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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mile
  • 안나 카레니나 2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12,150원 (10%670)
  • 2009-09-04
  • : 1,55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안나 카레니나 2권을 이야기하기 전에 안나 카레니나 2권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줄게. 소설가 김영하님이 텔레비전에서 한 이야기인데… 어떤 사람이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려고 서점에 갔다가 <상, 하>권으로 두꺼운 안나 카레니나를 사서 재미있게 읽었대. 그런데 몇 달 뒤에 다시 서점에 가보니 <중>권이 있다는 거야… 그 사람은 <상, 하>권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말이야. <중>권이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야. 우스개였지만, <중>권을 읽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읽은 <안나 카레니나>는 다행히 1, 2, 3. 이렇게 숫자로 써 있어서 중간을 빼먹지 않고 잘 읽었단다. 자, 그럼 안나 카레니나 2권을 이야기해보자꾸나.

1.

2권은 시골로 돌아와 마음잡고 농사일을 하는 레빈에게 동복형 세르게이 이바니치 코즈니셰프가 찾아오는 장면부터 시작한단다. 1권 이야기할 때도 이야기했지만, 레빈은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톨스토이 그 자신이었단다. 이 소설을 읽고 톨스토이의 아내가 레빈이 바로 톨스토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였어. 레빈은 농부들과 함께 노동하고 어울리곤 했는데, 세르게이는 그것을 비판했어. 사회가 발전을 하더라도 계급 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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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그 자신이 민중과 함께 살고 있고 그의 모든 이해관계가 민중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스스로를 민중의 일부라고 생각하여 자신과 민중 안에서 어떤 특별한 성질이나 단점을 찾으려 하지 않았고 자신을 민중과 대립된 존재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오랫동안 주인으로, 중재자로, 특히 조언자로(농부들은 그를 신뢰하여 40베르스타 떨어진 곳에서도 그에게 조언을 구하러 왔다.) 살아왔으면서도 민중에 대해 어떠한 민중을 사랑하느냐는 질문만큼이나 그를 난처하게 했을 것이다. 그에게는 민중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 인간을 안다고 말하는 것과 똑 같은 것이었다. 그는 모든 종류의 인간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그들을 이해하려 했다. 그 가운데에는 그가 훌륭하고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농부들도 있었다. 그는 인간들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특징을 찾아 그들에 대한 이전의 견해를 바꾸고 새로운 견해를 확립하였다. 세르게이 이바노비치는 그 반대였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생활과 대조하여 시골을 사랑하고 찬미한 것과 똑같이, 민중에 대해서도 그가 좋아하지 않는 계급의 사람들과 대조하여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사람 일반과 대조되는 무엇으로 파악했다. 그의 체계적인 이성 안에서는 민중의 생활에 대한 일정한 형식이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형식은 민중의 생활 자체에서 어느 정도 끌어낸 것이기도 하지만 주로 대조를 통해 얻은 것이었다. 그는 민중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그들에게 공감하는 태도를 결코 바꾸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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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레빈이 살고 있는 시골 인근에 친구인 스티바의 식구들이 이사를 왔다고 했어. 음.. 스티바의 처제 키티… 1권에서 레빈이 키티에게 청혼을 하고 거절을 당했잖아. 그리고 상심이 큰 상태로 시골로 돌아와 마음을 잡고 있었는데, 키티의 언니의 식구들이 근처로 이사를 오니 자꾸 머릿속에 떠오를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인사를 안 갈 수도 없고… 레빈은 스티바의 아내 돌리를 만나러 갔어. 돌리는 레빈이 키티에게 청혼할 사실을 몰랐던지, 레빈 앞에서 계속 키티 이야기를 했단다. 레빈은 분위기가 어색하고 해서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왔단다. 레빈은 밤새 고민을 하고, 깨끗이 레빈을 잊겠다고 마음을 먹었단다. 그런데 하필 그 다음날 기타를 타고 지나가는 키티의 옆모습을 보게 되었단다. 언니네 집을 가는 모양이었어. 그런 키티를 보고 밤새 마음 먹었던 것을 휴지통에 던져 버렸단다. 다시 마음이 흔들렸단다. 아, 사랑이란…


2.

