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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지님의 서재
  • 나는 내가 고장 난 줄 알았다
  • 메러디스 카더
  • 16,200원 (10%900)
  • 2025-09-20
  • : 8,765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그리고 감정을 감추는 것 우리에게는 그 어느 것도 정답이 아닙니다. “나는 내가 고장난 줄 알았다.” /도서제공 수오서재에서 보내주셨습니다.

 

“내가 격한 감정에 휩쓸렸던 모든 순간들이 떠올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분노가 잠식했던 상황만 떠오른 게 아니었다. 너무 흥분하거나 너무 기뻐서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거나 화나게 했던 행동들도 떠올랐다. 나는 항상 '투머치’였고 그 점을 고쳐야 했다.”

 

성인 ADHD로 아직 진단받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같은 순간을 느끼게 될 겁니다. 일반인이 경험하는 것보다 더 농도 깊은 상태의 감정몰입과 조절불가를 경험하는 그들에게는 혼란과 우울과 함께 자기비난도 따라온다는 작가의 설명을 듣고 나면 가족, 혹은 동료인 그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해주어야 잘 함께 할 수 있는 가를 고민하게 되고요.

 

ADHD를 위해 준비된 조언들은 예민하고, 피곤하고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도 유효합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식사를 포용’한다거나 ‘배가 고파서 화가 나기 전에 먹어라’같은 것들이죠. 삶이 너무 복잡해진 현대의 도시생활자들은 SNS의 ‘훌륭한 사례’들에 눌려 모든 것에 압박을 느낍니다. ADHD는 신경다양성문제로 압박을 그 열배쯤 느끼지만 내려놓고 편안해지는 법은 다르지 않습니다.

 

“유통 기한이 임박한 음식은 보이는 곳에 두어라. 남들 눈에 보기 좋도록 냉장고를 정리하는 것을 포기하고라도 그렇게 해라.”

 

과잉교정, 분석마비, 내 능력 이상으로 삶을 바꾸고자 하는 모든 행동을 지나치게 해버리고 실패하는 건 우리 모두의 문젯거리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작은 팁들이 도움이 되었던 거 같아요. 이제 제 핸드폰에는 테무도, 샵사이다도, 각종 홈쇼핑도 없습니다. 배민도 없죠. 애플페이도 없습니다. 배너가 떠도 앱을 깔아야 하는 쇼핑은 하지 않습니다. 그냥 의지로 되는 일은 없었던 거죠. 생각의 구조를 바꾸니 그걸로 일주일간 생활비 손실이 얼마나 많이 줄어들었는지...

 

“매번 최악을 가정하게 되고, 거절이 두려워 관계를 거부하다가 결국 외롭게 끝나니까요. 그게 과잉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해요. 나와 친구가 되고 싶지 않은가 보다. 내가 똑똑하거나 재미있거나 매력적이거나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아닌가 보다. 나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사람이 있겠지.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했나 보네,. 늘 이런 식이예요.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고통과 불안이죠.”

 

거절 민감성 불쾌감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노 라고 말하고 싶을 때 예스라고 말하는 이유’에서 언급하는 수많은 사건들은 사회생활이라는 명목으로 우리가 참아내는 것들과도 같았습니다. ‘예스라는 대답의 비용을 생각해본다.’거나 ‘노는 일종의 배려.’라는 팁을 보고나면 누군가의 제안에 긍정하는 것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완벽주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는다.”

 

누군가에게는 완벽한 워커홀릭이지만, 개인사생활은 엉망인. 엄청나게 성공한 사업가지만 파산을 하게 되는. 극단적인 간극을 가진 ADHD를 가지고 성인이 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감정이 고쳐야 하는 고장난 부위가 아니라 개개인의 특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자기비난을 덜어내고 감정을 다룰 수 있게 천천히 연습하다보면 나만의 루틴을 찾아 팍팍한 현대사회를 견딜 수 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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