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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 임승수
  • 13,500원 (10%750)
  • 2018-07-16
  • : 1,125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제는 거의 역사 속으로 묻혀버린 공산주의. 그 공산주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칼 마르크스. 아빠는 이상하게 칼 마르크스에 끌리더구나. 그의 책들은 어려워서 읽기 어렵고, 좀 쉽게 쓴 책들을 찾아 읽어보곤 했어. 쉽다고들 썼다고 했지만, 막상 읽어보면 그리 쉽지는 않은 현실. 그러다가 작년에 임승수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읽었는데, 읽을 만 했어. 아빠의 눈높이에 맞게 잘 설명해주는 책 같았어. 그 임승수님이 쓴 마르크스에 관한 또 다른 책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읽어보겠다고 다짐을 했단다.

예전에 <공산당 선언>을 읽으려고 번역서를 다 두었는데, 그 얇은 책도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읽지 못하고 모셔두고 있었단다. 그러다가 임승수님의 책을 읽게 되었구나. 책의 구성이, 작년에 읽은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과는 다르더구나. 책의 왼쪽에는 <공산당 선언>의 원문을 번역한 글이 실려 있고, 오른쪽에는 그 부분을 지은이 임승수가 해설한 글이 실려 있단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으면 <공산당 선언>도 읽게 되는 것이고, 그 <공산당 선언>에 대한 해설도 읽게 되는 것이란다.

공산당 선언이 왜 이렇게 짧냐? 그것은 이 글이 세상에 출현하게 된 계기를 알면 이해할 수 있단다. <공산당 선언>은 처음에 책으로 출간된 것이라 ‘공산주의자 동맹’이라고 하는 단체의 팸플릿을 만들어진 것이란다. 회원들에게 짧고 쉽게 설명하려고 했던 정치 팸플릿. 그것이 바로 <공산당 선언>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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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시다시피 <공산당 선언>은 평생의 혁명 동지였던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함께 쓴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정치 팸플릿입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참가한 <공산주의자 동맹> 조직의 출범 선언문으로 1848년 2월에 발표되었습니다. 19세기에 등장해 20세기 내내 전 세계를 뒤흔들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불씨가 꺼지지 않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산주의 운동의 사상적 배경이 매우 잘 요약되어 있지요. 공산주의에 대한 선호와는 별개로, 왜 공산주의 운동이 탄생했으며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할 필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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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글을 쓴 것이 마르크와 엥겔스 모두 이십 대였다고 하니, 대단한 분들이구나. 아빠가 예전에 마르크스 삶을 관한 책을 이야기해 준 적이 있고, 그리고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을 읽고 나서 연이어 <마르크스 평전>도 읽었으니, 마르크스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은 안 할게.


1.

<공산당 선언>은 유명하고도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한단다.

유령 하나가 유럽을 떠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다.

그 당시 유럽에 그전에 없었던 공산주의가 생겨나서 유럽을 흔들고 있었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19세기 당시의 사정을 알아야 한단다. 중세시대까지만 해도 유럽은 봉건주의 사회, 그러니까 땅을 가진 영주와 그 땅에서 농사를 지내고 농노로 구분된 사회였단다. 그들 이외에 상공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있었지. 그 상공업의 자본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부르주아였는데, 그리 주목 받은 이들은 아니었어. 하지만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기계가 생겨나면서, 서서히 돈을 벌게 되면서 그와 함께 권력을 가진 세력으로 성장하게 된 거야. 그렇게 봉건주의 사회는 빠르게 봉건주의 사회로 변해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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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현대 부르주아(자본가) 계급은 갑자기 하늘에서 툭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오른 것이 아닙니다. 서양 중세 사회 내부에서 상공업의 씨앗이 태동(“봉건사회 내부의 혁명적 요소”)해 발전해나가는 긴 과정의 산물입니다. 소비재의 생산에 증기기관과 기계가 도입되고, 아메리카의 ‘발견’(적절한 단어는 아닙니다만)으로 세계시장이 형성되며, 새로운 동력원을 이용한 철도 및 증기선의 등장으로 운송 비용이 극적으로 줄어들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세력이 바로 상공업자들인 부르주아 계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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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회와 시대의 주인은 부르주아가 되었단다. 마르크스의 역사관은 유물론적 역사관으로 계급투쟁의 역사로 보았단다. 부르주아 계급이 영주들의 권력을 빼앗은 것도 계급투쟁의 결과라고 했어. 그와 마찬가지로 또 역사가 흐르면 부르주아들 역시 권력을 누군가에게 빼앗길 것이라는 주장한단다. 그 누군가가 바로 노동자 계급인 프롤레타리아란다.

부르주아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짓을 했단다. 노동자들에게 쉬는 시간도 없이 하루에 열 몇 시간씩 일을 시키고, 임금은 적게 주었어. 그런데 노동자들 중에 글도 모르고, 그래서 기계 동작도 잘 못 시키는 이들이 있다 보니 일의 효율이 떨어지곤 했어. 돈을 더 벌 수 있는데 노동자들의 노동력이 떨어져서 돈을 더 못 버는 것이지.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높이면 돈을 더 벌 수 있겠다 생각했지. 그래서 부르주아들은 노동력을 높이기 위해 프롤레타리아들에게 교육을 시키게 하였는데, 그게 의무교육의 시작이고 학교 교육의 시작이었단다.

