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의 로댕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먼저 이 책을 쓴 릴케와 로댕의 관계를 알고 싶었다.
해서 다른 자료들을 참고하니 이런 대목이 나온다.
시인 릴케(1875~1926)가 로댕을 만난 것은 릴케가 27세, 로댕이 62세이던 1902년이다. 한 예술잡지에 로댕의 전기를 써 달라는 청탁을 받은 릴케는 파리로 이주한다.
그리고 1906년까지 단속적으로 로댕의 집에 머물면서 사실상 로댕의 비서 역할을 한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릴케가 로댕에 대하여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기본 정보
이 책에는 릴케의 글이 모두 3개가 들어있는데, 다음과 같다.
1부 삶, 이 놀라움 ― 젊은 여성 조각가에게, 파리, 1902년 12월
2부 자연의 힘 ― 강연, 1907년
덧붙이는 글_ 〈노동탑〉에 대하여
이에 대해 이 책의 <역자 해설>을 토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로댕의 전기 집필을 의뢰받은 릴케는 1902년 8월 28일 파리에 도착했다. 이때 62세의 로댕은 이미 오래 전부터 명성을 얻고 있던 조각의 대가였다. 그해 말 릴케는 『로댕론(Auguste Rodin)』을 완성하였고 이 원고는 이듬해 3월말 ‘예술(Die Kunst)’ 시리즈 중 하나로 출간되었다. 이것이 이 책의 1부에 해당한다.
릴케는 1905년에 드레스덴과 프라하에서 로댕에 관한 강연을 하였는데 이 강연내용이 이 책의 2부이다. (213쪽)
<1부 삶, 이 놀라움 ― 젊은 여성 조각가에게, 파리, 1902년 12월>
이 글은 릴케가 쓴 『로댕론』이다.
그간 로댕의 작품을 보면서 궁금한 게 많았다. 여기에서 로댕의 작품 몇 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된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을까?
지금까지 알고 있는 정보는 로댕이 그 작품을 단테의 『신곡』에서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단테의 『신곡』을 읽었다. 그것은 일종의 계시였다. 그는 다른 종족의 고통당하는 육체들을 생생하게 보았고, 의상들이 모두 찢겨버린 한 세기를 계속해서 매일 보았고, 한 시인이 자기 시대에 대해 내린 위대하고도 잊을 수 없는 심판을 보았다. 거기 나타난 상들은 로댕의 정당함을 인정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니콜라스 3세의 발이 울었다는 대목을 읽었을 때 로댕은 벌써 알았던 것이다. 우는 발이 있다는 것을, 완전한 한 인간을 넘어서 울음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모든 땀구멍에서 솟아나는 엄청난 눈물이 있다는 것을. (33쪽)
이 글을 읽고 새삼 단테의 『신곡』을 펼쳐 보았다.
‘니콜라스 3세의 발이 울었다’는 대목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옥편 19곡>에 있었다. 관련되는 대목은 다음과 같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서
저 둔덕을 따라 그렇게 달려왔다면
내가 전에는 커다란 망토를 입었음을 알아두시오.
사실 난 암곰의 아들이었소. (민음사, 『신곡』 지옥편, 19곡, 189쪽)
미주를 보니, 이런 기록이 보인다.
교황 니콜라우스 3세로, 곰을 문장으로 쓰는 오르시니 가문 출신이었다. (위의 책 381쪽)
나의 발이 불에 타고 이렇게
거꾸로 처박힌 시간은 그놈이 시뻘건 발로
처박혀 있을 시간보다 더 길 것이요. (위의 책 189쪽)
역시 미주에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곳의 죄인들은 발바닥이 불타는 형벌을 받다가 그 다음 죄인이 오면 교대하여 자리를 넘기고 더 아래 지옥으로 내려간다. (위의 책, 381쪽)
이렇게 해서 단테의 『신곡』 한 구절을 자세하게 읽어보게 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니콜라스 3세의 발이 울었다’는 말은 어디에 있을까?
『신곡』에서는 발이 불타고 있다고 하는데, 발이 울었다고 하니, 단지 번역의 문제일까?
『지옥의 문』 (65쪽 이하)
이 작품도 살아있고 운동하는 면들의 접촉이라는 테마를 계속해서 새롭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면들의 운동과 결합을 계속 연구하면서 동시에 로댕은 여러 군데에서 만나는 육체들, 더 거세고 강하고 격렬하게 접촉하는 육체들을 찾게 되었다. (65쪽)
이러한 격렬하게 접촉하는 육체들이란 표현으로 다른 작품들도 설명할 수 있다.
『지옥의 문』에 등장하는 수많은 형상과 군상들은 이런 식으로 탄생한 것이다.
릴케는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원한다면 우리는 로댕의 대부분 작품을 사상적인 설명을 덧붙여 해명하고 논할 수 있다. (83쪽)
바로 이게 내가 로댕의 작품을 보면서 원했던 것이다.
『칼레의 시민들』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 릴케가 언급한 작품들 색인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나중에 로댕의 작품들은 볼 때에 참고가 될만한 부분들이 이 책에 많다는 것, 밝혀두고 싶다.
다시. 이 책은? 이 책 읽을 때 몇가지 참고 사항
이 책을 읽을 때에, 먼저 책의 뒤편에 있는 <로댕 연보>를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거기에는 로댕과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함께 등장한다. 해서 로댕을 이해하는데 아주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로즈 뵈레, 카미유 클로델 등.
또한 역자가 릴케의 글을 해설한 <역자 해설>은 꼭 먼저 읽어야한다.
그래야 처음 글부터 이해가 된다.
명성을 얻기 전 로댕은 고독했다. 그리고 나서 찾아온 명성은 아마도 그를 더 고독하게 했을 것이다. (11쪽)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 책의 첫문장에서 이런 글을 만나게 된다. 로댕이 고독했다는.
그런 글은 어찌해서 나오게 된 것일까?
역자의 해설에 이런 게 있다.
릴케가 이 위대한 노대가에게 감동하고 확인한 것은 예술가로서 취해야 할 기본적인 삶의 자세였다. 로댕의 예술가적 실존은 고독과 가난, 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릴케는 로댕의 고독을 언급하면서 『로댕론』을 시작한다. 그 이유는 (.........) (219쪽)
이런 해설을 먼저 읽고나서 이 책을 읽어간다면, 독자들은 릴케가 보여주는 로댕의 작품세계로 들어가는 데 조금도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더하여 릴케와 로댕을 함께 알아가는 기쁨 또한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