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 소미미디어
명문대 신입생인 쇼타는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어느 노인을 치게 되었지만, 그대로 도주하여 노인은 사망하고 만다.
거기다 차에 치인 후 200미터 가량 끌려가는 바람에 노인의 마지막 모습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쇼타는 자신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게 한 일을 인정하면 자신으로 인해 가족들이 불행해 진다고 애써 합리화하였고, 끝까지 사람을 친 줄 몰랐다며 범죄를 부인한다.
교도소에서 출소 후 쇼타는 자신의 범죄로 인해 부모님은 이혼하고, 누나도 파혼당했다는 걸 알게 된다.
함께 살자는 어머니의 말을 뒤로 하고 그는 집세가 저렴한 집을 구하고 일용직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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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은 후 나도 모르게 마음이 북받쳐 눈물이 조금 났다.
처음엔 제목인 《어느 도망자의 고백》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 도망치려 하는 쇼타의 고백을 말하는 건 줄 알았다.
쇼타는 양심의 가책을 엄청나게 느끼면서도 여전히 죄로부터 도망치려는 듯 보여 완전한 참회를 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죄를 직시하지 않고 도망친다'라는 것도 어떻게든 마음으로는 '죄'를 알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늘 마음 속에 '죄'를 품고 '죄'를 끊임없이 상기하며 괴로워하는 쇼타 역시 도망자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도망자'는 쇼타 뿐만 아니라 쇼타의 아버지, 그리고 ○○○○를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죄를 마음 속에 품고 괴로워하면 살아가는 쇼타가 마에노조같은 사람이 되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일자리 업체에서 알게 된 마에노조 역시 젊을 때 저지른 범죄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결국 또다른 범죄로 돈을 벌고 있었다.
그는 쇼타에게 소중한 20대를 교도소에서 허비했으니 벌은 충분히 받은 것이라면서 쇼타를 나쁜 길로 안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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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속죄'란 무엇일까...
쇼타와 ○○○○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세상엔 마에노조 같은 사람이 많아 보인다.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고도 진심으로 반성하고 후회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
자신은 형을 살았으니 충분히 벌을 받았다고 합리화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평생을 속죄하며 괴로워하는 쇼타와 ○○○○ 같은 이들도 분명 많으리라고 믿고 싶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