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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고 앉아있네

천재의사 텐마가 살려준 아이가 정교하고 무참히 연쇄살인을 하는 바람에 의사를 던지고 희대의 살인마가 된 요한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몬스터에는 선과 악의 구분이 애매하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 심지어는 엑스트라까지 선과 악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텐마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 병원을 물려받는 일보다 먼저이지만 이해관계에 얽힌 병원장이나 권력자들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텐마는 자신의 선함으로 세기의 절대악을 살려낸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깊다. 개인적으로 텐마는 마스터 키튼보다 매력이 떨어지는데 전체 이야기는 몬스터가 몰입감이 더 좋다.

몬스터에는 천재 작가(그림도 잘 그리고, 그림보다 글을 더 잘 쓰며 밴드 공연을 하는 음악인으로 작곡도 뛰어난) 나오키의 정치성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요한은 제2의 히틀러가 되어 세상을 극우화시키려 들고 텐마는 그걸 막으려 한다. 극우집단은 어린이들을 어릴 때부터 정신개조와 신체를 단련시킨다. 서로 한 방에 모아두고 편을 가르게 해서 상대방 편을 헐뜯고 공격하게 해서 이기는 집단으로 키워간다.

리박스쿨에서 보던 방식이다. 초반러쉬가 중반부에 들어 힘이 빠지는 스타일을 지적받기는 하지만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니 몬스터가 더욱 재미있다.

텐마가 신체를 단련하고 훈련받을 때 베트남 여자 아이와 함께 지낸다. 그때 엄마를 잃은 그 여자아이는 절대 웃지 않는데, 마지막에 웃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오키는 그런 장면을 잘 만들어 낸다.

그럴 것 같지 않은데 보고 있으면 빠져들어 울컥하게 만든다. 몬스터에는 그런 장면이 많다.

텐마는 독일과 여러 나라를 돌며 요한을 잡으러 다닌다. 요한을 둘러싼 엄청나고 거대한 세기말적 미스터리 음모도 드러나면서 보는 이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거시적으로는 미스터리를 헤치며 요한과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지만 미시적으로는 인간의 양면성, 인간의 두 얼굴을 말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대로 되었는데 왜 괴로워하는가? 이건 비록 나쁜 짓일지라도 이걸 함으로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런 마음이 생겼을 때 나는 과연 어느 쪽으로 마음이 기울까.

사람을 믿을 수밖에 없지만,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가끔 본질이라는 단어를 쓴다. 사실 본질이란 무엇일까. 특히 인간의 본질이란 뭘 말하는 것일까.

오래전부터 철학자들은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 하지만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는 인간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일까 본질이라는 맹점은 가지고 있으면서 살짝 비켜나간 것일까.

절대악으로 나오는 요한 역시 실험으로 탄생한 실험체다. 텐마 역시 다니면서 사람들을 살리지만 마음속에는 요한을 죽여야 한다는 악한 신념 하나만 있다. 본질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서 생각하며 볼 수 있는 시리즈 [몬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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