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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마님의 서재
  •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
  • 김민지
  • 15,300원 (10%850)
  • 2025-07-20
  • : 1,074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김민지 작가의 에세이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는 한 여성이 자신의 이름 외에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면서 경험한 것과 느낀 것을 담은 책이다. 우리가 잘 알듯이 김민지 작가는 아나운서로 시작하여 붉은 악마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박지성 선수의 아내이다. 덕분에 글로벌한 그녀의 삶과 더불어 확장된 그녀의 시선을 고스란히 작품 속에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특별함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우리의 시선에 셀럽이지만 지극히 일반적인 그녀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자.


김민지의 에세이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는 삶의 전환을 극적인 사건이 아닌 작은 변화로 보여주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방송국의 긴장감, 육아의 고단함, 사회적 위치에서의 불안 등은 정제된 문장으로 기술된다. 그 문장들은 감정을 부풀리지 않고, 사실 그대로를 전달한다. 저자는 학생에서 방송인으로, 방송인을 그만두고 결혼과 육아 그리고  타국에서의 일상과 내면에 대한 기록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딸이자 아내이자 엄마이자 한 사람으로서의 서사를.


총 네 개의 장을 통해 10대 후반부터 20대의 치열한 취업 전쟁, 이후의 일터에서의 경험, 가족 안에서 딸, 아내, 엄마로서의 행복과 고충, 낯선 타지에서의 심리적 불안감 등을 다양한 그녀의 일상을 소개하며 그리고 있다. 자극적인 서사 없이, 가장 일반적인 인간의 삶에 대한 기록에 가까운 이 책은 오히려 그녀의 특별함을 상쇄시킨다. 특히 방송을 떠나 글을 쓰는 시간, 육아 속에서의 침묵, 관계의 압력 아래에서 주체를 유지하는 방식이 담담하게 기술하며 그 자체가 메시지가 된다.




김민지의 에세이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는 그녀의 역할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역할은 당연하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변하지만 당연하게도 하나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중첩되고 있어 책임의 무게가 더해짐을 느낄 수 있다. 첫 번째는 개인으로서의 그녀, 딸로서의 그녀, 아내로서의 그녀, 엄마로서의 그녀로 총 네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그녀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엄마로서의 모습이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와닿은 부분은 딸의 입장과 개인으로서의 그녀를 지키는 것이었다.


특히, 그녀가 어머니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마음을 울렸다. 그녀의 어머니는 예술인으로서 혹독한 안동 김씨 집안의 시집살이를 겪어낸 분이시다. 아마 많은 분이 이 부분을 읽을 때 드라마 낭랑 18세의 시집살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을 것이다. 시집살이로 인하여 나날이 말라만 가던 어머니가 드디어 숨통을 트이게 된 것이 자신의 일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자식들은 이런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옆에서 듣기에도 모진 말을 내뱉는다. 



한편으로는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이기에 매일, 매 순간 함께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이런 그녀가 이제 엄마가 되면서 자신의 어머니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읽다가 보면 웃음이 터지는 구간들이 있는데 어릴 적 그녀가 어머니에게 내뱉은 말처럼, 이제 그녀의 딸도 비슷하게 저자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그 순간, 과거의 엄마와 현재의 자신이 겹쳐진다. 이 부분을 보면 사람은 누구나 그 자리에서 동일한 상황을 마주해야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요즘 사회를 보면 자식이 부모를 이해하는 것을 잘 볼 수가 없다. 어쩌면 이것이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사는 것이 각박해지면서 비혼 주의가 늘고, 딩크족이 늘었기에 부모와 자식 같의 이해가 줄어든 것이 아닐까? 그녀의 글을 보면 그녀가 어머니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것은 역할이 전복되면서부터이다. 이런 점을 보면서 더 이상 아내라는 자리, 엄마라는 자리에 앉으려는 사람들이 없어진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세대 간의 이해도가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다음으로 개인으로서의 그녀를 지키는 모습들이었다. 아마도 이 부분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지만 깊은 울림을 주지 않을까 한다. 외부에서 볼 때 셀럽의 삶은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녀의 책을 보면서 그 또한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인간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삶에 치여 20대 나이에 대상포진에 걸린다거나, 부족함이 없는 삶일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번아웃이 온다거나 하는 모습 들에서.


이런 그녀가 내놓은 해답은 의외로 특별할 것이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타인에게 친절과 사랑을 베풀면서 여행을 하는 것. 여기에 그녀는 한 가지를 더 말한다. 사랑은 할수록 늘어나는 감정이기에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할애하라고. 솔직하게 말해서 쉽지 않은 말일 것이다. 좋은 대학을 위해서, 좋은 직장을 위해서, 승진을 위해서, 남편을 위해서, 자식을 위해서 언제나 스스로를 포기하게 되는 여성의 삶을 보면. 물론 이것은 남성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그녀 또한 대한민국에서 남들만큼 살아보려고 아둥바둥하는 사람들의 이런 삶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그녀가 번아웃이 오면서 드디어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되는 부분을 보며 독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와 동시에 유명한 축구 선수의 아내가 쓴 책에서 나와 동화가 되는 작품으로 승화하게 된다. 언제나 좋은 게 생기면 가족을 위해 양보하고 노후를 위하여 현재에 언제나 자린고비가 되려고 노력하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민지의 에세이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는 셀럽의 삶을 다뤘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겪는 고단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이 담겨 있다.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조용한 언어로 다가와 격려를 건넨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면서, 자기 자신을 포함한 주변에 친절과 사랑을 베풀자는 것이다. 삶이 벅차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거나, 자기 안이 텅 빈 듯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이 책 속 문장들이 마음속에 작은 불빛 하나쯤은 밝혀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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