안나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 고민에 빠졌단다. 평범하고 모범적인 삶을 1순위로 잡던 사람인데,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이혼을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야. 카레닌은 결투를 할 생각도 해보고, 이혼을 했을 경우의 상황도 생각해보고, 별거로 지내는 경우도 생각해 보았어. 하지만, 모든 경우가 자신은 불행, 안나는 행복한 케이스였던 거야. 그리고 결국 안나를 불행하게 하고 괴롭히는 방법을 찾아냈어. 이혼하지 않고 그냥 사는 것이었어. 이혼을 안 해주는 것이었지. 그러면 안나와 브론스키의 관계는 계속 부정한 관계가 되는 것이니까 말이야.

안나는 위험하지만 그래도 행복을 느꼈어. 그리고 안정적이고 모범적이고 윤리적인 결혼 생활 8년이 행복한 시간인줄 알았더니 돌이켜보니 그건 가식적인 행복이었던 거이었어. 그 8년은 안나의 삶을 숨 막히게 했던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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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그들은 그가 지난 8년 동안 내 삶을 얼마나 숨 막히게 했는지, 내 안에 살아 있던 모든 것을 얼마나 억압했는지 몰라. 그들은 몰라. 그가 단 한 번도 나를 사랑이 필요한 살아 있는 여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그들은 그가 항상 날 모욕하고 스스로에게 만족했다는 것을 모르지. 내가 노력하지 않았나? 온 힘을 다해 내 삶의 정당성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던가? 내가 그를 사랑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더 이상 남편을 사랑할 수 없을 때, 그때는 아들을 사랑하려고 애쓰지 않았던가? 하지만 때가 온 거야. 난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난 살아 있는 여자야. 내게는 죄가 없어. 하느님은 날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그런 여자로 만드셨어. 이제야 그걸 알겠어. 그런데 지금 도대체 이게 뭐야? 남편이 날 죽이거나 그를 죽이기라도 한다면, 난 그 모든 것을 견디고 그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아냐,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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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임신을 했어. 당연이 브론스키의 아이였지. 브론스키에게 임신 사실을 이야기 했는데, 기뻐하면서도 당황의 빛이 보였어. 사랑이라는 것이 똑 같은 레벨로 영원지속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브론스키 이 사람, 사랑의 절정이 너무 짧은 거 아닌가. 벌써 그는 안나와 행복한 최고점은 과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야. 거기에 진급하여 성공한 친구를 보면서 그것이 안나와 연애를 해서 자신은 뒤쳐진 것은 아닌가, 생각하고 있으니… 안나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안나는 모든 걸 버리고 브론스키를 선택했는데 말이야.

안나를 괴롭히기 위해서 지금 상태를 유지하려던 카레닌의 마음은 바뀌었어. 안나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이혼을 하고 아들은 자기와 사는 것이 안나에게 더 괴로울 것이라 생각했어. 카레닌은 변호사를 불러서 이혼 소송을 시작했단다.

카레닌은 업무차 모스크바 출장을 갔단다. 그곳에서 만나기 싫은 처남 스티바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단다. 안나하고 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나의 오빠 스티바를 만나는 것을 꺼리는 것이 당연하겠지. 스티나도 그런 사정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하면서 카레닌을 만찬에 초대를 했단다. 카레닌은 만찬에 참석해서 스티바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 스티바는 안나와 카레닌의 사이가 안 좋은 사실을 알고, 안나를 용서에 달라고 부탁했어. 카레닌의 종교인 그리스도교 정신까지 이야기하면서 죄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안나를 용서해 달라고 했어.

카레닌은 스티바의 설득에 어느 정도 마음이 돌아왔는데, 그 와중에 페테르부르크에서 안나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이 전해졌단다. 브론스키의 아기를 낳다가 산욕열로 위중하다고 했어. 카레닌은 페테르부르크로 가면서 안나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러면 자신이 고민하던 일들이 다 처리가 되니까 말이야. 안나가 있는 곳에 도착을 했는데, 겉으로는 보기에는 마치 꾀병 같았으나, 금방 증세가 좀 왔다 갔다 했단다. 안나가 미우면서도 안나가 낳은 딸에 대한 감정은 달랐어. 웬만한 사람치고 아기를 예뻐하지 않을 수 있겠니. 카레닌은 안나가 낳은 딸을 예뻐했고, 그로 인해 그동안 무심했던 아들에게도 더 잘해주게 되었어. 그러면서 다시 안나를 용서를 하고 현 가족을 유지하겠다고 결정했단다. 모스크바에서 스티바가 그리스도교 정신을 운운하며 설득한 것도 통한 것 같구나. 하지만 안나는 위중한 상황이고, 스티바가 이혼을 안 해준다는 소식을 들은 브론스키는 현 상황에 대해 고민하다가 우발적으로 권총 자살을 하다가 중상을 입기까지 했어. 다행히 죽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맞겠구나.

