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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님의 서재
  • 재봉틀과 금붕어
  • 나가이 미미
  • 13,320원 (10%740)
  • 2025-09-23
  • : 45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제목이 무슨 의미일까...?!

'재봉틀'과 '금붕어'

도통 이 둘의 연관성을 떠올리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 호기심으로 시작된 책 읽기.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울컥! 하게 되었는데...

그 감동을 소소하게나마 적어보려 합니다.


치매를 겪는 화자의 목소리로 그려진, 인생의 조각들.

웃음과 아픔과 후회 그리고 미처 몰랐던 사랑받은 기억


『재봉틀과 금붕어』


저 의사 선생님은 외국에서 울었던 여자구먼.

하고 알려줬다. - page 5


주인공 '가케이'

그녀는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 환자였습니다.

어느 날 요양 보호사 밋짱이 그녀에게


가케이 씨.

예.

가케이 씨는 이제껏 살아온 날들을 돌아봤을 때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생각하세요?

뭐, 뭐이?

가케이 씨의 인생은 행복했나요? - page 29


그동안 자신의 인생에 관해 생각해본 적 없었던 가케이는 이 질문으로부터 지나온 세월을 회상하기 시작하는데...

어릴 적 어머니의 죽음, 폭력적인 계모, 혼자 낳아 키운 아이, 생계를 이어주던 재봉틀 한 대, 그리고 물속을 조용히 헤엄치던 금붕어...

이 인생의 조각들이 하나 둘 모이며 비로소 하나의 긴 인생 스토리를 완성해갔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하지만.....

뭐, 됐어.


문틈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그래서 알았다.


지금은, 가을이다. - page 161


너무 서글펐습니다.

어릴 적엔 강아지 젖을 먹으며 자랐던, 매일 계모에게 장작으로 두드려 맞아 밤마다 내일은 제발 눈뜨지 않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했던 어린 소녀, 오라버니가 강제로 데려온 남자와 혼인, 아들이 태어난 직후 증발한 남편, 가족의 연이은 죽음, 이제는 기저귀를 차고 아기처럼 어기적어기적 걸으며 기억을 잃어버리는 현재까지...

자꾸만 목이 메어져 왔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릴 적 집안일에 쫓기는 와중에도 혼자 글을 깨쳤고, 웃으면 귀여운 아들과 무슨 음식이든 된장만 발라주면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딸이 곁에 있었기에, 그리고 지금은 자신을 위해 의사와 맞서 싸워주는 요양 보호사 밋짱을 비롯해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자신을 진심으로 도와주는 수많은 밋짱들이 있었기에 그녀의 삶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습니다.

가케이 씨로부터 불행하고 힘들기만 한 것 같은 삶 순간순간에 사랑과 행복의 조각들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행복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는데...


어떤 운명이든 간에 미치코를 만나서 정말 좋았다.

그 후에 어떤 밑바닥을 경험해야 했더라도, 뼈저리게 후회했더라도 그때는 미치코가 살아 있었을 때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행복했다.

무지무지 행복했다.

나에게는 행복한 시기가 분명히 있었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지금까지도 없었지만 우연히라도 누군가,

행복했습니까? 하고 묻는다면 그때는,

행복했습니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긴말할 것 없이 한마디로 대답할 것이다. - page 121


먹먹함에...

쉬이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웠습니다.

기억을 잃는다는 사실이 슬프다고 여겼던 저에게 그것이 마냥 슬픈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삶이 불행하고 힘들다고만 여기겠지만 그럼에도 작은 행복이 있었기에, 나를 둘러싼 이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살아갈만하다고, 

아니 우리네 삶은 행복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누군가 행복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행복했었다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외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가르침 잊지 않고 앞으로도 잘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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