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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mile
  • 녹색평론 통권 174호
  • 녹색평론 편집부
  • 10,800원 (10%360)
  • 2020-09-01
  • : 247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 녹색평론 174호는 예상했듯이 김종철 선생님의 추모 특집이란다. 그의 갑작스런 별세는

아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단다. 녹색평론을 창간하시고 지금까지 오랫동안 편집인이자 저자이자 발행인으로 녹색평론을 이끌어 오셨던 김종철 선생님. 과연 그가 없는 녹색평론이 앞으로 잘 유지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더구나. 녹색평론은 사실상의 김종철 1인 매체였는데 말이야. 아빠도 더욱 응원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김종철 선생님의 이력을 몰랐는데, 서울대 영문과를 나오고 대학 교수를 하시던 분이더구나. 그러니까 그냥 그 길을 가셔도 남들에게 존경을 받고 평안한 삶을 살 수 있는 분이셨어. 하지만 그런 삶이 그에게 불편하셨던 것이지. 그의 사상과 이 사회에 대한 바램을 담은 <녹색평론>이라는 잡지를 창간하시고, <녹색평론>에 전념하시기 위해 교수도 그만두셨다고 하는구나. 그러니까 녹색평론은 김종철 선생님이고 김종철 선생님은 녹색평론인 거야.

<녹색평론>이라는 잡지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 아빠도 주변에 알고 있는 이들 중에 이 잡지를 보는 사람은커녕, 이 잡지를 알고 있는 사람도 한 손으로 헤아릴 수 있거든. 알고 있으면서 이야기하지 않는 이들이 있겠지만, 물어보면 전부 모른다고 하였으니까 말이야. 그러니 녹색평론사의 재정 상태가 어렵다고 하셨지…

