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여성이라면 아는 남성에 비교해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생식기”/도서제공 리드비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지치고 닳아서 바깥에서 에너지를 다 쓰고, 결국 집에서는 소파에 들러붙어 같이 사는 건지 아니면 하숙생인지 모르는 우리가 아는 어떤 남성과 같이 사신다면 생식기를 더 몰입해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가끔은 한심하고 가끔은 불쌍한 남자들, 태어나기를 종족번식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하는데 그것조차 잃어버린 것 같은 기운 없는 어떤 생명체. 그 안에 살고 있는 주인공을 담당하는 생식기가 이 이야기의 화자입니다. 갸가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흔한 이야기가 진짜였네요? 자아가 따로 있었어요! 생식본능이!
“당연한 말인데 인간을 담당하면서 저까지 인간은 특별하다고 착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야 인간에게는 말이죠, 인간과 지구를 놓고 보면 당연히 지구가 먼저 있었고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살아온 종도 정말 많은데,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지구나 다른 종은 깡그리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느낌, 있지 않나요?”
안온한 코쿤, 독신기숙사에서 10년차가 되면 나가야만 하는 쇼세이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생식기의 표현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환경은 최악! 본능을 발휘할 기회가 없도록 만드는 직장도 나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생식기는 성적소수자에 대해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개체가 있기에 그 종이 보존되는 겁니다.”라고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어떤 단체들에도 제가 대신 일갈해주고 싶네요.
이 책의 이야기의 대부분은 “정상”이라는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 사회를 꼬집는 내용들입니다. 생식으로 개체를 늘리는 것조차 개체 차이를 인정해야 하고 개체차이가 있어서 사회가 구성되는 그 자연스러움을 모두가 노력해서 비슷하게 맞춰야 한다는 우리의 잘못된 선입견들을 빼놓지 않고 때려줍니다.
규칙은 애매하고 무리 지으며 공동체 감각에 압도당해 생각을 놓아버리게 되는 쇼세이의 과거 성장과정의 결과는 직장인이 아니라면 사회에서 벗어난 히키코모리 그 자체죠. 모든 것이 경전으로 정해져있는 사회에 살던 생식에 여러 번 성공한 여성개체 Maryam과의 비교만으로는 어느 것이 정상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지만 오랫동안 동물과 벌레까지 담당해본 생식기의 입장으론 지구역사 기준으로 초초초초 신인인 인간이 이상하죠. 생식대신 베이킹을 행복으로 삼은 쇼세이는 그중에서도 더더더더 이상한 개체고요.
“서른둘, 서른셋의 인간 암컷 개체에 있는 ‘저’, 대단히 활약했을 겁니다. 이쓰키의 무성애자 친구를 싱글 맘으로 만들었을 때처럼 폭주했을 게분명합니다. 그런‘제’가 어떤 해결책을 찾았는지 미래를 위해서라도 알고 싶어요. 쇼세이. 물어. 물어보라고!”
저도 묻고 싶었습니다. 소멸하는 대한민국. 결혼이나 출산이 기본이 아니게 되어가는 사회. 돈 말고 사람들의 감정은 언제 바뀌는 건지 궁금했지만 본체의 비협조로 그 대답은 찾을 수 없었죠.
복잡한 사회, 다양한 규칙, 그리고 다른 사람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이 모든 것들이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생식본능을 거세하고 미래세대보다는 지금 나의 작은 행복에 집착하게 만든다는 걸, 자연스러운 인간이라는 동물적 본능은 점점 소멸하고 있다는 위기를 말해주는 소설입니다. 그걸 T스러운 서술로 위트있게 말해줘서 더 재미있고요.
결론은 “나답게 살자”인 것 같아요. 결혼을 안 해도, 아이를 안 낳아도 세금내고 자기 먹을 케이크는 만들면서 잘 살아가는 주인공 처럼요. 남에게 피해만 안 끼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정상의 기준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재미있었고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