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었지만 한국 교육이 바뀌는 것은 요원하다. 이번에도 각 대선 후보들은 이렇다 할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지 못했고, 그것은 대통령 당선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교육부 장관 자리는 아직도 공석이다. 지명자였던 사람은 고등교육인 대학 교육엔 좀 관심이 있었을런지 모르나 초중등교육엔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웬만한 학부모도 알만한 초중고 수업 일수와 나이스 시스템조차 모르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 보니 이번에도 교육 개혁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일단 객관식 문제가 최상위 시험인 수능을 폐지하거나 절대 평가로 시행해야 한다. 대학 입학 시험도 철저히 질적 평가로 개편해야 한다. 그래서 입시를 위한 학교 교육이 책을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고,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위해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그래야 학원으로 점수를 올릴 수 없고, 질적 평가기에 무의미해질 수 있으며 경쟁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사회에 많은 이득을 줄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행복해지고, 사교육에 투입되는 많은 금액을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며, 진정 역량 있는 인재가 등용되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배움의 주체는 학생이다. '미래학교 학생이 주도하는 교실'은 학생 생성권을 주장한다. 학생 수준 교육과정은 학생의 생성권을 보장하는 교육과정인데 여기시 학생 생성권은 학생이 주체적으로 교육과정을 생성하는 권리를 말한다. 한국의 교육은 적어도 30년 전인 7차교육과정부터 학생중심 교육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에서 반드시 달성해야 할 수많은 성취기준을 내려 보낸다. 물론 교사와 학생이 자율적으로 할 부분도 없진 않다. 과거엔 창의적 체험활동이, 지금은 학교자율시간이 그러하다. 2022개정교육과정은 학교자율시간을 만들었는데 성취기준과 무관하게 연간 17시간 정도를 새로운 교육활동으로 편성할 수 있다. 좋은 제도이나 시간이 너무 적다는 느낌이다. 학교자율시간 이전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는 많은 광역단체 시도교육청이 그와 비슷한 과정을 운영했고 시간은 연간 100시간 정도 가능했었다. 퇴보란 생각이다.
학생생성권은 수업 뿐만 아니라 학교생활 전반에 관련한 개념이다. 학교는 학생이 머무는 작은 사회이고, 각 반, 학년, 전교로 이어진다. 여기서 생활하며 학생은 많은 당면한 문제를 겪는다. 이에 대해 주도적으로 해결책이나 개선책을 제시하는 것도 생성권이다. 가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많은 자율권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초중고를 다니며 물론 고교학점제로 조금 변화기 있긴 하지만 모든 교과와 수업 내용이 주어진다. 어느 정도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시간을 일주일에 두어시간이라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냥 놀아도 좋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해도 좋고, 책을 봐도 괜찮으며, 음악을 즐겨도 되고, 영화를 봐도 괜찮은 그런 시간 말이다. 우리는 가끔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라고 너무 생각하는 것 같다.
책에는 학생 중심의 프로젝트 수업 사례가 두 개 나와 있다. 모두 초등 사례다. 하나는 먼저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을 조사했다. 이건 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하고 싶엇하는 것은 좀 더 면밀히 조사해서 이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역량과 연계하고 여기서 주제를 도출해내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의 희망과 유사하게 물고기 키우기, 박스활용하기, 발표 잘하는 방법 등의 주제로 탐구를 하게 되었다. 교사의 지원하에 학생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발표로 이어졌으며 다른 학년에 공개해 저학년 아이들이 참여하였다. 모두 좋은 사례란 생각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프로젝트 수업이 이어져야 학생이 진짜 역량을 갖춘 민주시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