아는 이들이 적다고 녹색평론과 김종철 선생님의 영향력이 적은 것은 아니란다. 그 누구보다 더 진보적이고 선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거든. 예를 들어 지금에서야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기본소득. 그것에 대해 녹색평론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에 이야기가 되었던 것이란다. 아빠도 녹색평론에서 처음 기본소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와는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와서 부분적이고 일시적으로 기본소득을 실시하는 것을 보니, 김종철 선생님의 혜안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김종철 선생님이 늘 강조하던 것 중에 하나가 자본주의의 성장 제일에 대한 비판이란다. 경제성장은 지구 환경을 망치고 지구 평화에도 해를 끼친다고 이야기하셨어. 그러니까 진정한 평화는 자발적 가난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하셨는데 그런 생각을 어떻게 연관 지어 하실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든 이들이 돈을 모으고 부자가 되려는 마음을 버린다면 소박하지만 평화로운 사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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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그런데 거기서 김종철 선생님이 진정한 평화는 자발적 가난을 통하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다는 평소의 지론을 설파하신 거죠. 경제성장과 강력한 무기체계가 뒷받침될 때만 평화가 성취된다는 일반론을 믿고 있는 다수 참석자들로서야 이 의외의 발언에 당혹하고 의아해했겠죠. 그 자리에 있던 꽤 유명한 어느 참석자가 “선생님의 사상적 뿌리가 어디입니까”하고 물어보더래요. 그래서 김종철 선생님이 “우리 외할머니입니다.” 하고 답하셨다는 거잖아요. 저는 이 일화가 선생님의 사상이 선생님의 표현을 쓰면 ‘비근대적’ 농경사회의 토착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짐작케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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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더불어 생태 사상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를 하셨어. 이것도 탈자본주의와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자연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어. 농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과연 이런 일들이 우리 미래에 잘 진행될 수 있을까 싶구나. 아빠가 현 정부에 대해서 크게 불만은 없는데, 이런 생태 정책이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늘 안타까움이 있더구나. 현 정부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어진 다음, 그 다음 정부들도 김종철 선생님의 말씀을 아로새겨야 한단다. 그것만이 나라가 존속되고 생명이 존속될 수 있는 방법이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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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김종철) 선생님이 진정 전하고 싶어 했던 말은 바로 이 희망의 메시지였을 것이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생태학적 사유와 실천에 부단한 최선을 다한다면, 마른 나뭇가지에 푸른 싹이 돋아나는 기적을 우리는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은 세계적 한국적 차원을 두루 고려한, 이 땅에서 찾기 드문 진정한 생태사상가였다. 나를 포함한 후학들이 이제는 선생님의 생태사상을 이어가야 할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삼가 머리 숙여 선생님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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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저는 근대문명이라는 언어를 사용하는데, 근대문명이라는 게 결국은 자본주의 문명이고 산업문명이죠. 그리고 달리 이야기하면 석유문명입니다. 19세기에는 주로 석탄을 썼으니까 더 정확히 말하면 탄소문명입니다. 탄소문명 시대에서 생태문명 시대로 빨리 넘어가야 되고, 그래서 생태, 생명사상이 100년 전보다 더욱 중요해졌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예요. 저는 무슨 일이든지 결국 사상이 뒷받침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를 알아야 된다는 말입니다. 왜 우리가 경제를 전환해야 되고 문명을 전환해야 되고, 우리 생활을 전환해야 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됩니다. 무턱대고 열심히 한다고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닙니다. 철학과 비전이 있어야 해요. 우리의 행동을 뒷받침해주는 게 말하자면 사상적 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조선 후기의 동학사상으로 이어져오는 우리의 전통, 이것을 한마디로 생명사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면 이 생명사상이 지금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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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역사에서 기록을 할 때 단 한 줄로 기록할 것 같구나. 코로나19 창궐. 그러나 한 가지 덧붙이자면, 세계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절실히 깨달은 한 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를 보이고 있고, 그것에 따른 큰 자연재해가 잇따르고 있단다. 이런 기후 위기에 대해서도 녹색평론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누가 이야기를 들어주나. 그렇다고 이야기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 김종철 선생님도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고 현실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제라도 대응책을 가져가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단다. 코로나도 걱정이지만, 기후 위기는 앞으로 점점 심해질 텐데 더 큰 걱정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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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게다가 기후변화라는 건 점진적인 변화가 아닙니다. 꾸준하게 점진적으로 변해서 악화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에요. 어느 날 갑자기 돌발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될 수 있습니다. 금년에 태풍이 몇 개 왔습니까. 그저께인가는 미국 뉴욕에 대설이 왔다죠. 스웨덴은 북극권인데 작년에 산불이 났잖아요. 지구사회 곳곳에서 혹심한 가뭄과 홍수, 태풍과 폭풍, 대규모 산불 등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기후재앙은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가 해수면에 잠겨서 수도를 옮긴다고 그러죠? 미국 플로리다에 마이애미라는 도시가 있잖아요. 부자들이 많이 사는 휴양지죠. 마이애미에서 부자들이 사는 지역은 전통적으로 저지대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사람들이 흑인들을 몰아내고 고지대로 이사를 가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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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선생님이 조용하지만 꾸준하고 위대한 업적들은 많고 많아서 다 이야기가 어려운데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이야기해볼게. 2010년대 초 우리나라에도 정식으로 녹색당이 만들어진 것도 녹색평론과 김종철 선생님의 힘이 컸단다. 창당 당시만 해도 환경과 먹거리, 탈핵 등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녹색당 창당을 기뻐하며 지지를 했었단다. 아빠도 당시 탈핵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시기여서 녹색당에 대해 열렬 지지자가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들이 점점 후순위로 밀리면서, 녹색당의 정체성이 아빠가 생각하는 정체성과 점점 멀어지게 되었단다. 그래서 지금은 잠시 멀리 떨어져서 바로 보게 되었는데, 그런 생각을 한 이들이 아빠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구나. 이 책에 실린 좌담회에서 녹색당에 대한 그런 비평을 하신 분이 있었어. 녹색당이 정말 녹색다운 색을 다시 가졌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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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그리고 창당(녹색당)하면서 제기했던 ‘탈핵’이라는 안건은 이제 다른 정치세력들도 많이 받아들였고, 기본소득도 그렇습니다. 이재명 지사를 좌담회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녹색당, <녹색평론>이 먼저 제기한 기본소득 이슈를 자기가 잘 써먹고 있다,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하시더군요. 이렇게 저는 몇몇 의제들을 정치의제로 만든 데 녹색당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보는데요, 지금 다시 정체성을 분명하게 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성 평등이나 소수자 인권은 외국의 녹색당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의제이고, 한국의 녹색당도 기본으로 가져갈 가치입니다. 그러나 녹색당의 정체성을 한 줄로 말한다면, “생태위기의 시대를 맞아 문명의 전환을 이루기 위한 정치를 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녹색당만이 아니라 녹색가치를 지향하는 운동단체들도 그런 방향성을 잡고 나아가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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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연 기후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지구 평균 기온의 데드라인인 1.5℃를 과연 인류는 지킬 수 있을까. 없을 것으로 아빠는 본단다. 이미 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아직 1.5℃를 넘지 않았고 마지막 몇 달, 몇 해가 주장하는 이들이 있구나. 그들의 주장이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들이 세계 지도자들에게 외치는 외침은 공허만 메아리라는 것을 이젠 깨달을 때가 된 것 같기도 하구나. 이제는 기후 위기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와버린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법을 찾아야 할 것 같구나. 이미 늦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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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지구온난화를 1.5℃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몇 달, 몇 해가 결정적입니다. 시간은 가고 있습니다. 이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실행해야 합니다.

