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스트를 위한 멘토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인근에 있는 미술관에 들른다.
또한 특별전시회가 있을 때는 일부러 찾아가기도 한다,
그런 미술관에서 그림은 보면서도 그 안에서 어떤 일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별 무관심이었다. 다만 전시라는 작업을 하려면 많은 사람들의 손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은 했었다.
지난 번에 읽었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읽으면서 거기에 경비원도 필요하구나, 라는 것도 알았다. 물론 가끔씩 유명한 그림이 도난당하거나 훼손당하는 사건을 접하기도 했기에, 그런 것을 방지하는 인력을 포함해서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긴 했었다.
이 책에는 본격적으로 갤러리의 운영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가장 주된 내용은 갤러리에서 일하려는, 일하는 사람인 갤러리스트를 위한 안내서라 할 수 있다.
해서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PART 1 예술은 어디서 살아 숨 쉬는가? - 작품이 걸리고,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들
PART 2 갤러리스트는 어떤 사람인가요? - 기획자이자 예술의 연결자, 그 복합적인 정체성
PART 3 갤러리로 들어가는 문을 열며 - 취업과 실무, 첫발을 내딛는 당신에게
PART 4 전시를 만드는 사람들 - 기획에서 오프닝까지, 무대 뒤의 예술 이야기
PART 5 아트딜러의 시선으로 - 작품을 ‘파는’ 것이 예술을 ‘잇는’ 일이 될 때
PART 6 갤러리스트의 실전 스킬 - 보이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실무의 세계
PART 7 나만의 길을 만드는 법 - 갤러리스트 커리어의 확장과 창업 스토리
PART 8 예술과 오래 함께하기 위해 - 번아웃 없이, 꾸준히 사랑하며 일하는 법
그러니까 갤러리 운영의 기본부터 미술 시장의 흐름, 갤러리 취업 전략까지 단계별로 정리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갤러리에 일하려는 사람 이외에도 갤러리에 대한 이해, 더하여 미술 작품에 대한 이해도 겸할 수 있다.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 일반인들도 갤러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에 이 책은 여러 모로 쓰임새가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세 가지 방향으로 읽을 수 있다,
첫째는 갤러리스트가 되려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둘째는 일반인 중에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셋째는 일반인을 위한 책이다.
첫째는 갤러리스트가 되려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이에 대하여 이 책에서 자세하게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갤러리스트가 되는 방법, 그리고 갤러리스트로서 활동하는 모든 사항에 대하여, 그리고 감정노동을 견디는 법까지, 그야말로 갤러리스트로서 활동하기 위한 A에서부터 Z까지 총망라되고 있다.
둘째는 일반인 중에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이 부분이 정말 좋았다. 나에게 해당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것들은 미술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전시장을 걸을 때에 우리는 작품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공간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147쪽)
나 같은 일반인은 갤러리에 들어서면 무엇보다도 그림 보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후다닥 그림 있는 데로 발걸음을 옮기기 일수인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그 그림이 있는 그 공간, 그림과 그림 사이의 공간, 그리고 갤러리 전체의 공간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공간을 느끼는 게 진짜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다.
그러니 이런 말들은 밑줄 굵게 긋고 새겨볼 수밖에.
전시를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의 순서보다 작품 간의 관계이다. (147쪽)
전시는 눈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152쪽)
자, 또 내가 잘 못한 것들이 눈에 보인다.
갤러리에 들어설 때, 나는 어떠했던가?
맨 처음 만나는 그림, 제대로 본 적이 있었던가? 아니다.
도록을 보면서 조금 유명하다는 작품을 찾아갔지, 맨 처음 보이는 그림, 첫 작품을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을 한다.
전시의 첫 작품은 보통 가장 강렬하거나 가장 차분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강렬한 작품 : 어? 이게 뭐지 하고 관객의 발을 멈추게 함.
차분한 작품 : 조용히 들어오세요, 라고 속삭이는 느낌을 줌,
강렬하거나, 차분하거나. 그런 느낌을 이제부터 느껴봐야지, 라는 각오도 해보게 된다.
또한 끝나는 작품은 여운을 남기거나 완결감을 주는 방향이 좋다, 니 갤러리 전시를 보러 가서는 한편의 이야기를 다 듣는 것처럼 다 들어야지, 중간에 빠지지 말고 다 챙겨봐야지, 하는 마음 역시 갖게 된다.
또 있다. 그림을 보면 세로형과 가로형으로 그려진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것들의 배치 또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비율의 작품은 ‘시선 전환의 계기’가 되기 때문에 구간을 나누는 데 유용하다. (149쪽)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러시아 음악가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란 곡이 떠올랐다.
그 곡에는 그림과 그림 사이에 ‘프롬나드’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산책이란 의미다. 해서 그림과 그림을 마구 지나가는 게 아니라, 산책하듯이 천천히 음미하면서 그림을 보아야 한다는 그런 의미도 들어있다. 이 책을 읽으니 더더욱 그 곡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셋째는 일반인을 위한 책이다.
일반인들은 갤러리에 대하여 어떤 게 가장 궁금할까?
아마 미술품의 가격이 가장 궁금할 것이다. 어떻게 가격을 매기는 거지?
이 책에서 미술품의 가격에 대해 몇 가지 언급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미술품에 가격이 필요한 이유다. 왜 그림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가.
미술품의 가격이 필요한 것은, 그 작품이 누군가와 연결되기 위해 가격이 필요하다. (118쪽)
또한 작가의 정성과 가치가 정당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118쪽)
그러기 위해 가격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피카소의 경우가 생각난다. 그린 그림마다 엄청난 가격으로 팔렸던 피카소.
그는 생전부터 그림이 잘 팔렸던 화가로도 유명한데, 피카소 본인도 자신의 그림이 얼마에 팔리는지 확인했다고 한다. 자기가 받을 돈의 액수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린 그림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나무위키)
그밖에도 알아두어야 할 사항들이 많은데,
갤러리와 미술관의 차이는 무엇인가?
다음 표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다시, 이 책은?
책 제목이 『갤러리스트를 위한 멘토링』라고 해서 갤러리스트만 위한 책이 아니다.
문화의 한 분야인 그림에 대해 적어도 이 정도는 알아두어야겠다. 그림이 전시되는 공간인 갤러리, 그런 갤러리가 있어서 우리가 그림을 접할 수 있다.
그런 갤러리에 대한 이해는 그림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고, 결국 우리가 가진 문화 이해의 수준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문화 수준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