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한 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그러니까 저자는 책과 술을 동시에 음미하는 책바를 운영한다는 것. 그래서 이 책에 그 둘을 담아놓았다. 책과 술, 그러고보니 그 둘이 은근히 잘 어울리는 조합인 듯하다.
해서 아 책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방법으로 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책을 위주로 해서 읽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술을 포인트로 해서 읽을 수 있다
세 번째는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책과 술을 동시에 음미하며 읽어보는 것이다.
첫 번째는 책을 위주로 해서 읽을 수 있다.
모두 23편이다. 장편소설 23편.
<애주가의 결심>,<캐롤>,<유리열쇠>,<그리고 아무도 없었다>,<1Q84>,
<위대한 개츠비>,<호밀밭의 파수꾼>,<007 카지노 로얄>,<면도날>,<기나긴 이별>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기사단장 죽이기>,<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상실의 시대>
<우리는 사랑일까>, <하느님의 보트>,<크리스마스 캐럴>,<살인자의 건강법>
<길 위에서>,<롤리타>,<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속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장편 소설 23편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더군다나 그 중 읽어보지 못한 책이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또한 읽었다고 해도 나의 시야에 들어오지 못해서 빠진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인데, 그것을 저자의 눈을 통해 채우는 것이 바로 이런 책을 읽는 기쁨이라 할 수 있겠다.
해서 이런 것들은 정리한다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서머싯 몸의 작품에 <면도날>이란 작품이 있다는 것, 처음 알게 된다. (89쪽)
헤밍웨이는 192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파리로 건너간다. (110쪽)
이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었다.
그 이유가 여기 밝혀진다.
바로 그 당시의 파리는 전 세계 문학과 예술의 수도였고, 환율 차이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생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10쪽)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멘시키는 주인공의 집 건너편 골짜기에 살고 있는데, 그 이유가 누군가의 모습을 먼발치에서나마 관찰하기 위해서다. (119쪽)
여기 이 부분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와 연결이 된다.
개츠비가 바로 누군가, 즉 데이지를 보기 위해 거처하는 집을 정하는 것과 똑같다.
일종의 오마주인 셈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것을 인정했다 한다.
실제로 하루키도 인터뷰에서 <기사단장 죽이기>는 개츠비를 오마주한 작품이라고 이야기했다. (119쪽)
음악도 들어보자
저자는 이 책 글을 쓰면서 MJQ의 <피라미드>를 듣고 있다고 했는데 (119쪽) 나 역시 이 책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에 나오는 음악을 챙겨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 책 <기사단장 죽이기>에는 이런 곡들이 등장한다.
MJQ의 <피라미드>, 푸치니 <투란도트> 와 <라보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D 804>.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https://www.youtube.com/watch?v=6jiDUamaQvI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D 804>.
https://www.youtube.com/watch?v=Tj2vp8AZ3Cc
유쾌한 유머 한 편 읽어보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를 읽었다는 사람에게 묻는다.
그럼,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은 읽었나요?
아직 읽지 못했어요.......(137쪽)
이런 문답 속에 숨어 있는 유머를 이 글 읽는 독자들은 금방 알아챌 것이다.
두 번째는 술을 포인트로 해서 읽을 수 있다
술의 유래 같은 것 또한 재미있게 챙길 수 있다.
예컨대 하이볼의 유래는? (39쪽)
올림푸스의 신들이 넥타를 포기하고 선택할만한 맛이라는 드라이 마티니 (92쪽)
압생트에 심취한 작가들, (94쪽)
구글에 Absinthe, Artwork라고 검색을 해보면 드가, 피카소, 반 고흐 등이 그려낸 앱생트를 볼 수 있다. (95쪽)
검색해보니 이런 작품들이 나온다.

이런 그림 딱보면 누구 작품인 줄 알 수 있다. 피카소다.
다시, 이 책은
세 번째 방법은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저자가 이 책에 책과 술을 한데 묶어 놓은 데에는 깊은 뜻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이야기해보자. 술과 책이 진짜 어울리는 경우다.
세상에! 바에서 우연히 마신 한 잔의 칵테일이 창작의 모티브가 된 경우도 있다.
바로 일본의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경우다. (155쪽)
소설의 제목은 <하나님의 보트>이고, 마셨다는 칵테일은 시칠리안 키스!
그리고 <크리스마스 캐럴>
그 유명한 유령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그런데 모두다 아는 것처럼 끝이 정말 경건하게 마무리되지 않는가? 그렇게 경건하게 끝이 나는 그 소설에 술이 등장한다고?
그렇다. 거기에도 술이 빠지지 않는다. 비숍이란 칵테일이다.
스크루지가 참된 사람으로 거듭난 다음에 직원인 밥에게 하는 말에 술이 등장한다.
바로 오늘 오후에 크리스마스를 맞아 모락모락 김이 나는 비숍주나 한 잔씩 하면서 자네 문제를 논의해보자고. 밥! (166쪽)
그 날 오후에 밥과 스크루지의 대화에서 술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모락모락 김이 나는 그 술은 분명 분위기를 화기애애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아 참, 비숍주는 오랜 세월 동안 환대의 마음을 담아 전해지던 술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둘의 대화에 딱 어울리는 술이라 하겠다.
그렇게 이 책을 읽다보니, 책은 말할 것도 없고 술도 점점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면 안되는데.......하면서도 술 안하는 나로서도 스크루지와 밥이 마셨을 비숍주는 한 잔 마셔보고 싶다. 왜? 그야말로 ‘건배!’를 하기 위해서! 책을 위해서 건배!, 술을 위해서 건배!.
정말 이런 책은 술을 마시면서 읽어도 좋을 듯하다. 어쨌든,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