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세상의 주인인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거룩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속 마음은 탐욕과 이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옳은 말은 하지만 그 말에 영혼이 담기지 않는 이유입니다.
비단 한 사람의 주권만이 아닙니다. 세상 곳곳에서 불의한 권력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합니다. 잘못된 힘의 사용은 그것 자체로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음에도 그러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힘의 균형이 심각하게 기울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네덜란드의 목회자이자 신학자이며, 정치가였던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그는 1880년 자유대학교의 개교 연설에서 이 학교의 설립 이념과 목적에 대해 말합니다. 그 연설이 바로 이 책인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 주권』입니다.
카이퍼는 이 세상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영광과 주권을 구현해야 한다는 영역 주권 개념을 강조합니다.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는 영역은 모든 만물입니다. 모든 피조물의 유일한 주권자는 전능하신 하나님이십니다. 그리고 그 권세를 예수 그리스도에게 주셨습니다.
그렇기에 그리스도의 주권은 우리의 삶 모든 영역에 미쳐야 합니다. 하나님의 다스림이 우리 삶의 전 영역에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자유대학교의 출범은 매우 뜻깊습니다. 만물을 다스리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주권이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당시의 정치사회적 환경은 혼란스러웠습니다. 신학적으로도 분열을 거듭하며, 각자의 소견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기독교 인문주의, 윤리신학, 자유주의 신학, 분파주의 등 자신들의 신학이 성경적이기에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상황에서 카이퍼는 세상 한가운데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요청합니다. 그리스도의 주권을 고백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실제 삶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우리가 입으로 하는 그 고백이 공허한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삶 가운데 거룩과 경건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더하여 카이퍼의 연설은 개인적인 삶의 강조에 멈추지 않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사회적 책무 또한 주장합니다. 사회생활 전반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요구합니다. 삶의 전 영역(국가와 사회, 예술과 학문 등)에서 그리스도인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합니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너'에게 선을 긋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와 '세상'을 재빨리 분리하곤 합니다. 그러한 이분법적인 사고는 꽤 편리합니다. 비교적 통제되는 환경 안에서 우리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삶이 지속되면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잃어버리고, 자기의 것만을 추구하며, 타인을 돌아보지 않게 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모든 만물에 적용됩니다. 어떤 영역도 하나님의 주권에 소외됨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일상은 소중한 거룩의 영역이 됩니다. 주어진 순간을 고귀하게 사용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분투가 됩니다. 우리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은 주님의 형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