그런데 그렇게 프롤레타리아들이 공부를 하다 보니, 이 사회가 뭔가 잘못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지. 아는 것이 힘 아니겠니. 그렇게 “아는 힘”을 얻은 프롤레타리아들은 반격을 시작했어. 그리고 부르주아 중에서 일부 인텔리들이 이 모순된 사회 시스템에서 자신의 계급을 배반하고, 프롤레타리아의 편에 서서 그들에 힘을 실어주었단다. 그렇게 해서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생겨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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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의무교육의 도입은 부르주아 계급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였습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복잡한 기계장치로 가득 찬 공장에 모여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한 치의 오차 없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문자 해동 능력 및 업무 지시를 이해할 수 있는 공통 지식이 요구되었기 때문이지요. 이것을 국가적 차원에서 준비하고 지원하는 것이 바로 의무교육입니다. 하지만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획득한 지식과 교양을 활용해 부르주아 계급에 맞설 무기를 만들어냅니다. 부르주아가 가르쳐준 글자로 부르주아를 비판하는 책과 유인물을 쓰고 함께 읽습니다. 부르주아가 가르쳐준 과학과 합리성을 응용하여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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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살던 시대. 마르크스는 이미 자본주의가 붕괴하고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했단다. 계속되는 공황이 그 증거라고 있어. 얼마 못 가서 부르주아의 자본주의는 무너지고, 프롤레타리아의 공산주의가 국경을 넘어 온 세계의 진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어.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프롤레타리아의 투쟁과 혁명이라는 거야. 바로 <공산당 선언>의 핵심이지. 그래서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 문장이 바로, 프롤레타리아들에게 외치는 외침으로 마무리를 한 것이란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하지만 실제 역사는 그렇게 굴러가지 않았어.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 자본주의가 앞서 있는 나라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농업 중심 사회였던 러시아에서 처음 일어나게 된단다. 그리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나고 완전한 공산주의 사회가 되기 전에 과도기적으로 프롤레타리아 계급 독재가 생겨나 부르주아 계급의 저항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는데,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독재는 과도기가 아니고 일상이 된 모습을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난 러시아에서 보여주었단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추구했던 공산주의와는 좀 다른 형태로 현실에 적용되었는데, 이상과 현실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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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좀 맥락이 다른 예기이지만, 러시아나 동유럽에 존재했던 ‘현실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추구했던 모습과 다르게 변질되었으므로 그 체제는 엄밀하게 보았을 때 사회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진정한 사회주의는 아직 지구에서 구현된 적이 없다는 이야기일 텐데요. 아마도 ‘현실 사회주의’를 가짜 사회주의로 비판하면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진짜 사회주의를 방어하고 옹호하려는 의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진짜와 가짜를 딱 잘라 구분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일까요? 안타깝지만 현실은 언제나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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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다른 유럽에서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안 일어났을까. 그들은 자본주의가 변화를 수용했기 때문이란다. 마르크스가 주장한 정책들의 일부들을 수용하면서, 사회민주주의라는 말들이 생겨났고, 유럽 다수 국가들이 그런 정책이 생겨났어. 그리고 사회주의 정당들이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어서 선거를 통해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지. 어쩌면 자본주의는 마르크스의 이야기한 거처럼 혁명에 의해 한번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이것처럼 서서히 사회주의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마르크스가 주장한 것들이 오늘날 자본주의에 수용되었다고 해서, 자본주의가 좋은 시스템이 된 것은 아니란다. 여전히 오늘날 자본가 계급들이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고, 자본주의는 경쟁과 성장을 중요하게 이야기하다 보니, 지구의 환경은 황폐해지고 기후는 생명을 살지 못하게 변하고 있단다.

지난 여름 우리나라 장마가 길어지면서 많은 피해를 주는 것도, 알 수 없는 코로나라는 감염병이 창궐하여 우리를 오랫동안 위축시킨 것도, 그 배후에는 자본주의가 있는 것이란다. 자본주의는 분명 바뀌거나 사라져야 한단다. 19세기에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말하고 공산주의 사회를 답으로 내놓은 마르크스의 생각이 오늘날에도 맞는 답인지는 잘 모르겠구나. 그보다 경제 성장이 미덕이라는 생각은 버리고, 생태주의 생각을 가지고 그것에 맞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기후위기의 지구에서 더 오랫동안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답이 아닐까 생각한단다.

….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이라고 했지만, 원숭이도 아빠의 경쟁상대라는 것을 일깨워 준 책인 듯싶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유령 하나가 유럽을 떠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다.”

책의 끝 문장 :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중세 시대를 그리워하는 반동주의자는 모든 것을 돈으로만 따지는 자본주의에 염증을 느끼며 중세 시절 기사들의 무용담이나 전쟁 이야기를 동경했겠지요. 그런데 기사와 귀족이 무용담을 떨치고 전쟁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농노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농노를 착취해 생계를 해결하면서 "나태하고 게으르게"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전쟁을 벌이고 무용담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부르주아 계급은 기존 봉건사회의 노골적인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무너뜨렸습니다. 모든 봉건적 권위를 파괴한 것이지요. 그리고 모든 인간 관계를 ‘순수한 금전 관계’로 바꾸었습니다.
- P45
(79)
한편,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이상을 벌 수 있을 때만, 그래서 자신이 보유한 자본을 증식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만 노동자를 고용합니다. 노동자는 예전의 노예처럼 자신의 몸 전체가 예속되지는 않지만 하루 24시간 중 일부("한 조각씩")를 자본가에게 판매합니다. 이렇듯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노동자 역시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일 뿐이며, 결국 노동력의 판매 여부(고용 여부)는 전적으로 시장의 상황 변화에 달려 있습니다.
- P71
(310)
공산주의자들은 자신의 견해와 의도를 감추는 것을 경멸한다. 그들은 자신의 목적이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질서를 폭력적으로 전복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한다. 지배계급들을 공산주의 혁명 앞에서 벌벌 떨게 하라.프롤레타리아가 공산주의 혁명으로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뿐이다. 그들에게 얻어야 할 세계가 있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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