상황이 이렇게 되나 보니, 스티바는 자신이 카레닌에게 안나를 용서해달라고 했던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깨달은 것인지, 이번에는 카레닌을 찾아와 안나가 원하는 대로 이혼해 달라고 했단다.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스티바가 다시 고민을 했지만, 이혼은 안 된다고 했고, 그 대신 안나 하고픈 대로 해주겠다고 했어.

안나는 더 이상 카레닌과 살지 않았어. 아들 세르게이를 보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팠지만 말이야. 브론스키와 사는 것에 적응하려고 했어. 안나와 브론스키는 유럽 여행을 떠나기도 했어.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그들의 지인들로부터 느껴지는 시선이 불편했어. 브론스키와 함께 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 복잡한 인간 세계.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안나와 브론스키. 사교계에 참가고 싶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불편했어. 심지어 대놓고 모욕적인 말을 하는 이들도 있었어. 사랑을 선택한 것이 그리 잘못한 것인가. 안나는 괴로웠어. 남들의 시선이 괴로웠고, 아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이 괴로웠어. 아들 세르게이의 생일날 몰래 아들을 만나기 위해 카레닌의 집에 가기도 했단다.


3.

다시 레빈의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스티바가 레빈을 파티에 초대했어. 그런데 그 파티에 키티도 온다는 것을 듣고 안 가려고 했지만, 스티바의 계속된 요청에 그냥 가 보기로 했어. 키티를 보고도 의연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다시 만난 키티는 예전에 그의 청혼을 거부한 그런 키티의 모습이 아니고 다정다감했어. 심지어 레빈에게 계속 이야기를 걸기까지 했고, 그로 인해 레빈은 다시 마음이 흔들렸어.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약속으로 했단다.

레빈은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단다. 결혼을 하기 전에 자신의 모든 잘못을 신분에게 이야기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 그런 것을 숨기는 것은 마치 죄악이라도 되는 듯 말이야. 그러면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말들, 특히 결혼을 앞둔 여자가 알게 되면 기분이 엄청 나쁜 이야기들까지 했단다. 더 심한 것은 결혼식 하루 전날 불쑥 찾아와 진짜 나 사랑하는 것 맞냐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지금이라고 끝내고 싶으면 끝내도 된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신부에게 이야기했어. 너무 뜻밖에 찾아온 행복이라서 믿을 수가 없다고 해도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 싶더구나. 키티는 그렇지 않다고,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레빈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단다. 그렇게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으니, 결혼하고 나서도 툭하면 키티와 말다툼을 하지… 말다툼하고, 화해하고… 이걸 반복했어. 위태위태하구나.

레빈의 형 니콜라이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레빈은 혼자 가려고 했고, 키티는 부부가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고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가 같이 가게 되었단다. 레빈의 형 니콜라이는 폐인처럼 지내고 있어서 보여주기 싫어했던 것 같아. 키티는 진심 어린 동정심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니콜라이를 보살펴 주었어. 레빈이 그런 키티를 다시 보게 되었지. 니콜라이가 죽고 나서 다시 그들은 집으로 돌아왔단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레빈은 결혼 생활을 적응을 했다고 할까, 결혼 생활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할까, 안정된 생활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게 되었어… 그리고 키티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4.

