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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걸우네님의 서재
  • 길 위에서 인생을 묻다
  • 김상근
  • 32,400원 (10%1,800)
  • 2025-09-29
  • : 265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로 세련되었다고  치켜세우며 자화자찬하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결코 '시대의 흐름'이라 할 수 없다. 

 16세기 영국의 귀족들은 자신들의 자녀를 유럽 대륙(이탈리아, 독일, 프랑스)로 그랜드 투어를 보내기 시작한다. 이어진 그랜드 투어는 18세기에는 10대 후반의 나이에 학교교육의 부족을 채우고 다양한 교육(승마, 사교술, 춤, 대화법, 연설 등)을 채우는 대학 수준의 교육을 4년 동안이나 받기도 한다. 물론 귀족이나 유력한 자리에 있는 자녀들만이 누릴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였지만 말이다.


 지금도 어학연수나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일정 기간을 해외에 체류하며 경험과 지식을 쌓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지금처럼 비행기나 다양한 교통수단이 발명되지 않은 시기에 오랜 기간을 타국에서 공부를 하는 이들의 모습이 적잖은 충격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 귀족의 자제라면 당연히 가야 하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그랜드 투어를 떠난 아들 필립 스탠호프에게 아버지인 필립 체스터필드 보낸 편지들이다. 참고로  필립 스탠호프는 1746년 10월 샤우펜하우젠에서 부터 1750년 11월까지 파리에 도착할 때까지 4년간의 그랜드 투어를 다녔다. 함께 다닌 동행 교사는 편지 안에는 하트 선생으로 불리는데, 월터 하트라는 작가이자 성직자, 옥스퍼드대 교수를 역임한 지식인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현직 교수가 동행 교사로 나서기도 하는데, 그만큼 동행 교사에게 요구되는 다개 국어의 언어능력뿐 아니라 뛰어난 지식적인 소양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동행 교사로 받는 페이가 대학의 봉급과 차이가 없는 데다 연금까지 지급되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기도 했을 듯싶다. 


​​

 책 안에 담겨있는 편지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조언을 넘어선 자기 계발서 같은 느낌도 든다. 부모이기에 조언에 담긴 잔소리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아버지인데, 그것도 자필로 쓴 편지를 이렇게 길게 쓴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양치 잘하라는 잔소리가 곳곳에 등장하고, 친구를 가려서 사귀라는 내용이나 너무 쾌락에 취해서 귀중한 시간을 놓치지 말라는 조언, 돈을 아껴 쓰라는 내용도 등장한다. 또 아들 주변에 100명의 첩자가 있어서 너의 일거수 일투족이 아빠에게 보고되니 허튼 짓 하지 말라는 경고 아닌 경고도 등장한다. 


 책의 중반부터는 오래 맡았던 공직을 내려놓고 백수(?)가 되어서 그런지 편지의 내용들도 점점 길어진다. 그럼에도 그 안에는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구구절절한 사랑과 조언이 가득 담겨있다. 사실 자신의 자녀가 어려움 없이, 꽃길만 걷길 원하지 않는 부모가 있을까? 가뜩이나 공부를 위해서긴 하지만, 내 옆에 없는 자녀를 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가득 담아 보낸 사랑의 잔소리지만, 이 기나긴 편지를 받은 아들의 기분은 어떨 자기가 궁금하긴 하다. (책에 실린 편지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만 있지만, 아버지가 쓴 답장에 보면 아들과 자주는 아니지만 편지가 오고 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버지가 아들보다 더 많은 편지를 보냈지만... 이것도 내리사랑이 아닐까 싶다.)  


 아쉽게도 이 편지의 주인공인 아들 필립 스탠호프는 아버지의 조언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아버지 몰래 비밀 결혼을 하고 아들도 둘이나 낳았다고 한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안타깝게도 아버지보다 먼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했으니...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자기 계발서를 통해 마주할 법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조언들이 촘촘하게 담겨있다. 하나라도 아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어서 그렇겠지만, 아들에게 자신의 흑역사와 실패담까지 털어놓는 멋진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편지가 남아서(생활고에 시달리는 스탠호프의 아내가 이 편지를 헐값에 넘겼다고 한다.), 이렇게 21세기에 우리에게도 깊은 조언을 주니 또 한편으로 다행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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