에의 고백이 연상되었다.

물론 작가의 전작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런 느낌은 단지 풀어가는 형식만 비슷할 뿐이라는 걸 이내 알 수 있었다.

주인공의 고백을 중심으로 그 사건의 인물들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그날의 진상은 얼핏 단순해 보이는 사건의 이면이 겉보기완 분명한 차이점이 있음을... 그리고 그 괴리가 이 가족이 안고 있던 문제점 중 하나였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산속의 별장에서 세 식구 중 두 사람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남편은 의심스럽게도 몸에 상처가 있었고 추락하기엔 베란다의 난관 높이가 있어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

여기에 아내가 사건이 생기기 전 지인에게 남편이 자신과 아이를 죽이려고 한다고 쓴 메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 남편은 구속되지만 아들 역시 자신의 할머니에게 아빠와 엄마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도움을 청하는 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며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되는 두 주장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전면적으로 사건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면서 이내 사건은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된다.

누구에게도 그렇듯이 이 가족 역시 비밀을 숨기고 있었고 그 비밀은 이제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

경찰이 등장하지 않고 오로지 등장인물들의 고백 혹은 메일로 사건의 진상을 밝혀간다는 설정은 특별하지 않지만 작가의 필력이 이 모든 걸 감싸고 넘어간다.

일단 가독성부터 끝내준다.

책을 손에 들면 단숨에 읽어 내려갈 정도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어디 한군데 군더더기가 없이 매끈해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다.

플루트도 복잡하게 얽혀있거나 하지 않아서 이야기를 어느 정도 읽어가다 보면 사건의 진상이 보이는 듯하다.

그럼에도 지루하거나 지리멸렬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역시 작가의 필력이 그만큼 탁월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귀축의 집에서도 보여주듯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물밑에 숨어 있는 진실... 그 진실을 이 집안의 구성원을 잘 아는 사람의 눈과 입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고 어느 부분을 넘으면 마침내 독자들 스스로 눈치챌 수 있게 해놓았다.

결국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건의 본질은 단순하다.

선남선녀에 경제적으로 풍족한... 누가 봐도 행복할 것 같은 이 가족이 비극적으로 붕괴된 이유는 뭘까?

끝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한 결과라고 하기엔 너무 안타까운 결말이어서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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