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AAAAAAAA

1


"가기 싫다."
습관처럼 혼잣말을 뱉는다.
또 또 또, 박영수는 출근하기가 싫다.- P7
영수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창밖으로 무리 지어 흔들리는 나무들 중 한 나무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해볼 만한 나무였다.
해볼 만한 나무.- P7
(전략). 영수 집은 8층이었으니까, 나무는 충분히 컸다.
게다가 풍성한 가지들.
뾰족하고 튼실한 그 가지들.- P8
그 많고 뾰족하고 튼실한 가지들이 영수의 몸을 관통한다. 각각의 가지들이 만든 구멍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P9
하지만 그 죽음은 그리 오래 전시되진 못한다. 주민들 누가 신고할 새도 없이 자살방지국에서 가장 먼저 달려온다.- P9
페널티를 적용해 영수가 자살한 죄를 남은 가족들에게 물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난 엄마는 말했다.
"너는 죽지 마라. 니 죽음의 죄까지 짊어질 자신이 나는 없다."- P9
 연좌제를 두고서야 자살률은 줄어갔다.
죗값은 근무일의 연장이었다.- P12
그런데도 영수의 아빠는 죽었다. 기저질환이 있었던 아빠는 영수가 태어나고 3년이 지난 후부터 줄곧 혼자 ‘E‘였다. - P12
매일 아침 상상 속에서만 벌어지는 그 나무를향한 도움닫기, 도약, 빅 점프! 드디어 죽음!
하지만 현실은 한숨을 쉬며,
"가야지."- P13
2

(전략).
외출 시 방호복 의무 착용이라는 결정이 처음 났을 때 사람들의 반발은 대단했다. 하지만 방호복을 입지 않으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지고 그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P14
회사 입구에서 에탄올 샤워를 했다. 직사각형의 긴 철제 프레임 안에 일렬로 늘어서면 촤하하 소리와 함께 에탄올이 뿜어져나왔다.
그럴 때마다 술 냄새가 났다. - P15
자살을 꿈꾸는 영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살방지국에서 일했다.- P15
하지만 합법의 그늘 아래 불법이 자라는 법이었다. 이 기관은합법적으로는 트라우마가 될 기억만 지웠지만, 뒤로는 기억을매매했다. 그들은 인상적인 기억들을 사들이고 또 팔았다.- P16
기억은 값이 나갔다. 고립되어 혼자 사는 사람들의 세상은 좁았다.- P16
기억을 산 사람도 기억을 판 사람도 어떤 기억을 팔았는지, 가진 기억 중 어느 것이 산 기억인지 모두 몰랐다. 그래야 자신의 기억으로 믿고 살 거니까. 그래야 기억을 판 사람도 아쉬움 없이 살거니까.- P17
고된 편집을 마치고 나면 편집자의 기억도 지워야 했다. 정확히는 모니터 앞에서 편집 작업을 한 순간들만 지웠다. - P18
매일 일을 하지만 일한 기억은 없는 것, 이게 좋은 건지 나쁜건지 몰랐다. (중략). 이게 정말 좋은건지 괜찮긴 한건지 몰랐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P18
오한은 영수랑 달랐다. 영수처럼 허접한 편집을 하는 게 아니었다. 오한은 진짜 베테랑이었다. (중략). 기억 매매가 생긴 직후부터 쭉 이 일을 해왔다는데, 오한의 머릿속은 괜찮을까?- P19
화장실을 나서는 영수에게 오한이 다가왔다. 본인도 화장실을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건지, 여자 화장실도 방향은 같으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혹시나 거기서 영수를 기다린 건지, 기다린 거라면 절친도 아닌데 화장실까지 따라왔던 건가, 변태끼가 있는 건가?- P19
‘흠‘인지 ‘큼‘인지를 하더니 베테랑 직장 동료 오한은 돌아서려다가 영수를 다시 봤다. 대뜸 물어왔다.
"당신, 매달릴 생각한 거지?"
(중략).
"혹시나 관심 있을 거 같아서 말인데."
이러니 영수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뭘요?"- P20
3

(전략).
퇴근 시간이 되었고, 영수는 동료들과 함께 파마기를 덮어쓰고 앉았다.
‘만약에 말이야. 오한과 나눴던 그 대화도 지워져버리면, 그럼, 그냥 없던 일로 해버리자.‘- P21
딱 영상을 편집한 기억들만 지운다는 회사의 설명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영수는 차라리 오한과 나눴던 대화가 지워졌기를바랐는데, 그게 속 편할 거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P22
대개의 경우는 복제인간 하나 길러 아플 때마다 장기를 꺼내쓰는 영생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중략). 영수의 경우는 인생 근무를 대신할 복제인간이었다.
"그러니까, 복제인간을 사서 저 대신 살게 하고 저는 죽으라구요?"- P23
영수는 물어버렸다.
"얼만데요?"- P24
‘죽자고 대출‘
영수는 일단 은행엘 갔다. 대출이 가능하긴 했다.
하지만, 인생 떠맡기는 것도 맘이 쓰이는데 대출까지 떠안기고 가는 건 좀 아니지 않나?- P25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