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을 읽으면 도대체 뭘 먹어야 하나, 걱정이 들면서도 그게 너무 크다 보니 오히려 포기를 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세상 자체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굴러가는데 나 혼자 무슨 힘으로 내 길을 가겠는가. 건강식이라고 불리는 저칼로리, 저당, 저탄수, 고단백 식품들조차 초가공의 중심에 서 있는 게 현실이다. 입맛은 정직해서 조금이라도 수가 틀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식품 업계는 빠르고 영리하다. 그들은 우리보다 몇 수는 앞서간다.
어떤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우리 몸에 그 음식이 제공하는 영양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너무 그럴듯해서 믿기 힘든 이 이야기는 사실인듯하다. 진화 과정에서 식욕이 생존에 얼마나 유리한 욕망이었는지 상상해 보자. 무엇인가를 먹고 싶다는 욕망은 좀처럼 꺼뜨리기 어려운 뜨거운 감정이라는 걸 잘 알 것이다. 이걸 이용해 우리 몸이 부족한 영양소를 채운다는 생각은 멋짐을 넘어 우아하기까지 하다. 문제는 현대인들이 과거와는 다르게 거의 항상 과영양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식욕이 아주 유용한 욕망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리고 식품 업계가 이 메커니즘을 너무 잘 이용한다는 게 우리의 비극이다.
초가공식품의 특징은 크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부드럽다. 그래서 먹는 속도가 빠르고 분당 섭취 칼로리가 높으며,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섬유질이 적어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아 금방 허기가 진다. 음식이 부드러운 건 치과적 문제까지 야기하는데, 이빨이 운동을 안 하니 골밀도가 낮아져 쉽게 깨지거나 썩는 것이다.
초가공식품은 원물의 영양소를 흉내 내어 화학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 영양소가 정확히 우리 몸에서 어떻게 흡수되고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지 못한다. 레몬에서 추출한 비타민C를 먹는 것과 레몬을 먹는 것 사이에는 영양학적 관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을까? 저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영양소는 음식이라는 맥락에서 떨어지는 순간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한다. 그러니 초가공식품이 건강을 위한답시고 여기저기서 영양소를 떼와 붙인다고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미각 신호와 영양소의 불일치는 폭식의 원인이 된다. 선술 했듯 뭔가가 당길 때는 그 음식에 담긴 영양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초가공식품은 맛과 영양을 흉내 낼 뿐이기 때문에 몸은 여전히 영양소가 결핍된 상태로 유지되고, 끊임없이 먹으라는 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다. 초가공식품은 우리 몸을 해킹하고 있다!
감미료, 유화제, 방부제 등이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 이 모든 걸 단번에 끊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익히지 않은 채소와 생선, 고기 등으로 식단을 꾸린다. 물론 양식 생선과 고기에는 항생제라는, 채소에는 농약이라는 빌런이 남아있지만.