2권에서는 레빈과 동복형 세르게이가 러시아 사회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단다. 아빠가 러시아 역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당시 러시아 사회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레빈과 세르게이의 대화를 통해서 짧게 느낀 바로는, 지식인들 중에서도 계급 사회를 유지해야 하는 이들도 있고, 민중과 하나되어야 한다는 이들도 있는 것 같았어. 그러면서 러시아와 민중 자신들을 위해서 민중에게 교육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고, 학교가 민중의 삶을 개선시킬 수 없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단다. 기회가 되면 러시아의 역사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얼마 전 너희들에게 사준 학습만화 <러시아>편을 아빠도 슬쩍 들쳐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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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하지만 난 당신이 무엇에 놀라는지 잘 모르겠군요.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나 뒤떨어진 민중이 자기들에게 낯선 모든 것에 저항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유럽에서 합리적인 농업이 가능한 것은 민중들이 교육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 나라도 민중을 교육시켜야 합니다. 그게 전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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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학교가 민중에게 자신들의 물질적 상태를 개선하도록 돕는다는 겁니까? 당신은 학교와 교육이 민중에게 또 다른 필요를 느끼게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상황만 더욱 나빠질 뿐입니다. 왜냐하면 민중은 그러한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테니까요. 덧셈, 뺄셈, 교리문답 같은 지식이 무슨 수로 민중들의 물질적 상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준다는 건지, 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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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까지가 2권까지의 이야기란다. 이 두꺼운 소설에는 분명 여러 줄기의 이야기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아빠는 사랑에 대한 초점을 두게 되더구나. 우스개로 2권이 없어도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지만, 2권은 꼭 필요한 것 같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 세르게이 이바노비치 코즈니셰프는 정신노동에서 벗어나 휴식을 휘하고 싶었다.

책의 끝 문장 : 이튿날 그들은 완전히 화해를 하고 시골로 떠났다.


"자, 철학에 관한 이야기는 그쯤 해." 그가 말했다. "모든 시대를 통틀어 철학의 주요 과제는 바로 개인의 이해와 공공의 이해 사이에 놓인 필연적인 연관을 찾아내는 것이지.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내가 너의 비교를 바로잡아 줄 필요가 있다는 거야. 자작나무 가지는 누가 꽂아 둔 게 아니라 심거나 씨를 뿌려서 얻은 거야. 그러니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해. 자신의 제도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인지에 대한 감각을 갖고 있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민족, 그런 민족만이 미래를 가질 수 있고, 그런 민족만이 역사적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 P30
"상관없어요. 어쨌든 당신네들은 자신의 사랑이 무르익거나 선택을 기다리는 두 여자 사이에서 저울질을 끝내면 청혼을 하잖아요. 하지만 여자에게는 누구를 선택할지 묻지 않아요. 물론 다들 여자가 스스로 선택하기를 바라죠. 하지만 여자에게는 선택권이 없어요. 그저 ‘네.’, ‘아니오.’라는 대답만 할 수 있죠."- P77
레빈은 자신이 최근에 진심으로 생각하던 바를 말했다. 그는 모든 것에서 죽음이나 죽음으로의 접근만을 보았다. 하지만 그가 계획한 일이 그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았다. 죽음이 오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삶을 살아가야 했다. 그에게는 어둠이 모든 것을 뒤덮은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어둠 때문에, 그는 자신의 일이 이 어둠 속에서 그를 이끌어 줄 유일한 끈이라고 느끼며 온 힘을 다해 그것을 붙잡고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 P248
"그게 어때서? 난 지금도 계속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 죽을 때가 되었다는 건 사실이야. 이 모든 게 다 무의미하다는 것도. 자네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난 나의 사상과 일을 너무나 소중히 여기고 있어. 하지만 자네도 한번 생각해 봐. 사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전체는 아주 작은 혹성에 핀 작은 곰팡이에 지나지 않아.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의 세상에 무언가 위대한 것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사상이나 일 같은 것 말이지! 이 모든 건 모래알에 불과해." 레빈이 말했다.- P297
하지만 불만에 찬 사람이 자신의 불만에 대해 다른 누군가를, 특히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탓하지 않기란 어려운 법이다. 레빈의 머리에도 어렴풋하게나마 그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그 무엇도 그녀의 탓일 수는 없다.) 그녀가 받은 너무나 피상적이고 경박한(‘그 멍청한 차르스키, 그녀가 그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나도 알아.’) 교육 탓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래, 집에 대한 관심(그녀에게도 그런 것이 있다.)을 제외하면, 자신의 몸치장을 제외하면, broderie anglaise를 제외하면, 그녀에게는 진지한 관심이 전혀 없어. 나의 일에 대해서도, 농사에 대해서도, 농부들에 대해서도, 그녀가 상당한 재능을 보인 음악에 대해서도, 독서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단 말이야.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완전히 만족하고 있어.’ - P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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