당신들은 기후위기를 무시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들-당신의 자손들에게 그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지입니다. 현재 어린아이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는 곳은 지구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지금 그리고 앞으로 우리들이 살아갈 시대의 현실입니다. 우리들은 정치지도자들에게 기후 비상사태에 대응할 것을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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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코로나는 끝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단다. 마스크는 필수로 써야 하는 것을 알기에 쓰고 있지만, 아빠는 마스크에 아직 적응이 안되더구나. 누군가는 나중에 마스크가 옷과 같은 필수품이 될 거라 이야기하지만, 아빠는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 마스크를 쓰고 숨을 쉬면 한 시간도 안되어 머리와 눈이 아프거든… 외출하게 되면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하니, 주말이면 좀 답답해도 마스크 벗고 집에서 지내는 것이 낫더구나. 밖에 나가면 마스크 써야 하고 그럼 머리 아프고, 눈 아프고…

너희들도 일주일에 한번 학교 가고 나머지는 온라인 수업을 하는 생활이 거의 일 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새 학년이 되면서 어쩌다 보니 학교도 바뀌게 되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야 하는데 이런 생활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들지 못하게 되어 아빠가 다 미안하더구나. 코로나 시대가 끝이 나면, 우리의 일상이 많이 바뀔 것이야. 그 중에서 교육 부분은 특히 많이 바뀌어야 한단다. 여기서 바뀐다는 것은 형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이야기하는 거야. 학교에서 생태적인 내용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이 책에서는 주장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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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코로나 시대 이전으로 우리 교육을 되돌릴 수 없다는 판단은 다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지금까지의 우리 교육이 코로나와 같은 비상한 사태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무한 성장주의를 부추기고 인간과 지구의 생태위기를 방관한 우리 교육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아이들을 인간자원으로 바라보고 그들을 효용과 쓸모의 대상으로 전락시켜온 지난날의 교육은 반드시 다른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 전환은 현재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문명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전환이 이루어지는 길에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만 한다. 우리는 이러한 시도를 교육의 생태적 전환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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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정말 김종철 없는 <녹색평론>이 될 텐데, 쓰러지지 않고 꿋꿋하게 앞으로 잘 나아가길 진심으로 응원한단다…. 녹색평론, 파이팅! 다시 한번 김종철 선생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S:

책의 첫 문장 : 우선 정기구독자 및 후원회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를 드린다.

책의 끝 문장 :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또하나 선생님의 혜안이 돋보였던 것은, 우리가 학내 직선제를 민주화의 상징처럼 이야기하는데, 김종철 선생님은 직선제가 꼭 좋은 게 아니라고 하셨어요. 특히 대학이 이미 자본과 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데 직선제는 욕망을 키워나가는 것을 부추긴다고 보셨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보면 그 말씀도 맞았어요.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총장들의 면면을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형편없는 인물이 총장으로 많이 당선이 됐거든요. 구성원들이 돈 들어가는 일을 요구하고, 돈 잘 끌어오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이 일반적으로 총장이 되니까요.- P24
비겁한 마음이 폭력을 불러들이는 것처럼,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의 쇠퇴는 죽음에 대한 맹목적인 두려움을 증가시키고, 그 결과 안팎의 자연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인간 상호 간에도 폭력이 난폭하게 행사되는 것이 당연한 삶의 관행으로 굳어지게 합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나 사회적인 차원에서나 진정한 평화를 유지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가 훨씬 더 성숙한 것으로 바뀔 수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시의 마음과 생명 공동체> 김종철 선생님 강연 중에서…
- P72
(138)
이명박이 4대강을 파괴한 과정을 보세요. 그 밑의 공무원들, 건설업자들 등등 숱한 사람들이 그저 절차에 따라서 진행하다가 보니까 우리나라 아까운 생태계 보고(寶庫)가 작살이 난 거 아닙니까. 이런 식입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게 꼭 무슨 큰 사건이나 예외적인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다 그래요. 현대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전부 다 시스템이 시키는 대로 순응해서 살 뿐입니다. 자기가 자주적으로 판단해서 생각하고 할 공간이 전혀 없어요. 아렌트가 그렇게 말했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가 아이히만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질문을 못 하는 이유도 그런 것입니다. 자기 생각이 없어요. 그렇게 멍청하게 있다가 보면 결과적으로 가공할 악행을 번하게 되는 구조, 그리고 그것을 강요하는 게 이 시스템이라는 거예요. 이것이 근대의 본질이다, 라고 이반 일리치는 환대를 가지고 설명을 합니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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