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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고 앉아있네

헤세의 그림



the bird fights its way out of the egg. the egg is the world. who would be born first must destroy a world. the bird flies to God. That God's name is Abraxas.

데미안에서 한 세계를 파괴한 새가 신에게 날아간다고 했고 그 신의 이름을 아프락사스라 했다. 이름도 참 아프락사스하다. 아프락사스는 무엇일까. 아프락사스 아프락사스. 계속 되뇌어봐도 입에 더 담고 싶은 아프락사스. 내가 노래를 만든다면 제목을 아프락사스라고 하겠어.

우리는 모두 아프락사스다. 설령 그것을 부정하거나 또는 의식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욕망은 끊임없이 잠재된 초월을 건드려 아프락사스가 된다. 아프락사스는 결국 맹점을 지니고 우주를 한 바퀴 돌아 자기에 도달하는 원점이다.

융이 아프락사스에 대해서 말했다. 아프락사스란 삶과 죽음, 저주와 축복, 참과 거짓, 선과 악, 빛과 어둠. 아프락사스란 결국 우리, 나 자신을 말한다. 아니 그럴지도 모른다. 한 세계를 파괴하는 것도 나 자신이고 새가 되어 나는 나로 돌아간다.

하지만 나로 돌아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기도처럼 아프락사스를 말한다. 아프락사스. 아프락사스. 데미안이여 아프락사스라고 몇 번을 외쳐야 합니까. 같이 놓일 수 없는 두 가지의 모순이 한 마음에 내재되어 있어서 때로는 비참한 순간에 접어든다. 신과 악마를 동시에 받아들인다. 아프락사스란 그런 것이다. 미워할 수밖에 없는 존재를 사랑하고 있는 감정은 우리가 아프락사스이기 때문이다. 잊고 있더라도 우리는 우연이라는 묘한 시공간을 뛰어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아프락사스가 된다.

아프락사스 속에서도 내 영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한 번만이라도 살아있다고 느끼고 싶도록 영혼에 불을 지른다. 가능성을 열어 둔 채 나는 아프락사스가 된다. 한 세계를 파괴하고 알에서 깨어나 아프락사스에게 날아간다.

아프락사스는 입구이자 출구가 된다. 의심이 없는 세계 그곳이 아프락사스. 정신의 혼돈과 방황은 때로 육체를 단단하게 만든다. 단단해진 육체를 가지고 아프락사스가 된다. 그곳에서 모성적인 에로티시즘 그녀를 만난다. 그녀와 나는 서로 소름 돋는 애무를 한다. 마치 뱀에게 쫓긴 쥐가 궁지에 몰려 뱀에게 마지막으로 대들다가 뱀의 아가리에 박히는 순간 쾌락과 동시에 공포를 맛보는 것처럼. 그리고 우리는 버브의 노래를 듣는다. 아프락사스에서 버브가 사랑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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