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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1377님의 서재
  •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 조니 선
  • 15,750원 (10%870)
  • 2025-07-31
  • : 179

물 흐르듯 유려하게, 색감 짙은 수채화처럼 화려하게 ...

단정한 문장으로 꾹꾹 눌러 담은 단백한 글들을 읽고 나니, 나도 모르게 웃음 한 자락이 피어올랐다. 힐링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너무 무겁다. 이 책은 ‘힐링’보다도 가볍게, ‘풉’ 하고 새어 나오는 숨결 같은 웃음, 한 템포 쉬어가는 미소에 가깝다.

지금 나는 친구와 여행 중이다.
낯선 도시, 낯익은 친구, 그리고 마침 딱 알맞은 글.
<친구집에서 묵는다는 것> — 이 짧은 글은 우리의 여행에 그럴듯한 소제목이 되어주었다.
일 년에 딱 두 번, 친구와 나누는 이 시간은 우리에게 소중한 의식이자 리추얼이다.
그 리추얼 속에, 이 책의 문장이 톡 하고 들어앉았다.

책은 단정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속삭인다.
그러나 그 사이사이에 삽입된 그림은 결코 담백하지만은 않다. 아이의 낙서처럼 순진하고, 때론 유명 작가의 드로잉처럼 절묘하다. 페이지마다 글을 다 읽기도 전에 눈이 멈춘다.
그림이 글을 눌러앉거나 묻히지 않고, 그 옆에서 나란히 걷는다.
그림 덕에 글의 잔상이 더 길게 남는다.

작가는 말했다.
“번아웃을 막기 위해 짬을 내어 쓴 글”이라고.

그 짧은 시간이 독자에겐 의외로 길고 풍성한 여운을 남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의 목적은 완벽하게 구현된다.
최근 읽은 에세이들이 하나같이 짧고, 또 짧다.

짧은 글들의 행렬이 마치 누가 더 짧게, 누가 더 재치 있게 써내는 대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경쟁하지 않는다.
짧음 속에 담백함을 담고, 그 담백함 속에 깊이를 숨긴다.
그래서 오히려 여유롭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단단히 여문 복숭아처럼,
이 책은 작지만 속이 가득 찬 그런 책이다.
잠시 짬을 내어 읽기에 좋고, 함께 웃기에 더 좋다.

그래서 우리는, 이 여행의 짧은 시간 안에
서로에게 “딱 맞는 글” 하나를 건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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